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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의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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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의 시간여행

 
만물상의 시간여행
시장은 언제나 매력적인 여행지다. 그곳엔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순박한 웃음과 넉넉한 인심,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일상의 힘이 존재한다. 서울에도 제각각의 사연과 이야기를 품은 시장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어려운 시대에 버려진 물건을 고쳐 팔던 동묘시장과 황학동시장을 출발해 이젠 세계적인 패션시장으로 떠오른 동대문, 마치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 세련된 디자인을 입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까지 이어지는 길은 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걸음에 돌아볼 수 있는 색다른 여행코스가 된다. 시간상 황학동시장에서 동대문디자인 플라자로 바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나 과거의 시장에서 출발해 미래의 시장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제대로 담으려면 두타를 들러서 움직이는 것이 보다 이해하기 쉽다.
 
 
여행정보

코스 : 동묘 구제시장 - 황학동 만물시장 - 두타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코스 1동묘 구제시장

동묘 담벼락을 따라 다양한 물품을 파는 수백 개의 난전이 펼쳐져 있다. 

동묘역을 빠져나와 북적이는 소리를 따라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수백 개의 좌판이 펼쳐진 동묘시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이젠 외국인 여행자들까지 모여들다보니 주말엔 600개가 넘는 난전이 펼쳐진다. 산더미처럼 옷을 쌓아놓고 파는 의류 시장을 비롯해 각종 전자제품과 골동품, 헌책 등 없는 걸 찾는 게 더 빠를 만큼 판매물품도 다양하다.


동묘시장에선 낡은 자전거와 전자제품, 그림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거래된다.

한때 '노인들의 홍대'라고 불릴 만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아지트처럼 여겨지던 곳이지만 요즘은 멋스럽게 꾸민 젊은이들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빈티지 패션의 유행과 함께 단원 천원이면 티셔츠와 바지, 원피스 등 무엇이든 살 수 있는 동묘 구제시장에 매료된 덕분이다. 아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쓸 만한 제품을 골라내는 여학생들의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세월에 헐어지고 때론 버려지기도 한 물건들이 그렇게 이곳 동묘시장에선 새로운 쓸모를 얻게 된다.


동묘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구제의류를 손님 하나가 꼼꼼하게 고르고 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난계로27길 84
찾아가기 :지하철 1, 6호선 동묘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2분


TIP
① 관우를 만나러 가는 길, 동묘

동묘의 전경
 

동묘 구제시장이 자리한 담벼락은 사실 보물 제142호로 지정된 동묘(동관왕묘, 東關王廟)의 일부다.
이는 동쪽에 세워진 관왕묘라는 의미로, 관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 관우(關羽)를 지칭한다. 중국의 장수인 관우를 모신 사당이 조선 땅에 세워진 데는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정유재란 당시 명나라에서 지원군을 보낸 것을 빌미로 관우의 묘를 세워 그 음덕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이에 선조 35년 동대문 밖에 지금의 동묘를 세우게 된다. 이후 공자를 모신 문묘(文廟)처럼 관우를 모신 무묘(武廟)가 사대문에 세워지고 민간에선 관우를 신봉하는 종교단체까지 등장하게 된다. 동묘는 전국 세워진 관우의 사당 중 가장 규모도 크고 건축양식도 웅장하다. 특히 사대문에 세워진 관제묘 중에선 유일하게 현존하는 건축물이라 그 의미도 크다.


동묘에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 관우가 모셔져 있다.

 

주소 및 전화번호 : 서울 종로구 난계로27길 84, 02-731-0359

 
 
코스 2 황학동 만물시장

황학동 만물시장의 골목 풍경

동묘 구제시장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황학동 만물시장은 한때 '마징가 제트'도 조립할 수 있다고 명성이 자자했던 전문 기술자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중고 가전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황학동 만물시장에서는 다양한 생활용품은 물론 이미 단종된 전자기기의 부속품들도 구할 수 있다.

새 제품 못지않은 기능의 중고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니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이보다 더 고마울 수 없다. 최근엔 한국 가전제품의 세계적인 명성에 힘입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중개상인들까지 일부러 찾아와 황학동의 중고물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간다. 길거리 좌판에서는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물건이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에겐 보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더 이상 생산이 중단되어 수집품으로서 가치가 높아진 초창기 전자제품부터 손때 묻은 수동카메라, 먼지 쌓인 타자기,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넘어온 빈티지 소품들까지 제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이들이 품은 시간과 추억의 가치를 사고파는 곳, 그곳이 바로 황학동 만물시장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황학동
찾아가기 :지하철 1, 6호선 동묘역 5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코스 3 두타

두타의 전경(좌)과 입구 모습(우)

동대문 패션거리는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패션계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았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도 바쁜 스케줄을 쪼개어 동대문을 방문했을 정도다.


신진 디자이너 숍들이 자리한 지하 1층 '디콤마'의 풍경

이에 힘입은 동대문 출신 디자이너들도 새로운 패션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데, 동대문의 오랜 터줏대감인 두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1층과 지하 1층에 '디콤마'로 불리는 남녀 신진 디자이너숍들을 따로 배치해 새로운 패션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최신 트렌드를 자신들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개성 넘치는 아이템들로 동대문 패션의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디자이너숍 입구에는 해당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세워 손님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주소 및 전화번호 :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단로 275, 02-3398-2386
찾아가기 :지하철 1, 4호선 동대문역 8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코스 4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미래적인 감성으로 무장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독특한 건축디자인

동대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미래적인 감성의 건축물만큼이나 시장의 개념 또한 새롭게 바꿔 놓았다. 이곳 1, 2층에 마련된 살림터에서는 평범한 일상에 색다른 즐거움과 따뜻한 감성을 덧입힌 디자인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 중 다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탄생한 것들이라 눈으로 구경하고 손으로 만져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살림터 내부 전경

또 대중적인 디자인제품 외에도 고근호의 조각작품이나 유럽과 뉴욕 등에서 발간한 최신의 디자인 서적 등 전문적인 마니아들을 위한 제품들도 다양하게 구성해 눈길을 끈다. 한류팬들을 위한 인기 스타들의 캐릭터제품과 새로운 도심 이동수단으로 각광받는 전동바이크 등도 판매되고 있어 흥미롭다. 단순히 필요성에 의해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이젠 개성 있는 디자인이 물건의 가치를 좌우하는 새로운 시장의 모습을 이곳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만날 수 있다.


디자인장터에서는 본인의 사진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피규어로 제작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주소 및 전화번호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81, 02-2153-0000
찾아가기 : 지하철 2,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에서 바로


TIP
② 낡은 것의 즐거움, 청계천 헌책방 골목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이면 멀끔한 새 책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요즘이지만 퀴퀴한 헌책 냄새가 주는 낭만은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평화시장 1층에 다닥다닥 붙은 옛 헌책방들은 대형서점에선 구하기 어려운 절판된 책들이나 수집품으로서의 가치가 큰 디자인 서적들을 다수 취급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어렵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에서 잊고 있던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TIP
③ 시장 먹거리의 즐거움, 동대문 생선구이골목과 신당동 떡볶이골목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장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지만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인정이 넘치는 먹자골목의 낭만은 유효하다. 고등어와 가자미 등 제철 생선들을 연탄불에 고소하게 구워 푸짐하게 담아내는 동대문의 생선구이골목과 '며느리도 모르는' 전설의 장맛을 자랑하는 신당동 떡볶이골목은 동대문 나들이에 또 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동대문 생선구이골목은 좁은 나무 계단을 따라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옛 식당들의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더욱 정감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