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seoul.net

 

 반짝이는 거리, 고층 빌딩 늘어선 강남과 달리, 신당동은 들쭉날쭉한 건물과 골목이 재미있는 지역이다. 시장과 골목, 그 곳을 채우는 사람들로 인해 이 일대는 서울의 197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데, 그만큼 덜 다듬어졌지만 다양한 빛깔로 채워져 있는 곳이다. 이 색다른 지역을 제대로 보려면, 한나절은 보낼 생각으로 온 골목을 기웃거려봐야 한다. 그렇게 돌며 모퉁이의 숨은 보석을 발견하고 새로운 경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나면 서울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코스 : 서울풍물시장 → 동묘 → 동대문아파트 → 서울중앙시장 → 서울창작아케이드 → 황학동 주방가구거리 → 광희문 → 카페 마조앤새디 → DDP

 

 

없는 것 없는 만물시장

 

 동묘역 옆, 동묘벼룩시장 으로 둘러싸인 동묘가 있다. 한국 역사의 일부로서 지니는 역사적 가치에 비해 방문객은 많지 않은 이 곳은 중국의 장수 관우를 모시는 사당으로, 1601년에 완공되었다. 이 건축물은 그 시대 중국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공간의 형태나 넓은 벽돌의 형태가 이국적이다. 주변 시장에서 떠들썩한 사람들 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이 곳은 그저 고요할 뿐이다. 잠시 돌아보며 머리를 식힐 만한 곳이다.

 동묘역 부근에 있는 또 다른 역사적 장소는, 동묘보다는 현대의 건축이라고 할 수 있는 동대문 아파트다. 1965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 단지는 시내에서 최신식의 현대적 아파트였다. 당시 TV스타나 유명 영화배우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연예인 아파트"로도 불렸다. 이제는 긴 세월을 견딘 낡은 건물로 인식되지만, 아파트 안뜰에서부터 풍기는 거친 분위기는 마치 홍콩의 청킹 맨션이나 카오룬 월 시티(구룡성채)를 떠오르게 한다.

   

 

예술과 전통시장의 만남

 

  청계천 의 남쪽 방향에 서울중앙시장이 있다. 동대문시장 이나 남대문시장 만큼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만큼 다른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려운 '진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한국전쟁 후에 형성되었는데, 도시의 미곡상들이 이 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다. 서울 시내 쌀의 70%가 여기에서 거래되었다던 시절도 있다. 여전히 중앙시장은 곡물은 물론, 신선한 야채와 해산물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서울 시민들이 찾고 있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유명한 시장음식이 있는데, 보리와 제철 야채가 버무려진 보리밥을 파는 골목이 있고, 입구에는 찹쌀호떡이 유명한 가게도 있다.

지상에 나와있는 시장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지하로 내려가면 또 다른 놀라움이 펼쳐진다. 몇 해 전, 지하의 많은 빈 공간이 젊은 예술가와 창작자들의 공간으로 새로 태어났다. 신당창작아케이드 라는 이름의 이 공간은, 40여명의 작가와 디자이너의 작업공간이자 작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일반에게 아트 클래스를 제공하는 공동 워크샵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시장 입구 쪽에 걸려있는 예술 작품들도 서울창작아케이드 작가들의 작품이니 눈여겨볼 만 하겠다.

 중앙시장 주변에는 주방가구 및 용품을 파는 주방가구거리도 있다. 산업용 주방가구를 파는 전문상점들이 몰려 있어, 전국의 수많은 음식점들에서 쓰이는 주방관련 제품이 여기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쓸만한 주방기기도 많으니 돌아볼 만 하다. (필자는 이 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큰 냄비 하나를 구입했다)
중앙시장 입구에서부터 서쪽으로 퇴계로를 따라 신당역과 충무아트홀을 지나면, 목재 및 금속 가공 대장간 여럿을 만나게 된다. 한국에 건설 붐이 일었던 60 ~ 70년대에는 이런 가게가 훨씬 많았다고 하는데, 그만큼 많은 서울 토박이들에게 신당동은 대장간으로 대표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가게가 몇 개 남지 않아 옛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들러본 충남 공작소라는 곳은 50년 경력의 대장장이가 운영하는 곳으로, 내부를 가득 채운 철재와 각종 연장, 긴 세월 동안 잘 단련되었을 모루를 보면 마치 다른 시대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조금만 더 걸어나오면 조선시대 한양도성 의 사소문 중 하나인 광희문에 도착한다. 도성 내에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이 문으로 내갔다고 한다. 광희문 뒤편에는 카페 마조앤새디가 있다. 마조 앤 새디는 한국 캐릭터로, 카카오톡 이용자라면 익숙한 캐릭터일 거다. 카페 자체로도 좋지만 광희문을 바라볼 수 있는 카페의 전망은 더 좋다.

 이 코스의 종점은 초현대식 디자인의 DDP 다. 특이한 외관으로 눈을 사로잡는 DDP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로 탄생했는데, 그 거대한 금속 몸체의 유려한 곡선으로 인해 우주선을 닮았다는 사람도 있다. 세계적인 디자인 중심지로 도약하고자 하는 서울의 의미 있는 이 건축물에서는 각종 전시와 행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상점, 카페, 음식점도 마련되어 있다.

 

 

찾아가기 : 서울풍물시장은 신설동 역(1, 2호선) 6번, 9번, 10번 출구에서 5분 거리다.

팁 : 신당동 떡볶이 타운

'신당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은 단연 신당동 떡볶이다. 매콤한 양념에 기름에 볶은 떡을 만두, 어묵, 삶은 달걀, 라면 등과 섞어 손님 테이블 즉석에서 끓이는 신당동 떡볶이는 간식을 넘어서 그 자체로도 한 끼 식사가 된다.

신당동 떡볶이 타운엔 인기 있는 떡볶이 집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마복림 할머니 집이 1953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원조로 꼽힌다. 달달한 춘장을 더한 매콤한 고춧가루 양념으로 내는 특유의 매콤달콤한 맛이 이 집 떡볶이의 특징이다. 이 외에도 치즈를 더한다거나 맵기를 조절하는 등 다양한 조리 방법의 떡볶이 집도 인기가 많다.

찾아가기 : 신당역(2, 6호선) 8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