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9): 서촌 갤러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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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9): 서촌 갤러리 산책

제작일 : 2021.12.03 / 수정일 : 2024.04.08

경복궁의 서쪽, 예술가의 감성이 살아 있는 서촌

서울의 통인동과 옥인동 일대는 경복궁의 서쪽에 있다고 하여 '서촌'이라 불린다. 조선 왕조 제일의 법궁인 경복궁과 가까워 문화재를 보호하는 의미에서 저층 건축물들이 역사적 공간들과 전통의 풍경을 유지한 채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심형 한옥 스타일의 기와지붕과 벽돌을 유지한 작은 가게와 주택들이 골목을 이루고 있어 한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느껴지는 동네이다.

경복궁과 인왕산 자락에 둘러싸여 자연환경이 좋은 이곳은, 예로부터 화가 이중섭, 천경자, 작가 이상, 윤동주 등 한국의 유명한 예술가들이 생활했던 지역이다. 그 역사가 이어져 예술가의 감성이 살아있는 이곳에는 개성 있는 작은 갤러리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작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에서 문화예술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서촌의 매력이다.

한국 전통의 흔적 속에서 개성 있는 갤러리 공간을 즐기고 싶다면, 경복궁 옆 서촌 골목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벽돌 틈 사이 빛이 만들어내는 시원한 공간감

#그라운드시소서촌 #브릭웰

틈을 내어 쌓아올린 벽돌 벽이 인상적인 그라운드 시소 건물을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

서촌 골목길에는 벽돌이 틈을 내고 쌓여 올려진 모습이 특이한 건물이 있다. 들어 올려진 *필로티 안쪽 동그란 *중정, 그 속에 연못과 나무로 이루어진 작은 정원으로 눈길이 절로 간다. 통의동 '브릭웰'은 원래 사옥으로 사용하려고 지어졌다가, 공간이 아름다워 현재는 '그라운드시소'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 필로티(Pilotis) : 2층 이상의 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벽면 없이 기둥만으로 떠받치고 지상층을 개방시킨 구조를 칭한다.

* 중정(中庭) : 건물 안이나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

2개의 이미지가 합쳐진 자료, 왼쪽에는 그라운드 시소 중앙 공간에서 건물을 올려다본 모습이, 오른쪽에는 건물 안에서 틈을 남기고 쌓아올린 외벽을 통해 밖을 바라본 모습이 보인다

브릭웰은 여느 벽돌 건물들과 다르게 무겁고 중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벽돌을 삼등분해서 얇게 만들어 사용했고 색상도 밝은 미색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벽돌이 쌓이는 방식과 다르게 모르타르를 사용하지 않고 벽돌을 줄줄이 꿰는 건식 시공법을 활용했다. 이 방식은 브릭웰 만의 독창적인 시공 방식으로 건물 형태를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벽돌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공간을 더욱 감성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라운드시소 서촌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
#브릭웰 #그라운드시소서촌 #건축사사무소SoA #벽돌

서촌의 골목길을 담은 윈도우 갤러리

#아트사이드갤러리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서촌의 주변 이미지와 어우러져 있지만, 은은하게 존재감을 뽐내는 건축물이다. 정면의 목재 재질이 화사한 이미지를 주면서, 나머지 벽체는 주변에 많은 한옥 지붕과 어울리는 짙은 회색을 띠고 있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황두진 건축가는 오래된 건물이 많은 이 골목길 속 갤러리가 이 자리에서 도시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갤러리 아트사이드 출입구 정면 모습 사진으로 유리로 마감된 출입문과 문 앞 하얀색 조형물이 보인다

걸어서 오가는 사람이 많은 통의동에 맞게 도로에 면한 입구 부분을 긴 유리창으로 디자인하여 마치 상점의 쇼윈도처럼 외부에서도 작품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도록 한 것이다.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보통의 갤러리 건축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윈도우 갤러리가 되었다. 전시장 내부로 들어서면 지하에 천장이 높은 전시장을 거쳐 올라와 내부에서 외부의 골목길 풍경을 다시 내다보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15
운영시간: 일-월 정기휴무 / 화-토 10:00-18:00
#아트사이드갤러리 #갤러리아트사이드 #황두진건축가 #쇼윈도 #윈도우갤러리

서울 통의동의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분위기의

#갤러리시몬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맞은편에는 또 다른 분위기의 묵직한 회색 직육면체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 '갤러리 시몬' 공간의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전벽돌로 이루어진 외관에서부터 느껴진다. 처음 공간을 계획할 때부터 신축 갤러리의 산뜻한 느낌보다는 오랜 역사와 추억이 간직된 분위기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앞 갤러리와는 또 다른 상반된 분위기의 두 갤러리이지만, 두 건물 모두 통의동 골목 속에 잘 녹아든다.

갤러리 시몬 4층 카페의 모습으로 내부에는 독특한 천장 조명과 벽면 한쪽에 시원스럽게 위치한 긴 유리창, 그리고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다

갤러리 시몬은 작은 갤러리임에도 불구하고 넓고 높은 천장의 전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의 기둥을 없애기 위해 *포스트텐션공법을 사용했다. 전시를 감상하며 층을 이동할 때 계단으로 향하는 창문과 계단을 비추는 조명이 인상적이다. 4층에 마련된 카페에서는 긴 창을 통해 통의동 풍경을 한 폭의 액자처럼 조망할 수 있다.

* 포스트텐션공법(Post-Tension Construction) : 콘크리트에 힘을 먼저 가해 인장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더 큰 하중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공법을 의미한다.

갤러리 시몬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20
일,월 정기휴무/ 화-토 10:30-18:00
#갤러리시몬 #전벽돌 #통의동풍경 #건축집단MA #창의궁터

역사가 담긴 오랜 여관의 재탄생

#보안1942 #보안여관

왼편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신축건물이, 오른편에 나즈막한 적산가옥 '보안여관'을 리뉴얼한 보안1942 전경이 보이는 사진

경복궁 돌담을 따라 영추문 앞에는 여관 간판이 걸려있는 작고 낡은 적산가옥 하나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키가 한층 더 높은 신축 건물도 보인다. 이 두 곳은 카페, 책방, 갤러리, 게스트하우스를 모두 갖춘 공간, '보안1942'이다. 키가 작은 보안1942는 1942년 지어진 옛 여관 건물을 새롭게 꾸며 갤러리가 되었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낡고 오래된 모습에 역사가 담긴 여관 간판을 그대로 걸고 있어, 마치 이곳만 시간이 흐르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보안여관 두 건물 사이에 설치된 테라스 공간을 위에서 내려다본 전경 사진

이곳은 근대 한국 예술의 중요 인물들인 서정주, 김달진 등이 여러 인물과 장기 투숙하면서 <시인부락>을 펴낸 장소이다. 또한 이상, 구본웅, 이중섭과 같은 문인이나 화가들이 머물기도 한 역사가 담긴 공간이다. 오래된 보안여관 갤러리 건물은 2층에서 새 건물의 보안책방과 연결된다. 통의동 거리 풍경에 어울리는 적벽돌 외관을 갖추고 옛 보안여관 건물보다 도로에서 3m 정도 뒤로 물러나 있는데,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동네의 흐름에 맞춘 민현식 건축가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보안1942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 33
월요일 정기휴무/ 화-일 12:00-18:00
#보안여관 #보안1942 #적산가옥 #게스트하우스

이번에 함께 걸은 건축여행 코스는 바로 요기!

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 9화에서 소개된 장소의 일러스트 지도. 지도 하단 가운데에는 3호선 경복궁역이, 오른편에는 경복궁이 위치해있다. 첫번째 코스인 경복궁역 위쪽으로는 통의파출소와 금융감독원연수원이 위치해 있으며, 그 위쪽 블록에 그라운드 시소와 갤러리 아트사이드, 갤러리 시몬이 밀집하여 위치해있다. 3개 갤러리 오른쪽 대각선 위쪽, 경복궁 바로 맞은편에 마지막으로 소개한 보안여관이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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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도시를 형성하고, 도시가 모여 국가를 이룹니다. 때문에 건축은 도시의 구성요소로서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합니다. 비짓서울 x 아키베어의 '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은 우리 나라의 수도 서울을 여행하면서 건축 문화 이야기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잘 지어지고 개성 있는 건축물은 도시에 새겨진 예술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역사와 개성을 가진 서울에는 감상이 될 만한 멋진 건축물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멋길따라 서울 건축 여행' 시리즈를 통하여 여행지로서의 서울, 나아가 일상 속의 서울에 숨어 있는 건축을 예술처럼 감상하는 경험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비짓서울×아키베어의 '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은 건축 문화 여행 콘텐츠 기업 (주)하스스튜디오의 브랜드 아키베어(ArchiBear)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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