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놀고, 먹고, 즐기자!
요즘 여행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시각적 만족과 감성적 자극을 찾는 여행의 시대가 되었다. 색다른 경험을 한 곳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여행이 떠오르고 있다. 오늘은 먹고, 보고, 느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중에서도 건축적 의미와 공간의 미학이 함께하는 서울 속 ‘문화를 담은 공간’으로 떠나보자.
동네와 브랜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LCDCSEOUL #성수공업지대
MZ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성수동은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대규모 공장들이 빽빽하게 자리잡은 서울 도심 속 공장 지대였다. 1960년대 제조업의 호황으로 흥행했던 성수동의 구두 공장, 철공소, 정비소의 전성기는 시간이 흘러 점차 막을 내렸다. 그 후 공장이 있던 대규모 부지들은 오랜 시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제는 성수동이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규모 브랜드와 소상공인들이 함께 힘을 모아 한 건물에서 ‘따로 또 같이’ 상생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공간의 이점을 살려 음식점과 편집숍, 갤러리 등의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지금의 성수 복합문화공간들이 탄생했다.
‘LCDC SEOUL’은 원래 자동차 정비소와 신발 제조 공장이 있던 곳이다. 기존에 공장으로 쓰이던 두 개의 건물에 새로운 건물 하나를 추가로 지어 문화복합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제는 과거 정비소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LCDC SEOUL’을 둘러싼 짙은 회색빛 콘크리트 벽은 아직 주변에 남아 있는 공업지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벽 밑으로 들어오면 푸른 하늘과 맞닿는 중정(中庭)*의 세계가 펼쳐진다. 13m에 달하는 콘크리트 벽이 기둥 없이 땅에 떠 있는 캔틸레버(cantilever)**구조로 둘러싸인 중정은 주변을 압도하는 동시에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중정(中庭) :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마당을 뜻한다.
** 캔틸레버(cantilever) : 구조물의 한 쪽은 고정되어 있고, 다른 한 쪽은 공중에 떠 있는 구조.
오전에 1층 카페에서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차 한잔을 즐기고, 2층과 3층의 편집숍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뒤, 해질 무렵 4층의 바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 한잔의 여유를 느낀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놀고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진정한 ‘문화’의 공간이다. 따뜻한 우드톤의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1층과 한 공간에 스테인리스 스틸과 붉은 청동, 목재 등의 서로 다른 질감의 재료를 사용한 2층의 공간. ‘LCDC SEOUL’ 공간들은 모두 각기 다른 분위기로 꾸며져 지루할 틈이 없다. 공간 전체를 연결하는 중앙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내리며 변화되는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느껴보자.
여러 개의 편집숍들이 모여 있는 3층은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LCDC(Le Conte Des Conte) SEOUL’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다. 학교처럼 긴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문들이 마주보고 있는 3층은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문을 통해 서로 다른 아이들의 세계로 통하는 설정을 모티프로 한 이 공간은 긴 복도를 거닐면서 문을 하나씩 열 때마다 다른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이곳 ‘LCDC SEOUL’에서는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성수동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17길 10
운영시간 매일 / 1~3층 11:00 ~ 20:00 (3층은 매장별 상이), 4층 11:30 ~ 24:00
지하부터 지상까지, 건물 전체가 안과 밖으로 이어진
#피겨앤그라운드 #가로수길
우리나라 문화 트렌드의 중심이 되는 ‘-길’의 원조인 ‘가로수길’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골목길들이 서로 얽혀 있다. 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가로수길의 중심부에는 큰 대로변을 중심으로 양쪽에 대형 브랜드의 커다란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반면 가로수길 안쪽 골목으로 들어오면 메인 거리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좁은 골목마다 붉은색 벽돌들로 지어진 주택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거대한 벽돌 건물이 있다. 마치 이곳의 골목길을 형상화한 듯한 외관의 ‘피겨앤그라운드’가 바로 그곳이다.
‘피겨앤그라운드’는 건축에서 흔히 사용되는 재료인 적벽돌 옷을 입고 있지만 얇은 띠를 두른 듯한 외관이 강렬한 세련미를 내뿜는다. 지어진 지 30여 년이 넘은 오래된 건축물의 특색을 남긴 채 재구성하여 리모델링 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건물 외관을 둘러싼 벽돌 띠는 좁은 골목에서 건물이 계속해서 위로 상승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이 벽돌 띠에는 각 층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외부 계단이 숨어있다. 벽돌 띠의 길을 따라 끝까지 오르면 옥상의 작은 정원을 만나게 된다. 가로수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 정원은 골목에서 보이던 풍경과는 다른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저층부에는 카페와 편집숍이, 상층부에는 공유 오피스가 한 건물에 함께 공존하는 ‘피겨앤그라운드’는 평일과 주말, 낮과 밤 모두 활기를 띤다. 이곳의 모든 공간은 건물 중앙의 원통형 기둥(실린더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1층에서 지상 6층까지 건물을 관통하는 중심 공간으로 모든 층이 이 벽돌 기둥을 따라 한바퀴 빙 도는 형태로 동선이 이어진다. 카페와 편집숍에서는 기둥을 따라 곡선 형태로 이어진 유리창을 통해 시각적으로 탁 트인 색다른 ‘열린’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지름 3.6m, 깊이 24m의 중앙 실린더 공간은 원래 엘리베이터 승강로로 쓰이던 공간이었다.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엘리베이터는 다른 위치로 이동하고, 승강로가 있던 곳에는 나선형 계단이 새롭게 들어서 특별한 공간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원통형 기둥 위 천창을 통해 햇빛이 건물 전체에 들어와 지하 공간까지 밝게 비춘다. 각 층의 문이 없는 아치형 창으로 햇빛이 모든 층 곳곳마다 따스하게 스며들고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153길 53
운영시간 1층 카페(컨플릭트스토어) 매일 11:00 ~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