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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만, 어떤 동네는 스스로 속도를 늦춘다. 광희문을 기점으로 600년의 시간을 품은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래된 주택과 새로 들어선 카페, 사라지지 않고 남은 가게들이 한 장면처럼 겹쳐진다.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해 성곽 산책과 골목 기록, 오래된 시장의 풍경까지.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흐르는 곳, 광희동 일대의 하루를 따라간다.
카페 코페드 팔레츠
여유로운 오전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가 있다. 광희문에서 한양도성을 따라 이어지는 길의 초입, 카페 '코페드 팔레츠'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새하얀 외관은 독보적으로 눈에 띈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 광희문이 보인다. 그 장면이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게 한다. 날이 좋으면 통창을 열어 바람을 맞는다. 산들거리는 나무의 움직임이 이곳에서는 유독 선명하다.
맛있는 커피를 좋은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약수와 성수, 이태원까지 둘러보다 이곳 광희동에 정착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근처에 피자 가게와 스튜디오까지 생기며 광희문 일대에 작은 상권이 만들어졌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흑임자 라떼와 말차 라떼는 몽글몽글한 텍스처와 고소한 우유의 조화가 일품이다. 매일 아침 직접 만드는 레몬 파운드 케이크를 곁들이면 산책 전 기분 좋은 준비가 된다.
광희문 한양도성 산책길
카페를 나와 광희문에서 성곽을 따라 걸어본다. 도성 근처로 이어진 산책길은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벤치에 앉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책을 읽는 할머니, 풀밭을 뛰어노는 꼬마까지. 광희문 뒤편의 작은 길은 이 동네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래전 지어진 단독 주택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꾸며져 있고, 게스트하우스부터 디자인 스튜디오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공간이 이어진다.
광희문에서 신당으로 향하는 길이 흥미롭다. 수십 년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그 사이로 새로 지어진 공간과 한창 공사 중인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공간의 세대가 교차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리다. 목재상과 미싱샵, 옛 철강 공장을 그대로 살려 만든 닭발집까지. 그중 한 곳이 눈에 띄어 즉흥적으로 발을 들였다.
독립서점 Odd's book
가구 가게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독립서점 오드쓰북(Odd’s book)은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인도 점원도 없는 이곳을 1시간에 8,000원으로 대관할 수 있다. 비어있는 시간에는 현장 결제도 가능하지만, 방문 전 네이버 예약을 이용하면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 1층은 '기록의 방'으로, 글이나 그림으로 무언가를 남기는 공간이다. 2층은 '비밀 서재'로, 어린 시절 꿈꾸던 아지트처럼 꾸며져 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수 있고, 2층으로 오르는 통로는 코너의 장식장을 열면 나타난다. 좁고 가파른 계단이 진짜 비밀 통로처럼 이어진다.
1층 곳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흔적이 쌓여있다. 이곳을 그린 그림과 책에 대한 후기, 누군가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까지. 두꺼운 노트 하나가 눈에 띄어 들추어봤다. '고민 노트'라 쓰인 노트에는 누군가의 고민이 적혀 있고, 그 옆에는 또 다른 누군가의 위로가 담겨 있다. 기록으로 쌓이는 느슨한 연대가 인상적이다.
원조 홍두깨 칼국수
서점 바로 뒤편에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칼국수 가게가 있다. 올 때마다 만석인 이곳은 특별한 광고 없이도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가격은 저렴하고 양은 많으며 맛은 친근하다. 적게 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다 비우기 어렵다. 메뉴는 수제비, 칼국수, 칼제비, 콩국수 딱 네 가지다.
직접 반죽한 쫄깃한 면과 바지락으로 낸 시원한 국물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 집의 진짜 비결은 따로 있다. 조미료를 적게 써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칼국수 위에 칼칼한 김치를 얹어 먹으면 맛이 완성된다. 재료가 떨어지면 그날 영업을 마칠 만큼 인기 있는 김치는,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것이 이 집만의 것이다. 구비된 양념장을 곁들이는 것도 별미라, 주민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황학동 만물 시장
황학동 만물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품을 팔던 '도깨비 시장'에서 출발했다. 세월이 흐르며 단순한 중고품 거래를 넘어, 고물과 골동품, 단종된 생활용품까지 아우르는 '만물시장'으로 자랐다. 오래된 라디오와 빛바랜 그릇, 이름 모를 부속품까지, 쓰임을 다한 것들이 이곳에서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오래된 간판의 골동품 가게는 사지 않아도 자유롭게 들어가 볼 수 있다. 50여 년 전 아버지가 연 가게를 이제는 아들이 잇고 있다. 유동 인구는 줄었지만 장사가 어렵지 않다. 이태원이나 합정의 빈티지 숍에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 이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버려진 시계를 모아 파는 노점도 눈에 띈다. 수십 년째 이 자리를 지킨 사장님은 족히 만 개는 넘게 팔았다고 했다. 시계는 공짜, 배터리 교체와 줄 교환 비용만 받는다. 그것도 만 원이 넘지 않는다. SNS에 알려진 뒤로는 외국인 손님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현금을 두둑히 챙겨 오는 건 필수다. 오래된 기억들이 켜켜이 쌓인 이 시장은, '버려진 것'과 '남겨진 것'의 경계 어딘가에서 오늘도 사람을 불러 모은다.
리재 서울
광희문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한다. 한양도성이 방 안에서 보이는 숙소, '리재 서울'. 오래된 집을 고쳐 쓴 공간이다. 오후의 햇빛과 푸른 잎사귀, 해 지는 풍경, 그리고 광희문 성곽길의 야경까지. 머무는 동안 창밖이 계속 바뀐다. 다락방 창 너머로 옆집 창문이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천천히 교차하는 이 동네, 지나간 세월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이곳이야말로 가장 서울다운 곳이다.
광희문만 간단히 둘러보면 약 20~30분 정도 소요되며, 주변 성곽길과 골목 산책까지 함께 즐기면 1~2시간 정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서울의 옛 분위기를 경험하는 여행 코스로 추천드립니다.
광희문 → 카페 코페드 팔레츠 → 광희문 한양도성 산책길 → Odd's book(독립서점) → 원조 홍두깨 칼국수 → 황학동 만물 시장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서울의 전통적인 성곽 풍경을 볼 수 있는 카페와 골목 문화까지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어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독립서점 오드쓰북(odd’s book)은 조용한 공간에서 책과 음악, 분위기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비어있는 시간에는 현장 결제도 가능하지만, 방문 전 사전 예약 시 원하는 시간에 이용이 가능합니다. 매일 07:00~01:00 운영되며, 예약 후 받은 비밀번호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예약은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운영 일정 및 예약 가능 시간 확인 후 원하는 날짜를 선택해 예약하면 됩니다. 방문 전 운영시간과 공지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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