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관광에 대한 모든 것!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여행자들의 시선으로 자신의 도시를 바라보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 평범하던 도로가 매력적으로 보이고, 늘 먹던 음식조차 더 맛있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 평범한 것들이 새삼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경험이다.
지난 주말, 오랜 친구들이 주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서울로 날아왔다. 나는 호스트이자 가이드가 되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서울을 보여주기로 했고 그들의 호기심 덕분에 새로운 곳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프랑스-레바논계 건축가, 미국 교수, 호주 외교관, 브라질 언론인, 독일 금융전문가 까지 국적과 직업이 다양한 이들과의 여정은 음식, 예술, 문화, 역사, 그리고 소주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경험으로 넘쳐났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게 되는 곳들로 가득찬 ‘내가 사랑하는 서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오래된 한옥과 세련된 칵테일 바의 대비, 집밥 같은 편안함과 잘 어울리는 정교한 퓨전 요리 등 최고의 서울을 보낸 4일간의 여정을 소개한다.
목요일: 환영 만찬과 밤늦은 건배
(이미지출처: 육즙당)
오후에 모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광화문 인근 ‘육즙당’에서 전통적인 한국식 바비큐, 이름 그대로 ‘육즙이 풍부한 파티’로 여정을 시작했다. 테이블 옆에서 전문 직원이 신선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덕분에 우리는 오롯이 대화와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곳은 단체 예약을 위한 넓은 테이블과 독립된 방을 이용할 수 있으며, 테이블에 비치된 화면을 통해 한국어와 영어로 주문을 할 수 있다. 참기름에 버무린 육회와 부드러운 순두부찌개까지 곁들이니 완벽했다.
식사 후에는 약15분 거리에 위치한 종각 ‘청춘의 거리’로 향했다. 비즈니스 건물들이 위치한 곳이라 낮에는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로 퇴근후에는 저녁식사와 회식으로 늘 번화하고 활기찬 거리다.
육즙당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5길 10-1 2층
월–일: 11:00–22:00
광화문역 (5호선), 8번출구
네온사인, 거리 공연, 바와 카페가 어우러져 늦은 밤까지 활기를 띄는 이곳에서 우리는 한옥을 개조한 듯한 목조 인테리어의 ‘아리계곡’을 2차 장소로 선택했다. 메뉴별 상세한 설명이 포함된 영어 메뉴판이 제공되어 쉽게 주문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프리미엄 소주와 자연 탄산이 매력적인 막걸리를 주문했다. 이미 배가 불렀기 때문에 안주 대신 디저트로 파인애플 셔벗을 곁들인 망고빙수, 약과 쿠키와 고구마 스틱이 올라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한국 옹기 (전통 도자기 그릇)에 담긴 플레이팅이 흥미로웠는데 볶은 콩으로 만든 인절미 가루 장식, 특히 망고 빙수를 깍두기처럼 꾸민 위트 있는 연출은 전통과 유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친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우리는 이 ‘시각적 페이크’에 한참을 웃었다.
아리계곡 종각점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2길 41 1층
일–목: 16:30–02:00 / 금 - 토 : 16:30 - 03:00
종각역(1호선), 4번출구
금요일: 건축 투어와 잠들지 않는 밤
독특한 건축물과 넓은 주택으로 유명한 연희동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상징하는 고층 아파트와 달리, 크고 중후한 주택들로 과거 부유층과 권력층의 주거지역으로 유명한 동네다. 한국의 전설적인 음악가 서태지와 한국 현대 미술계의 거장인 박서보가 이곳에 거주한적이 있다.
연희동에서는 한국 모더니즘 양식의 특징 (평평한 지붕, 벽돌 외관, 전통 미학과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큰 창문)을 지닌 단독 주택들을 볼 수 있다. 건축가 친구는 이 주택들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8월의 더운 날씨에도 두시간 동안 걸으며 탐험을 즐겼다.
주택을 넘어 연희동은 작은 부티크 매장, 유기농 식료품점, 감각적인 카페가 어우러져 뉴욕이나 런던의 동네를 연상시켰다. 우리는 TTA라는 스타일리시한 홈 데코 매장을 방문했는데, 도자기, 텍스타일,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등 엄선된 제품을 판매해 서울의 디자인을 집으로 가져가고 싶은 이들에게 완벽한 곳이었다.
TTA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28-5
월–일: 12:00–20:00
다음은 우리 가족과 나의 단골 카페인 루바브(Rhubarb)에서 브런치를 즐겼다. 이 카페는 연희동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곳으로, 아보카도 토스트와 통밀 팬케이크 같은 신선하고 채소 중심의 요리를 제공하며 시그니처 메뉴인 당근과 명란 파스타가 유명하다.
Rhubarb 루바브
서울 마포구 연희로 47 2층 201호
수–월: 08:30–17:00
오후에는 건축 투어로 강남의 명소를 둘러봤다. 친구는 복합문화공간 ‘Kring’을 설계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의 전통적이지 않은 접근 방식에 큰 관심을 보이며 COEX의 스타필드 도서관과 Kring 건물들의 재료, 형태, 디자인 의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잠시 더위를 식히기 위해 호텔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후, 포시즌스 호텔의 ‘찰스 H.’ 바에서 저녁 식사 전 칵테일을 즐겼다. 아시아 50대 베스트 바에 선정된 이 곳은 칵테일 애호가들에게 필수 방문 장소다. 한 친구가 한국 드라마에서 재벌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에 이곳이 자주 등장한다고 귀띔해줬다.
(이미지출처: Four Seasons)
(호텔에 투숙하지 않는 경우) 10,000원의 입장료가 있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 믿고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웰컴드링크와 안주가 제공되며 어두운 조명, 편안한 좌석, 천장에 장식된 화려한 조명 장치와 함께, 완벽한 서비스는 우리에게 특별하면서 럭셔리한 경험을 제공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찰스 H.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LL층
월-일: 18:00–01:30
저녁은 서울의 가장 트렌디한 거리 중 하나인 서순라길 끝자락에 위치한 한국 요리 레스토랑 ‘이다(IDA)’를 선택했다. 7년째 단골인 나는 셰프와 친구가 되었고, 그 덕에 계절별 메뉴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치즈를 올린 육회, 참치로 속을 채운 송이버섯 만두, 비트 버거, 그리고 놀라울 만큼 완벽한 뇨끼까지, 서울에서 이런 높은 수준의 서양·퓨전 요리를 맛본 친구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2번째 이미지 출처: IDA / 메뉴 상시변동)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궁벽을 따라 늘어선 상점과 바, 갤러리,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거리를 산책했다.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곳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칵테일 바 오브오브라이트(Orb of Light)부터, 라이브 음악과 활기가 넘치는 펍 서울집시(Seoul Gypsy)까지 다채로운 매력이 숨 쉬고 있었다. 골목을 걷다 보면 비틀스타코(Bittle’s Taco)에서 멕시칸 타코를 맛볼 수도, 돌담(Doldam)에서 흘러나오는 비닐 레코드의 아날로그 선율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있다. 어떤 밤을 꿈꾸든, 이 거리는 그 모든 선택지를 품고 있었다.
IDA 이다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153
월-일: 12:00–22:00
안국역 (3호선), 3번출구
토요일: 시장과 쇼핑, 그리고 기다린 보람이 있는 만찬
늦은 아침 우리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마을 중 하나인 이촌동을 거닐었다. 1930년대, 기와지붕과 목재 기둥, 마당이 어우러진 한옥을 서민 주택으로 공급하기 위해 개발된 이곳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뉴트로’ 감성을 품은 거리로 변모했다. 복원된 한옥 사이에는 트렌디한 카페와 부티크, 디저트 가게가 자리 잡았고, 좁은 골목길에서는 향수와 세련미가 나란히 공존한다.
길을 걷다 들른 자연도에서 갓 구운 소금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안국역 근처의 온미관으로 향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북한 요리 ‘어복쟁반’. 얇게 썬 소고기 안심과 혀, 내장을 놋그릇에 담아 맑은 국물에 끓여먹는 호화로운 한상차림이다.
자연도소금빵&자연도가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21-17 1층
월-일: 09:00–22:00
종로3가역 (1, 3, 5호선), 4번출구
온미관 안국
서울 종로구 북촌로2길 5-4
월-일: 11:00–22:00
안국역 (3호선), 2번출구
점심 후에는 청계천 인근의 서울 풍물시장을 탐방했다. 색상별로 구역이 나뉜 실내 시장에는 빈티지 전자제품과 LP판, 한지 공예품, 도자기, 오래된 의류까지, 한국의 과거와 현재가 한데 섞여 있었다. 시장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상인들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방문객들은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 골목을 누볐다. 결국 나도 오리 모양 나무 접시 세트를 구매했다
서울풍물시장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천호대로4길 21 서울풍물시장
수-월: 10:00–19:00
신설동역 (1,2호선),9번출구
오후에는 ‘서울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는 성수동으로 향했다. 과거 신발 공장과 작업장이 밀집했던 이곳은, 이제 재활용된 창고와 붉은 벽돌 건물에 디자인 부티크, 예술 팝업, 감각적인 카페가 들어선 핫플이 되었다. 남은 시간 동안 탬버린(Tamburins) 플래그십 스토어의 예술 설치물 같은 공간을 감상하고, 레이브(Raive)의 미니멀리즘 패션, 노이어무드(Noirmood)의 프리미엄 실버 주얼리, 오소이(Osoi)의 조각적인 가죽 가방 등을 둘러봤다.
저녁은 한남동의 인기 있는 포장마차 ‘방울과 꼬막’에서 즐겼다. 워낙 핫한 곳이라 우리 앞에 무려 27팀이 대기 중이었지만, 기꺼이 기다릴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근처의 ‘자츠(SATZ)’바로 자리를 옮겨 칵테일과 음악을 즐겼다.
밤늦게 돌아온 우리는 오징어전, 생선구이, 소주 폭탄과 함께 볶은 닭고기 면 요리를 주문했다. 이곳은 바쁜 날에는 테이블당 최대 2시간만 머물 수 있는 규칙이 있는데, 그 시간안에 모든 음식을 맛있게 해치웠다.
(이미지 출처: 방울과 꼬막)
방울과 꼬막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0길 11-5 1층
월-수: 17:00–00:30 / 목-토 : 17:00-02:00
일요일: 예술, 전통, 그리고 작별
여유롭게 시작한 마지막 날, 한남동 거리를 산책하며 현지 브랜드와 카페를 기웃거리다 ‘빠르크(Parc)’에서 계절 재료로 정성스럽게 차린 가정식 점심을 즐겼다. 주인의 어머니 집밥에서 영감을 받은 이곳에서는 불고기, 삼치구이, 더덕무침이 담긴 세트 메뉴에 반찬과 국이 곁들여져, 마치 친구 집에 초대받은 듯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Parc 빠르크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6-5
월-일: 11:30–21:00
한강진역 (6호선), 1번출구
식사 후 우리는 서울에서 가장 건축미가 뛰어나고 문화적 가치가 풍부한 곳 중 하나인 리움 미술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설계한 리움 미술관은 그 자체로 시각적 경험이다. 전통 도자기와 서예,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까지, 전시 공간 자체가 예술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옛 조선 시대 항아리, 신라 시대 금속 장신구, 한국 현대 미술 거장들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유쾌한 경험이었다. 복도 한켠의 곡선형 목재 의자 앞에서 그 구조를 두고 10분간 토론이 이어졌을 정도다.
리움미술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화-일: 10:00–18:00
한강진역 (6호선),1번출구
마지막 행선지는 해방촌의 남산 술 클럽. 막걸리, 약주, 청주 등 100종 이상의 수제 전통주를 ‘잔 단위’로 맛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다. 다국어를 구사하는 소믈리에가 양조법과 재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손님들은 한 모금마다 역사와 전통을 음미했다. 할머니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빚은 약주부터 스파클링 막걸리까지, 친구들은 그 깊이와 다양성에 예상치 못한 문화적 탐험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남산술클럽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228-2 1층
수-월: 18:00–01:00
녹사평역 (6호선),2번 출구
서울에서 친구들을 맞이하며, 이 도시가 얼마나 풍부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음식, 디자인, 역사… 관심사가 무엇이든, 서울은 그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보여주고, 그들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순간은 익숙한 장소를 전혀 다른 새로운 빛으로 물들였다.
이번 여정에서 친구들을 가장 놀라게 한 건, 서울이 전통과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엮어내는 방식이었다. 한옥 골목에서 맛보는 현대적인 디저트, 수백 년 된 전통주로 만든 칵테일,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물 속의 한국미술까지. 끊임없이 변모하면서도 문화적 뿌리를 잃지 않는 도시의 모습. 그 모든 순간이, 서울이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여정을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전부를 그대로 따라 하지 않아도 된다. 몇 가지만 참고해도 충분히 훌륭한 여행이 된다. 이 코스는 서울의 상징적인 명소와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들을 절묘하게 조합해 구성됐으며, 예상치 못한 순간이 여행을 더 빛나게 할 만큼 충분한 여유와 유연함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