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영화로 본다면 어떤 장르일까? 서울의 대외적인 이미지로는 SF, 액션 등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진정 서울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드라마’, ‘로맨스’ 등이 연상될 것이다. 오랫동안 서울 시민의 사랑은 받아온 서울의 중심은 거리 거리가 운치 있다. 뒤를 돌면 어디에서나 나를 따라다니는 남산타워가 내가 ‘서울’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저물어가는 가을의 건조한 낙엽 내음과 함께 로맨틱 서울에 빠져보자.
#쌈지길
한국 전통문화의 정취가 묻어 있는 쌈지길. 인사동 초입에 자리 잡은 쌈지길은 오후 3시의 햇살을 닮았다.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참 어울리는 이곳은 우리나라 전통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아이디어 가득한 디자이너들의 공예 숍들은 쌈지길의 다채로움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창작을 펼치는 이 거리, 길 전체가 큰 공방이 된 것처럼 오방색이 가득가득. 쌈지길은 소품 하나, 그림 하나 정교한 이 거리는 공들여 제작한 ‘만화영화’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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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전통이 살아있는 인사동. 변화가 없을 것 같은 이 거리는 사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거리 곳곳에 걸려 있는 전통 공예품들은 섬세하고 깔끔한 한국인의 손재주를 잘 보여준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인사동을 구석구석 살펴보다 보면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오래된 듯한 거리에 공존하는 현시대를 여행하는 우리. 상상을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공상과학영화’가 생각나는 것은 우연일까? 인사동에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는 유토피아에 가깝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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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인사동이 더 오랜 옛날이라면 익선동은 비교적 최근, 근현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산뜻한 보사노바 선율이 어울릴 것 같은 익선동은 거리 전체를 촬영 세트장을 만들어 놓은 듯 거리 하나하나가 예쁘다. 낮은 한옥 거리엔 프랑스 가정식, 수플레 등을 팔지만 거리 전체는 너무나도 한국적이다. 마치 전통을 고수하지만 빠르게 신문물을 받아들인 우리 모습과도 비슷하다. 또한 익선동은 그만큼 유행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도 있다. 온고지신의 보고와도 같은 이 거리. 시시각각 변하는 역사의 한 부분을 그린 ‘시대극영화’와 잘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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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여러 구를 가로지르며 잇는 서울 시민들의 쉼터, 청계천. 잠시 서울 한복판임을 잊게 해주는 작은 이 천은 오리도, 물고기도 많이 사는 작은 생태계다. 10km에 달하는 긴 천이지만 생각 없이 걷다 보면 그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다. 청계천 옆으로 주욱 들어서 있는 높고 낮은 서울의 건물들은 가까이서 보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그저 멀리서 보면 소리 없는 ‘무성영화’다. 잠시 숨돌릴 틈을 찾아, 물소리 따라 하나둘 마음속 걱정, 불안 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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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세운상가. 그래서일까? 68년 완공 이후 세계의 기운을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젊은이들을 모은 건 확실한 요즘. 간판으로 만든 의자, 무심한 듯 꼼꼼히 그려진 그라피티는 잘 세워진 신축 건물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계획적이지 않다 못해 예측할 수 없는 상가들은 도심 속 보물찾기와도 같은 인상을 준다. 청년들은 세운상가의 어떤 소리, 냄새, 풍경에 이끌렸을까? 마치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전영화’ 같은 느낌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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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골목
레트로의 유행과 함께 잊혔던 거리, ‘을지로’는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을지로가 특별한 이유는 인위적으로 낸 복고풍(復古風)이 아니라 변하지 않은 채 간직해 온 옛 시간 자체이기 때문이다. 을지로 골목에 가면 이제는 보기 드문 리어카, 스쿠터가 많이 보이는데 이 소리가 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골목골목 자전거 피해, 사람들을 피해 걷다 보면 꿈을 찾아 들어온 청년들의 가게가 들어서 있다. 그들은 그때 알았을까? 을지로에서 핀 청춘들의 삶은 ‘청춘영화’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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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공구상가
장인들의 세월이 밴 청계공구상가. 거리 가득한 공구 소리는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발전의 역사를 대변한다. 골목골목 시끄럽게 쓰여있는 간판엔 특이하게 영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채광이 잘 들지 않는 건물 사이로 상가마다 쳐진 천막까지 더해 거리는 낮에도 짙은 회색빛을 띈다. 그래도 이 거리가 침침하지 않은 이유는 끊임없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때문이다.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청계공구상가는 좋은 것만 보고, 보여주려는 SNS보다는 우리네 삶을 과감히 비춰주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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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거리
한국은 잘 차려입기 좋아하는 멋쟁이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대표 패션 도시 서울에서 한국 패션 역사가 크게 발전했다. 화려한 패션산업의 발전 속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많이 숨어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창신동에 위치한 ‘봉제거리’다. 스쿠터가 드나들기도 작아 보이는 골목 사이로 아직까지 쉬지 않고 도는 미싱은 한국전쟁 이후부터 시작됐다. 서울 도심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생경한 기계 소리와 빨래 내음. 이게 이 거리를 화려하진 않지만 예술적 가치를 중시하는 ‘독립영화’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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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절벽마을
굽이굽이 이어지는 높은 마을은 화강암 절개지 옆에 세워졌다. 아슬아슬해 보이는 건물들은 그렇게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왔다.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작아지는 다른 집들의 옥상, 마당 등이 보이면 넓은 세상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나른함도 느껴진다. 네모, 세모 모양 집의 머리 꼭대기를 보며 오르다 보면 이제는 작아진 서울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결점도 멀리 보면 아름다운 우리가 걸어온 길, ‘성장영화’ 같은 동네다. 우리의 삶은 어디로 더 나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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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 골목시장
골목, 시장 이 두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골목골목 맛있는 음식 냄새로 가득한 창신 골목시장은 특히 매운 족발로도 유명하다. 한편에 쌓여 있는 족발 더미를 보면 뭐에 홀린 듯 발길을 멈추고 앞을 서성이기 마련이다. 이렇듯 시장 안의 먹거리는 시장을 풍요롭게 하는 재주가 있다. 특히 창신 골목시장엔 없는 음식이 없다. 볼거리, 먹거리, 사람 냄새 가득한 이 시장은 다채로운 ‘뮤지컬 영화’를 떠오르게 만든다. 창신 골목시장이 들려주는 선율은 어떤 음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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