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찾는 여름의 쉼표: 새로운 여행 트렌드
2025년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지금, 나를 포함한 많은 직장인들은 벌써부터 한 해의 피로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무더운 여름 날씨에 더해 일과 모임, 늦은 밤 식사 등으로 가득한 현대인의 삶은 그야말로 끊임없는 바쁨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곳저곳을 오가며 쉴 틈 없이 움직이지만, 그 과정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나만의 리듬을 찾는 시간을 잊곤 한다.
그래서일까. 올해의 여행 트렌드는 바로 이러한 필요를 반영한 ‘의미 있는 휴식’ 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많은 여행자들이 모험으로 가득 찬 장거리 여행보다는 짧지만 의미 있는 가벼운 휴가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휴가 계획을 세우고 여행 경비를 지출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거리 여행에서 오는 피로감, 그리고 이 무더위를 피해 고요함과 내면의 회복을 원하는 심리도 감지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서울 도심 속에서 새로운 여행 감성을 느낄 수 있는 3곳을 찾아가 보았다. 도심을 떠나지 않고도 진정한 ‘감각적인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본다.
수락휴: 도심 속 숲속 힐링 공간
서울 노원구 수락산 자락의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수락휴'는 도심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고요함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시내 중심에서 택시를 타고 약 40분 만에 도착했는데 거리도 멀지 않고 숙박료도 비교적 합리적이다. 숙소 요금은 객실 종류와 인원에 따라 7만 원에서 25만 원 선이다.
입구에서 객실까지 걸어가는 길 자체가 마치 숲속 산책을 하는 듯한 기분을 준다. 지상 14미터 높이에 지어진 트리하우스에 도착하니, 어린 시절 숨바꼭질을 하거나 라푼젤 놀이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편백 향이 가득 퍼져 마치 히노끼 사우나에 들어온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TV 대신 LP 플레이어와 마샬 블루투스 스피커가 준비되어 있어 디지털 디톡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현장에서 만난 노원구 자연휴양림관리소의 장동진 님은 수락휴의 트리하우스가 노르웨이의 피오르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소개하며, 수락휴를 만끽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려 주었다.
Q: 수락휴와 그 주변을 가장 잘 즐기기 위한 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정말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습니다.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편하게 산책하실 수 있도록 만든 숲속 데크길이 있고요, '걱정 없샘'에서는 수용성 종이에 자신의 고민을 적어 물에 띄우면 흐르는 계곡물에 녹아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의 걱정과 근심을 덜 수 있습니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사찰이 네 곳 있고, 좀 더 활동적인 분들은 도솔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추천합니다. 계곡 피크닉장, 서울 둘레길, 북한산 전망대, 진달래 정원, 그리고 수락정에서는 전통 활쏘기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숲 체험장도 준비 중입니다.
‘불멍존'이라는 곳도 있습니다. 친환경 바이오에탄올 화로를 사용해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마음을 비우실 수 있고요, 방문자 센터 근처에는 사진 찍기 좋은 '요정의 숲'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자유롭게 숲을 산책하실 수 있고 8월 말부터는 숲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Q: 먹거리나 식사는 어떤가요?
A: 현지 농장에서 공수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한식 메뉴를 제공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제주 돼지고기 볶음, 평양식 불고기 전골 등이 나왔습니다.
Q: 외국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나요?
A: 외국인 전용 서비스는 별도로 없지만, 모든 안내 표지판은 영어로 되어 있고, 일본 호텔 매니저 출신 직원을 채용해 서비스 품질을 높였습니다. 숲나들e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고, 번역 앱을 사용하거나 현장 직원에게 문의하시면 충분히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버딥 연남: 도심 속 바다 테마 카페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동네인 연남동이다. 연남동은 인기 있는 카페와 맛집이 즐비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오버딥(Overdeep)은 그런 연남동에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주택을 개조한 3층 건물 전체가 깊은 바다 테마로 꾸며져 있는데, 이곳은 단순히 바다를 모티브로 삼은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바닷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압도적으로 구현했다.
외관부터 내부까지 모든 공간이 푸른빛으로 채워져 있어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디자인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웨이브 크림 컵 안에 파도가 담긴 듯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여름 인스타그램 피드를 위한 사진 명소로도 제격이다.
실내에는 만달라키(Mandalaki) 스타일의 조명이 벽면에 부드러운 물결 무늬를 드리우고, 해파리를 연상시키는 미디어 아트가 은은하게 떠다닌다. 바닥에는 조약돌이 깔려 있고, 테이블 위에는 산호와 조개 장식이 놓여 있어 촉각적인 요소까지 더해진다. 그 덕분에 현실을 잠시 잊고 물결치는 빛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물멍'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워터킹덤 하비오: 도심 속 완벽한 실내 피서지
서울의 여름 휴가를 이야기할 때 찜질방을 빼놓을 수 없다. 찜질방은 단순한 사우나 시설을 넘어 한국의 독특한 문화 공간으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사람들과 교감하는 곳이다. 어린 시절 사촌들과 찜질방에서 만화책을 읽고 훈제 달걀과 아이스티를 나누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국인 여행객들은 찜질방을 한국만의 웰빙 체험으로 즐기고, 한국인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일상적인 휴식 공간으로 찾는다. 워터킹덤 하비오는 이러한 찜질방 문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공간이다. 전통적인 찜질방에서 땀만 흘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실내 워터파크까지 함께 운영하며 도심 속에서 완벽한 스테이케이션에 안성맞춤이다. 워터파크에는 스플래시 존부터 고속 슬라이드까지 다양한 놀이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찜질방 구역에는 황토 가마, 아이스룸, 수면존, 스낵바, 라면 자판기, 오락실, 안마의자까지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하루 종일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무엇보다 날씨와 상관없이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주는 완벽한 실내 피서 공간이다.
이처럼 서울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휴가의 정의’를 다시 쓰고 있다. 빠르게 이동하고 많은 것을 보는 여행이 아닌, 천천히 머물며 나 자신을 회복하는 여행. 그것이 서울에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여름의 모습이다.
이번 여름엔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조용한 숲, 푸른 바다, 그리고 따뜻한 찜질방 속에서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편안함과 조용한 사치를 즐겨보기를 바란다. 진정한 휴식이란 일상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