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했던 가을. 그럼에도 여전히 책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일단 책방으로 달려가 보면 어떨까. 수북하게 쌓인 책더미를 한가롭게 거닐고, 그 틈에서 마음을 건드릴 문장을 신중하게 고르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 삶에 책이 더 가까이 들어오는 계기가 되어줄 테니까. 이번 ‘투어리스트와 로컬 사이'에서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보다 특별한 경험으로 물들여줄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소개한다. 가을 데이트 코스 추천 장소로 묶기 좋은 인근의 카페 3곳은 덤이다.
가볍게 커피 한 잔 마시러 가기에도, 든든한 식사에 와인 한 잔 곁들이러 방문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그래도 어느 하나만 먹기는 아쉬우니 음식과 음료 혹은 주류를 함께 주문하는 걸 추천한다. 대표 음식 메뉴는 뇨끼와 아란치니. 특히 뇨끼의 경우 직접 만든 포슬포슬한 식감의 감자 뇨끼를 비프스튜와 같이 내어주는 구성으로, 고소하고 담백한 뇨끼와 달콤짭짤한 비프스튜의 절묘한 궁합을 맛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99 4층(예지동, 신대한빌딩)
지하철 2호선, 5호선 ‘을지로4가역’ 4번 출구 292m (도보 4분)
04 필요의 방한 잔의 차를 끓이는 소리. 고소한 파이와 번을 굽는 냄새. 창 너머로 보이는 분주한 대로변 풍경. 을지로4가에 자리한 이 작은 카페에 앉아 있으면 만나게 되는 장면들이다. 4명의 친구가 함께 얻은 작업실에서 출발해 자연스럽게 카페로 변화한 이곳의 이름은 필요의 방이다. 각자의 목적과 관심사가 모여 시작된 공간인 만큼, 카페를 찾는 손님들 역시 저마다 필요한 것들을 얻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기 위해 신경 쓴 점이 돋보인다. 여러 개의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해 인공조명의 밝기는 낮추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목재 가구나 커다란 가죽 소파를 둬 누군가의 아지트 내지는 작업실에 머문다는 기분을 자아낸다. 중앙 테이블의 경우 여러 개가 붙어 있음에도 공간 구조에 맞게 각도를 달리 배치함으로써 혼자 방문한 손님도 불편함 없이 앉아 있기 좋은 형태로 만들었다.기호에 따라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브루잉 커피도 좋지만, 커피를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는 인도식 밀크티인 짜이를 추천한다. 계피나 카다멈 등 향신료 6-7종을 직접 배합해 끓인 짜이는 풍부한 향미 가운데 은은하게 드러나는 스파이시함이 매력적인, 찬 바람 부는 늦가을에 제격인 음료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는다면 소고기와 당근, 양파와 셀러리를 넣고 푹 끓여 체다치즈를 얹어낸 미트파이를 주문해 보자. 페스츄리의 바삭한 식감과 속을 가득 채운 고기와 치즈의 녹진한 식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울 중구 을지로 192 3층
지하철 2호선, 5호선 ‘을지로4가역’ 7번 출구 72m (도보 1분)
깊어가는 가을, 슬기로운 독서 생활에 새로운 재미를 더해줄 청계천 헌책방 거리로 떠나보자. 제목만 들어봤던 고전 문학 작품부터 희소성 높은 디자인 서적까지 서가를 가득 채운 오래된 중고 책이 우리를 기다린다. 마음에 들어온 책을 구매해 주변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읽어보는 시간은 여유와 낭만이 있는 휴일 나들이 코스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