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혼자 여행을 온다면, ‘꼭 가 봐야 하는’ 관광지에 집착하기보다는 골목골목을 느긋하게 걸으며 시간을 보내는 걸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여유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 바로 ‘홍대’다.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나와 북쪽 연남동 쪽으로 걷다 보면 커피 향이 가득한 거리들이 펼쳐진다. 그 길을 따라 다시 합정 방향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면, 손으로 빚은 수공예품과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한 곳을 만나게 된다. 혼자 하는 여행에는 거창한 계획이 필요 없다. 그저 발걸음을 느리게 해 줄 핑계 하나면 충분하다.
■ 첫번째 코스: 히포(Hippo), 완벽히 조용한 공간
아침 9시, 도시가 막 잠에서 깨어날 때, 히포에 들어갔다.
2층으로 된 조용하고 넓어 보이는 이곳은 마치 ‘혼자만의 아지트’ 같다. 문 앞의 정원에는 날씨가 좋을 때, 햇볕을 쬐며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의자가 몇 개 놓여 있다. 바람 부는 날엔, 바람이 옆자리 친구가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이곳의 색감 조합이다. 빈티지한 벽돌 외관, 코발트 블루 메뉴판, 그리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합쳐지면 마치 영화 한 장면 같다. 블루 리본(한국판 미슐랭) 인증을 받은 식당답게 음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토스트와 크림파스타를 1인분 주문했는데 ‘혼자 먹기 부담스럽지 않은’ 딱 맞는 분량이 나왔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밥을 먹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좋은 시간. 이게 내가 좋아하는 ‘혼자 여행’의 리듬이다.
매장 명칭: Hippo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7가 85
영업 시간: 09:00-21:00
■ 두번째 코스: 소품 매장 쇼핑 시간
Made By
여러분도 같은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나는 소품 가게에서 혼자서 쇼핑할 때가 가장 편한 순간이라고 항상 생각하곤 한다. 아무도 물건을 사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꼭 사야 될 물건도 없으며, 조용히 엽서와 옷들 사이에서 삶의 따뜻함을 가끔 느끼면 된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3분만 걸으면 순백색으로 된 소품 매장을 찾을 수 있다. 매장 입구는 아주 아담하고 조용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디자이너의 비밀 기지에 들어온 것 같다.
매장 입구에는 엽서로 뒤덮인 벽이 있고, 전시용 벽걸이에 200여명에 달하는 각 지역 작가들이 제작한 스티커, 테이프, 편지지, 유리컵, 향수, 작은 책 등과 같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 방에는 나만의 열쇠고리를 맞춤 제작할 수도 있다. 그 날 나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스티커를 고르면서 “세상이 정말 조용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매장 명칭: Made By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5-34
영업 시간: 12:00 - 22:00
KT&G 상상마당
이곳은 3층으로 된 문화창조 복합 공간이다. 거리에서 이 곳을 바라보면 ‘아주 힙한’ 흰색 건물이 보이는데, 각 층마다 매우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1층은 IP 캐릭터 인형, 스티커, 문구류와 소품을 판매하는 동화 속의 공간 같다.
2층은 칸막이가 없는 미술관처럼 주방 용품과 수공예 악세서리가 진열되어 있다.
3층은 커피숍으로 방금 산 책을 앉아서 읽기 좋은 곳이다.
매장 명칭: KT&G 상상마당
주소: 서울 마포구 화합의 거리 65
영업 시간: 11:00-21:00
Hookka Hookka Studio
작고 귀여운 소품을 좋아한다면 이 2.5층 규모의 매장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계단 모퉁이에 숨겨져 있어서 잘못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크림색 벽에 스티커가 붙어있고, 공간 전체가 마카롱 톤으로 꾸며져 동심으로 가득하다. 이곳은 휴대폰 케이스, 이어폰 케이스, 보온병, 캔버스 가방, 캡슐 머신 등이 진열되어 있어서 혼자 놀러 와도 괜히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드는 곳이다.
매장 명칭: Hookka Hookka Studio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5-34
영업 시간: 13:00-19:30
■ 세번째 코스: 오후의 디저트 타임
홍대에서는 어느 골목을 돌더라도 꼭 하나쯤은 마음을 사로잡는 카페가 나타난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곳들이다.
Cafe Layered
SNS에서 유명한 ‘강아지 케이크’ 사진으로 처음 알게 된 곳인데, 나중에 혼자서 와본 뒤에 단순히 귀엽기만 한 매장이 아니라 빈티지한 영국 감성,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케이크들을 지닌 매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로 된 스탠드에 케이크가 놓여 있어서 쟁반에다 직접 케이크를 가져와도 된다. 나는 강아지 모양의 레드벨벳 케이크 한 조각을 골라 창가에 앉아서 어둠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따뜻한 노란 불빛 아래 케이크는 더욱 부드러워 보였고, 창 밖의 거리 모습도 조용해졌다. 그 순간, 나는 돌연 “혼자 있는 밤도 따뜻할 수 있구나”는 것을 느꼈다.
매장 명칭: Cafe Layered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61-4
영업 시간: 10:00-22:00
■ 혼자 맞이한 저녁
시간이 남는다면 홍대의 거리 공연장을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저녁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저 멀리 기타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노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통해 잠시나마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나 혼자 서울에 머물 때, 제일 좋아하는 삶의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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