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크고 빠르고 화려한 서울이라는 도시. 모두가 바쁘게 달려가는 듯한 도심 한복판에서 잠시 한 발짝 떨어져 나오고 싶을 때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큰맘 먹고 멀리 떠나지 않고도 푸른 자연 속에서 쉬어가고 싶다면. 그런 분들에게는 '홍제천으로 가보라' 말해주고 싶다. 짙은 녹음과 시원한 물줄기가 있는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힐링 명소로. 이왕 간 김에 알차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천변의 로컬 매장 3곳은 덤이다.
서대문 홍제폭포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도 폭포가 자아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중랑구의 용마폭포, 영등포구의 양화인공폭포, 서대문구의 홍제폭포 등.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폭포임에도 삭막한 대도시를 살아가는 서울시민들이 한숨 돌리며 쉬어가기에는 충분한 힐링 명소다. 그중 오늘 소개하는 서대문 홍제폭포는 홍제천을 따라 조성된 폭포로, 서울 여름 가볼만한 곳을 찾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흐르는 냇물을 따라 느긋하게 즐기는 산책. 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지나 짙은 녹음에 둘러싸인 채 유유히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시야에 들어오면 '여기가 서울 도심이 맞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이내 인공폭포가 펼쳐진다. 절벽을 따라 세차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오랜 시간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를 씻겨주는 것만 같다.
물멍, 아니 폭포멍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테라스에 자리를 잡아 보자. '카페폭포'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수변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잔 하며 여유를 즐기기 좋다. 폭포를 바라보고 늘어선 테이블과 의자 뿐 아니라 알록달록한 빈백도 마련돼 있으니, 많이 걷느라 지친 이들이라면 잠시 누워서 휴식을 취해보면 어떨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70-181
'동신병원' 버스정류장 도보 2분
4·5·9·10월 09:00-19:00 6·7·8월 08:00-20:00
서대문구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해 서대문 홍제폭포와 함께 묶어 방문하면 좋을 홍제천의 로컬 가게 3곳을 추천한다.
Titch
서울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하루를 알차게 쓰고자 새벽부터 일정을 시작할 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는 배 먼저 든든하게 채워야 하는 법. 서대문구 인근에서 근사한 아침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홍제천의 Titch를 주목해 보자. 건강한 맛의 샌드위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키가 아주 작은 사람'을 뜻하는 상호처럼 가게 내부 역시 거창한 요소 하나 없이 소박하고 간결하다. 하얀 벽과 진회색 타일 바닥, 검은색 테이블과 스툴이 전부인 이 작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손님의 시선을 창밖의 홍제천으로 돌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빛을 감상하며 샌드위치와 수프를 기다리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양파 처트니 샌드위치, 비건 아보카도 샌드위치, 참치 페이스트 샌드위치 등 취향껏 메뉴를 골라보자. 사진 속 샌드위치는 당근 하몽 샌드위치로 치아바타 빵에 크랜베리를 넣은 당근 라페와 스페인산 하몽, 꼬릿한 맛의 하바티 치즈와 향긋한 와일드 루꼴라, 레몬 버터와 올리브 오일이 들어간다. 짠맛, 단맛, 고소한 맛 등 여러 재료가 각각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메뉴. 샌드위치만으로 충분한 요기가 되지만 여기에 따뜻한 양송이버섯 수프를 곁들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깊은 풍미를 자랑하면서도 과하게 꾸덕꾸덕하거나 되직하지 않아 후루룩 먹기에 편한 스타일의 수프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86 1층 titch
'서대문구청' 버스정류장 도보 1분
매일 09:00~17:00
(1)by3
서울 속의 작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홍제천. 정겹고 따뜻한 천변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공간에서 쉬어가고 싶을 땐 카페 퍼스트바이쓰리로 향해 보자.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트라이앵글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카페답게 세련된 인테리어와 자체 제작 상품이 눈을 즐겁게 하며, 맛도 비주얼도 훌륭한 음료와 디저트가 달콤한 휴식을 채워준다.
홍제천의 수풀이 내다보이는 커다란 통창. 책을 읽거나 대화하거나 노트북 작업을 하는 이들 모두 이따금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초록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무와 유리, 스틸 소재를 중심으로 구성한 내부 공간은 독특한 형태의 조명이나 소품과 어우러지며 모던한 감각을 뽐낸다. 삼각형 혹은 일렬로 늘어선 3개의 동그라미 등 구석구석 숨어 있는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다양한 종류의 식음료가 준비된 가운데 특히 아리 라떼와 복숭아 판나코타를 추천한다. 아리 라떼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기르는 고양이 '아리'를 모티브로 한 커피다. 부드러운 라떼 색상 털과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성격을 가진 아리를 떠올리며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우유 커피를 만들었다고. 에스프레소와 우유에 풍미 가득한 아몬드 크림을 올린 후 초코 파우더를 뿌렸다. 산뜻한 여름의 맛을 자랑하는 복숭아 판나코타는 생크림과 바닐라빈을 넣고 끓인 이탈리아식 우유푸딩에 복숭아 과육을 얹은 메뉴. 크게 한 입 떠서 씹을 때 느껴지는 복숭아 알갱이의 식감이 매력적이며, 아이스크림이나 빙수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시도해 보면 좋을 여름 디저트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206 1층
'서대문구청' 버스정류장 도보 1분
매일 09:00~21:00
또또
샌드위치도 먹고 커피도 마셨는데, 혹시 술 한잔할 곳은 없을까? 그렇다면 홍제천을 따라 가좌역 방면으로 쭉 걸어 또또로 향해보자. 또또는 소주나 맥주, 막걸리처럼 친근한 술을 갖가지 한식과 함께 즐기기 좋은 한국식 선술집이다. 부부가 2009년부터 경기도 평택에서 운영하던 또또포차가 2022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문을 닫았고, 딸의 합류와 함께 리뉴얼 과정을 거친 가게는 그해 겨울 연희동의 중량물 창고로 쓰이던 자리에 다시 문을 열었다.
분명 자주 먹던 친숙한 음식인데 “엄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맛있어?” 묻게 되는 날이 있다. 그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집밥을 또또에서는 매일 먹을 수 있다는 주인장의 위트 넘치는 설명. 술에 약한 손님도 '한 잔만 더 마실까?' 갈등하게 하는 마성의 음식들을 쾌적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즐겨 보자.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시간이면 친구, 커플, 가족, 1인 손님, 노인, 외국인, 반려견 등 다양한 구성의 손님이 이 작은 가게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민자 부대찌개와 보쌈부터 제철 재료를 사용한 메뉴까지 반주하기 좋은 음식들이 제공되며 증류주와 청주, 탁주 등 20종 이상의 주류를 주문할 수 있다. 두부를 쑥갓과 홍고추와 함께 계란물에 부쳐 들기름에 볶은 김치랑 함께 내어주는 또또의 두부김치는 기존의 두부김치와는 차원이 다른 풍미를 자랑한다. 미나리를 비롯한 갖은 야채와 수육을 함께 무친 미나리수육무침은 보쌈이 부담스러울 때 훌륭한 대안이 되어주며, 채썬 노각을 고추장에 비벼 먹는 시원한 노각밥은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추가 메뉴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6길 2 1층(연희동)
'홍남교.서대문구행복그린센터' 버스정류장 도보 3분
월~금 17:00~00:00, 토 16:00~00:00, 일 16:0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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