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은 영국에 가면 프리미어리그를 보고 스페인에 가면 라리가를 관람한다. 스포츠 팬이라면 미국 여행 버킷 리스트에 MLB와 NBA가 있고, 호주 여행 버킷 리스트에 크리켓 경기가 있다. 언어는 다르지만 스포츠에 적용되는 룰은 세계 공통이라 관람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나라마다 다른 응원 문화를 보는 것도 스포츠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기 스포츠는 프로야구(KBO; Korea Baseball Organization)다. 2024년 한국 프로야구는 42년만에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2025년 역대 최소 경기 300만 관중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쓰고 있다. 야구장 먹거리부터 예매 방법, 그리고 한국 야구 열기를 체험하기 좋은 응원석 위치까지 한국 프로야구를 즐기는 법을 공유한다.
인생 경기가 펼쳐지는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
지하철 2호선과 9호선이 교차하는 종합운동장역에는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뜨거운 함성 소리와 팡파르로 뒤덮인다. 거리는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고, 현장 예매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로 붐빈다. 잠실종합운동장은 1986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지어졌다. 올림픽주경기장과 야구장, 실내체육관, 수영장, 학생체육관 등이 있으며, 각종 스포츠 경기는 물론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열린다.
3월말부터 10월까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은 야구장이다. 1982년 출범한 KBO 리그에는 10개의 구단이 있다. 그 중 3개 팀이 서울에 연고를 두고 있는데,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은 엘지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홈구장이다. 동대문야구장을 홈으로 쓰던 MBC 청룡(엘지 트윈스 전신)이 먼저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으로 옮겼고,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가 충청도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에 터를 잡으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두 팀 간 경기는 성적과 무관하게 ‘잠실 라이벌전’으로 불리며 매진 사례가 벌어지곤 한다.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은 홈팀이 1루측 좌석을, 원정팀이 3루측 좌석을 관중석으로 사용한다. 좌석은 프리미엄석, 테이블석, 익사이팅존과 블루석, 오렌지석, 레드석, 네이비석, 그린석으로 나뉜다. 투수와 포수의 볼 배합이 보고 싶다면 홈 플레이트 뒤쪽의 프리미엄석을, 응원의 열기를 느끼고 싶다면 오렌지석을, 홈런볼의 행운을 잡고 싶다면 외야의 그린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19-2
지하철 2/9호선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
Tip. KBO 예매 방법
경기 일정은 KBO에서 공식 홈페이지에 사전 공지하며, 보통 7일 전부터 예매가 가능하다. (예매 시간은 구단 마다 상이) 예매는 각 구단의 어플리케이션과 인터파크(엘지 트윈스, 두산 베어스), 티켓링크(삼성 라이온즈), 예스24(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등의 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각 사이트는 회원가입이 필수이며, 회원가입 시 한국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등이 필요하다. 외국인의 경우 현장 예매가 가장 편한데, 현장 예매 부스는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열린다. 온라인 예매 시 기념품으로 지류 티켓을 소장하고 싶다면, 중앙매표소나 무인발권기에서 지류 티켓으로 발권하면 된다.
새우 만두부터 깻잎 닭강정까지
주전부리 총집합 잠실새마을전통시장
야구 경기하면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여느 스포츠에 비해 경기 시간이 길고, 이닝 교체 타임 등 관람객도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먹거리 문화도 함께 발달했다.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 내에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삼겹살 정식, 김치말이국수, 떡볶이, 만두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며, 커다란 통에 시원한 맥주를 지고 다니며 잔으로 판매하는 ‘맥주 보이’도 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면, 잠실새마을전통시장을 공략하자. 1970년대에 형성된 잠실새마을전통시장은 신선하고 다양한 먹거리로 오랫동안 인근 주민들의 식탁을 책임져왔다. 몇 해 전 정비 사업을 통해 아케이드가 설치되고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면서 쇼핑 환경이 쾌적해졌다. 잠실새마을전통시장의 인기 먹거리는 수제만두 전문점 파오파오의 새우 만두와 깻잎을 넣어 바삭하게 튀겨낸 깻잎 닭강정이다. 두 상점앞에는 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외에도 떡볶이와 튀김, 초밥과 활어회, 족발과 보쌈, 전과 떡, 수제 강정 등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검증된 맛집이 즐비하다. 모든 메뉴는 1만원 내외라 가성비도 좋다.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호수로12길 24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3번 출구에서 278m
야구 티켓을 못 구했다면
대형 스크린이 있는 펍 휘트니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말이나 공휴일 경기 티켓 구하기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티켓을 못 구했다고 실망하지 말자. 잠실새내의 음식점과 펍에는 대부분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어 식사를 하거나 술을 곁들이면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좋다. 펍 휘트니는 야구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소문난 수제 맥주 & 칵테일 전문점이다.
중앙의 바를 중심으로 좌석이 놓여 있으며, 야외 테라스에도 좌석을 마련해 놨다. 펍 내부에는 크고 작은 스크린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시야 방해석도 없고 사각지대도 없다.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코젤다크, 구스 IPA, 모카스타우트, 기네스 등은 물론 휘트니에서 독자적인 레시피로 만든 버터 맥주를 선보이며, 50가지가 넘는 칵테일과 위스키, 와인 리스트도 구비돼 있다. 피자와 파스타는 물론 다양한 스낵류를 안주로 판매하는데, 특히 페퍼로니 피자와 해물토마토스튜, 후라이드 치킨의 인기가 좋다. 운영 시간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1990년대 고급 카페였던 휘트니는 소개팅의 성지였고, 2010년대 중반까지 24시간 운영하는 카페로 취객들의 안식처였다. 이후 다양한 맥주의 맛을 즐길 수 있는 펍으로 바뀌었지만, ‘휘트니’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10길 9 1층 펍휘트니
종합운동장역 9번 출구에서 419m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다면
오늘은 내가 선수, 스크린 야구장
야구 중계가 없는 월요일이나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다면, 내가 야구선수가 되어 그라운드에 설 차례다. 스크린야구장은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장이다. 혼자서는 배팅 게임을, 2인 이상 모였을 경우 팀을 나눠 야구 게임을 즐기기 좋다. 스크린에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해 장갑과 헬멧을 착용하고 타석에 들어서면 가상의 야구 경기를 스크린에 출력되고, 스크린 중앙에서 날아오는 공을 타격하면 된다. 기존의 배팅 연습장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감이 현격하게 다르다. 단순히 야구장 풍경을 스크린에 출력하는 것을 넘어 투수가 공을 던지는 마운드까지의 거리 18m를 사실감 있게 구현했으며, 게임 난이도는 물론 구종과 구속 등을 섬세하게 설정할 수 있어 박진감 넘친다.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날씨와 상관없이 야구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적은 인원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전을 위해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타석에는 1명씩만 들어가야 한다. 잠실새내에는 3개의 스크린야구장이 있으며, 홈런을 치면 사은품을 주는 이벤트를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7길 14 태원빌딩 스트라이크존 서울 잠실구장
종합운동장역 9번 출구에서 397m
야구 경기 전후 산책 코스,
석촌호수공원
잠실역과 석촌역 사이의 석촌호수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호수를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근처에 예쁜 카페와 소문난 맛집이 많아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긴 타원의 중앙을 실로 묶은 듯 땅콩처럼 생긴 석촌호수는 둘레가 2.5km에 이른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송파나루 근린공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룻터가 있던 이곳은 원래 한강의 본류였다. 1970년대 한강 간척사업으로 물길이 바뀌면서 호수로 남게 됐다. 많은 이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호수 둘레를 따라 더갤러리호수와 문화실험공간 호수, 석촌호수 아뜰리에 등 문화공간이 있고, ‘송리단길’로 불리는 호수 남쪽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맛집이 즐비하다. 동호 바깥 길은 오래된 맛집이 많은 방이동 먹자골목과 연결된다.
또한 동호는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과 연결되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5월초에는 ‘포켓몬 타운 2025 위드 롯데’가 진행 중이었다. 석촌호수 동호에는 16m 크기의 메타몽이 변신한 라프라스와 피카츄 대형 벌룬을 띄우고, 잔디광장에는 메타몽 100마리와 대형 포토존 등을 마련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롯데타워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서호수변무대를, 롯데월드 어드벤처 매직아일랜드의 매직캐슬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샤롯데씨어터 아래쪽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되며 자전거, 퀵보드, 인라인스케이트, 전동휠 역시 출입이 금지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역 2,3번 출구에서 282m & 석촌역 1,8번 출구에서 48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