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떡볶이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음식이지만 고추장 베이스의 빨간 떡볶이는 해방 전후 전란을 겪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떡볶이. 학교 앞 분식집을 떠올리면 가성비를 채워주던 빨간 소울푸드와 함께 풀어내던 소소한 이야기들이 함께한다.
최근 다양한 입맛을 요구하는 대중들에게 맞춘 대형 프랜차이즈 떡볶이들도 많이 생겨났지만, 결국은 추억의 맛을 찾아 학교 앞 분식점 같은 곳을 기웃거린다. 이러한 한국의 전통적인 떡볶이 문화를 경험하면서 동시에 강남 일대를 둘러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여행코스, <오래가게 떡볶이 로드>이다.
7080 추억의 떡볶이 맛집
1974년에 개업한 만나분식은 서울 강남 은마지하상가의 터줏대감 분식집이자 강남키즈와 서민들의 추억이 담긴 노포이다. 수많은 서울 개발의 과정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만나분식의 대표메뉴는 떡볶이와 튀김이다.
한국에서는 떡볶이를 조리법에 따라 크게 ‘분식집 떡볶이’와 ‘즉석떡볶이’로 나누는데, 만나분식에서는 가장 전통적이고 대중적인 ‘분식집 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 ‘분식집 떡볶이’는 대형 팬에 떡볶이를 계속 조리하면서 그때그때 그릇에 덜어주는 방식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어느 시간대에 방문하냐에 따라 그 맛과 농도가 조금씩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만나분식의 떡볶이는 묽고, 부드럽고, 달달한 맛을 자랑한다. 사장님은 남편의 병으로 생활고를 겪게 되면서 분식집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맛도 중요하지만 아픈 가족이 있는 만큼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가게의 철학으로 삼고 있어, 고춧가루 하나까지 국내산으로 선별하여 사용할 정도로 재료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자극적인 맛의 떡볶이가 크게 유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에도 만나분식은 변함없이 본연의 맛을 지켜가고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만나분식. 용돈으로 떡볶이를 사 먹던 아이가 커서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오고, 유학을 떠났던 한국인이 귀국 후 그 맛을 못 잊어 이곳을 다시 찾는단다. 만나분식은 강남 일대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사장님께서는 아무리 물가가 많이 오른다고 해도, 밥은 배불리 먹어야 기분이 좋은 법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앞으로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실 예정이라고 한다. 수많은 한국의 연예인들과 유명 인사들의 학창 시절을 함께한 만나분식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 212 은마지하상가 A-63
지하에 숨겨진 강남의 재래시장
만나분식이 있는 은마지하상가는 1978년에 건설된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역사 깊은 지하 시장이자 지금까지도 강남 서민들의 지갑을 지켜주는 공간이다.
한국 고급 아파트의 약 60%가 몰려있는 강남. 대형 부촌들 사이에 무주택 서민을 위해 만들어졌던 은마아파트와 은마지하상가의 존재는 빛을 내고 있다.
은마지하상가에는 앞서 소개한 ‘만나분식’ 외에도 국물떡볶이로 유명한 분식집과 반찬가게나 과일, 정육, 떡, 술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이나 옷 수선집과 같은 실생활과 밀접한 가게들이 있으니 떡볶이를 먹고 주변을 돌아보며 구경하는 재미도 느껴보길 바란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좁은 복도 양쪽에 자리한 가게에서 직장인, 주민, 학생들이 옹기종기 앉아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는 정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 212
하루 종일 돌아도 끝이 없는 패션1번지
지하철 2호선, 신분당선 강남역과 바로 연결된 강남지하상가는 지상의 강남대로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패션 1번지 강남답게 의류,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잡화 등 패션/뷰티 전문 매장부터 통신 전문 매장, 베이커리, 식당 등 200여 개의 다양한 점포가 밀집해 있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이 진열되어 있어 하루 종일 돌며 구경하고 쇼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곳 지하상가에도 떡볶이와 함께 김밥, 만두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분식집이 있으니 쇼핑 중 간단하게 출출함을 해결할 수 있다.
9번 출구 아래의 ‘만남의 광장’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쇼핑하다 잠시 앉아 쉬거나 일행을 기다릴 수 있고, 물품 보관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지하 396 강남역지하쇼핑센터
추억의 즉석떡볶이 맛을 지키고 있는
1987년에 개업한 애플하우스는 휴대용 버너에 냄비와 재료를 올려 손님이 테이블에서 직접 조리하여 먹는 ‘즉석떡볶이’의 맛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가게이다. 애플하우스에서 내가 원하는 사리와 재료를 마음껏 넣어 나만의 DIY 떡볶이를 만들어 먹어보자.
애플하우스는 가게 이름만큼이나 달콤하고, 짭조름하고, 새콤하고, 진한 고추장 맛의 떡볶이를 자랑한다. 그 맛이 독특하면서도 중독적인 만큼 서울의 3대 떡볶이집으로 손꼽히고 있다. 본래 애플하우스는 반포에서 포장마차로 시작한 작은 분식집이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게의 손님들이 많아지자 몇 번의 이전을 거치며 가게 규모를 늘리게 되었는데, 현재 애플하우스가 위치한 이수역 근처는 서울의 근대 건물들과 도시경관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진 곳이다.
애플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은 옛날 떡볶이의 맛을 그대로 지켜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옛 추억을 떠올리며 찾아오는 손님들이 옛날 맛 그대로라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사장님은 이 맛을 지키고 계신다고 한다. 대표메뉴로는 즉석떡볶이, 만두 무침, 순대볶음 등이 있다.
현재 자리로 이전하며 규모도 커져서 단체 손님으로 방문해도 좋은 분식집이다.
○주소: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27다길 29 2층
○운영시간: 10:30 - 21:00 (라스트오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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