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연둣빛 이파리가 한층 더 선명한 색을 발산하는 계절. 화창한 주말이면 광합성을 위해 편한 신발을 신고 문밖을 나서게 되는 날들이다. 서울 산책하기 좋은 곳을 찾는 분들이라면 종로구 부암동으로 향해보면 어떨까.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문화 공간, 그리고 함께 방문할 만한 3곳의 로컬 매장을 소개한다.
무계원
봄볕이 내리쬐는 고즈넉한 한옥의 아름다움을 무계원에서 느껴보자. 무계원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전통 문화 체험 공간이다.
무계원은 조선 말기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자 서울시 등록음식점 제1호이기도 했던 오진암의 건물 자재를 사용해 지었다. 참고로 무계원이 위치한 무계정사지는 안평대군이 당대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글을 쓰고 활을 쏘던 장소다.
대문을 지나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로 둘러싸인 안마당이 나온다. 처마 밑 툇마루에 잠시 멍하니 앉아 여유를 누리면 어떨까. 고풍스러운 건물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전시까지 관람했다면, 사랑채 뒷편의 조원마당으로 향할 차례. 소담하게 핀 꽃과 싱그러운 초록잎 사이를 거니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5가길 2
'부암동주민센터, 무계원' 버스정류장 도보 5분
10:00~18:00 (휴관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무계원과 함께 묶어 먹고-마시고-구경하기 좋은
부암동 로컬 숍 3곳을 추천한다
레이지 버거 클럽
부암동에서 맛있는 햄버거가 먹고 싶다면? 2018년부터 동네 버거 맛집으로 주민과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레이지 버거 클럽으로 향해 보자. 이곳에서 나고 자란 부암동 토박이 주인장이 선보이는 푸짐한 수제버거를 만날 수 있다.
햄버거 하면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강해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레이지 버거 클럽은 남녀노소 거부감 없이 먹기 좋은 햄버거를 제공한다. 신선한 재료를 균형 있게 배합해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한 음식. 어르신과 어린이 손님의 방문이 적지 않은 이유다. 물론 ‘메이킷 더블’처럼 버거 매니아들이 열광할만한 묵직하고 강렬한 스타일도 있다. 패티, 치즈, 베이컨, 양파 모두 2배로 넣어 입에 빈틈없이 들어차는 풍미를 극대화한 메뉴다.
창의문로가 훤히 내다 보이는 창가를 따라 미국 다이너 스타일의 소파 좌석이 늘어서 있다. 그 위로 은은하게 내려 앉는 오후의 햇빛과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 밝고 쾌적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먹어서인지 버거 맛이 유독 만족스럽다.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7 2층
'부암동주민센터, 무계원' 버스정류장 도보 2분
매일 11:00~20:00 (15:00~16:30 브레이크 타임)
클럽 에스프레소
부암동을 처음 찾는 여행자들의 코스에 빠질 수 없는 곳, 클럽 에스프레소. 2001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퀄리티 높은 커피를 제공하고 있는 로스터리 카페다. 첫 시작은 대학로에 둥지를 튼 1990년이었으니, 30년이 넘게 이어져 온 로컬 커피 브랜드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3층짜리 벽돌 건물,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반겨주는 입구를 들어서면 도심이 아닌 한적한 외곽 지역으로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목재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각종 작업 도구로 채워진 산장 혹은 작업 공방 같은 느낌이랄까.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 거리 풍경이 내다보이는 2층에는 혼자 온 손님부터 단체 손님까지 불편 없이 머무를 수 있는 넉넉한 좌석이 마련돼 있다.
밝고 화사한 느낌부터 고소하고 묵직한 스타일까지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나보자. 똑같이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여러 원두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어 취향껏 즐기기 좋다. 원두의 개성을 좀 더 풍부하게 느끼고 싶다면 드립 커피를 추천한다. 사진 속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에티오피아 시다마’ 원두로 선택한 것. 기분 좋은 산미에 딸기나 포도 같은 과일 단맛이 진하게 전해져 봄-여름에 잘 어울리는 커피다.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2
'부암동주민센터, 무계원' 버스정류장 도보 3분
매일 9:00~21:00
로프트북스
조금은 새로운 부암동 가볼 만한 곳을 찾는 분들에게는 로프트북스를 추천한다. 로프트북스는 교보문고 MD 출신의 북 큐레이터 조성은 대표가 운영하는 큐레이션 실험 서점이다. 동시대 지식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목표 아래 국내외 양질의 컨템포러리 서적을 소개한다.
통창 너머로 짙은 녹음이 펼쳐지는 4평 남짓의 조그만 공간. 도심 속에서 자연을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부암동에 위치한 만큼, 책이라는 아날로그 콘텐츠를 통해 잠시 쉬어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기존 서점에서 흔히 보이는 분류 체계가 아닌, '웰니스 리트릿 Wellness Retreat'이란 테마를 중심으로 선별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책방 곳곳에 포진해 있다.
혼자 부암동을 찾은 여행자라면 특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벽 선반과 낮은 진열대 구석구석 자유분방하게 놓인 책들을 하나하나 살피자니 보물찾기하는 기분이 든다. 인문 서적부터 사진집까지, 창의적 사고와 생활 감각을 열어주는 책들의 세계를 여유롭게 거닐어 보면 어떨까. 도보 5분 거리에 자매 서점인 ‘사피엔스북스’도 영업 중이니 함께 방문해 보자.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29 2층
'부암동주민센터, 무계원' 버스정류장 도보 2분
수~토 14:30~19:30 (일, 월, 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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