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에 지글지글 전을 굽는 소리와 빗소리가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일까? 아니면 습해진 세상과 달리 바삭바삭한 음식이 주는 위로가 필요해서일까? 특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기름에 바삭하게 구운 노릇노릇한 전을 먹으려고 모인 사람들로 전집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여러 개의 대학교가 모여 있는 휘경동에 구수한 기름 냄새가 미각을 자극하는 ‘ 회기역 파전골목 ’이 있다. 회기역 1번 출구에서 경희대 방면으로 두 블록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파전골목은 1970년 경희대 상권의 형성과 함께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대학가 주변의 학생들은 자연스레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청춘들의 마음과 배를 채워주던 파전골목은 이제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질 만큼 맛집 골목이 되었다.
회기동 파전골목의 파전은 두께가 마치 돈가스처럼 두껍고, 전을 튀기듯이 굽기 때문에 바삭함이 특별해 일명 ‘돈가스 파전’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가격은 다른 곳의 전집보다 저렴하다. 후한 인심은 덤이다. 파전과 함께 먹기에 좋은 도토리묵, 골뱅이무침, 여러 종류의 탕을 같이 맛볼 수 있게 세트 구성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비 오는 날 걸쭉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먹는 파전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 같은 별미이다. 빛바랜 벽지 위 누군가 쓴 낙서조차 마치 시의 한 구절같이 느껴지는 오래된 파전 가게에 앉아 한국 사람의 정처럼 두툼한 파전과 시원한 막걸리 한잔해보자. 일상의 피로도, 여행의 피곤함도 싹 사라지고 즐거움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울 것이다.
벽화가 그려진 포토존이 유명한 '회기동 안녕마을' 을 방문하고, ‘안녕마을’에서 청량사 연화사, 홍릉 그린공원으로 이어지는 역사 탐방 코스를 걸어보자. 경희대 캠퍼스 는 그리스를 연상시키기는 본관 건물과 단풍명소로 이미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관광코스로 입소문이 날 만큼 아름다우니, 근처에 온다면 꼭 가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