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의 행복
두 바퀴로 달리는 서울

발도 자동차도 아닌, 자전거의 속도에 딱 맞는 계절.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서울을 여행해 보자. 다행히도 서울은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 ‘따릉이’가 잘 구축되어 있다. 지하철 출입구, 버스정류장, 학교, 주택단지, 은행 등 생활 반경 안에서 초록 바퀴를 단 따릉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시간 1,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꼭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비회원 결제 후 자전거 이용이 가능하니 외국인에게도 서울을 여행하는 최적의 방법일 수밖에. 서울 디스커버 패스를 소지할 경우 따릉이 어플을 통해 자전거를 24시간 동안 대여할 수도 있다. 늘 그랬듯, 여행에 테마가 있다면 더 좋으니까.
서울 역사 탐방, 한강 나들이 등 오늘의 테마를 정하고서 집을 나서 보면 어떨까. 두 바퀴로, 서울을 달리러.

#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한양 궁궐 코스

시작은 현재부터. 역동적인 서울, 광화문에서 라이딩을 시작해 보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에서부터 시청역 방면으로 난 자전거 도로를 타면, 짧은 시간 안에 서울의 옛날과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내 배경은 곧 조선 시대. 고종의 거처로 사용됐던 덕수궁을 끼고 돌아 궁 옆으로 쭉 이어진 덕수궁 돌담길은 서울의 커플이라면 한 번쯤은 가 봤을 데이트 코스다. 서울의 ‘걷고 싶은 거리’ 1호로 지정된 정동길은 도로 한 쪽이 자전거 우선 도로로 지정돼 있어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1800년대 우리나라 최초 신식 여학교인 이화학당과 우리나라 최초로 외국인이 설립한 근대 사학 배재학당, 한국 최초의 개신교 예배당인 정동제일교회 등 서양의 신문화가 일찍이 도입됐던 곳인 만큼, 이국적인 건축물이 주는 분위기가 색다르다.

정동길에서 빠져나와 서대문역 쪽으로 이동하면 또 하나의 궁이 등장한다. 조선 후기 왕들의 피우(避寓, 유사시 본궁을 떠나 피하는 곳) 장소로 지어진 경희궁이다. 고즈넉한 궁 나들이의 마무리로, 경희궁 바로 옆에 자리한 서울역사박물관에 들르는 것도 방법. 서울의 유적과 옛 가옥의 형태, 유물 등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만들어진 역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 강변 따라 유유자적

여의도 둘레길 코스

지금처럼 한강 나들이가 제격일 때가 있을까. 자전거 두 바퀴라면, 다리 밑을 따라 한강 공원을 호핑하듯 즐기는 일이 가능하다. 출발점은 서울의 정치와 언론,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 63빌딩을 비롯한 서울의 고층빌딩과 여유로운 강변의 모습이 어우러진 여의도한강공원은 라이더들에게 늘 인기 코스다. 수변무대가 놓인 물빛광장을 지나 여의도역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수풀이 우거진 샛강생태공원에 닿을 수 있다. 1997년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생태공원’으로, 반듯하게 잘 가꾸어졌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생태가 살아 있는 곳이다. 여의도 샛강을 따라 이어진 공원에는 도보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분리돼 있다.

이제 샛강생태공원에서 다시 여의나루역 강변으로 나와 반포대교까지 달려 보자. 원효대교, 한강대교에 이어 등장하는 반포대교 남단은 라이더들 사이에 자전거를 타고 건너기가 가장 용이한 코스로 알려져 있다. 반포한강공원은 여의도공원에 비해 한적한 편. 반포대교 옆 한강에 떠 있는 복합문화공간 ‘세빛섬’을 둘러보고, 남다른 강변 전망을 자랑하는 ‘미니스톱’ 편의점에서 간식 타임을 가질 수 있다.

# 도심 속을 달리다

종로 라이딩 스루 코스

종로 거리는 복잡함과 단조로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심을 자전거로 가른다. 종로 자전거 전용 차로는 2018년 4월 종로 1가부터 종로5가까지, 총 2.6km 구간에 걸쳐 개통했다. 찻길 끝 폭 1m 정도 도로 위를 암적색으로 칠해 표시하고, 오로지 자전거만 달릴 수 있도록 만든 길이다. 종로 자전거 전용 차로의 시작점은 광화문 우체국 앞이다. 근처 따릉이 대여소는 광화문역 5번 출구 대여소가 가장 가깝다. 페달을 부지런히 밟아 종료 지점인 동대문까지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종로를 따라 늘어선 시장 골목에 잠시 들러 간단한 간식거리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라이딩 거리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동대문을 지나 중랑천 자전거길로 향하자. 상왕십리를 지나 중랑천을 따라 용답역을 앞까지 산책로가 이어진다. 차량이 다닐 수 없는 구간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폐달링을 할 수 있다. 종로 라이딩 전용 차로는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는 구간이 잦다. 또한 자전거 도로 폭이 워낙 좁아 앞사람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를 잠시 벗어나야 한다. 그러니 너무 속도를 내지 않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동대문에 가까워질수록 상인들의 오토바이가 많아져 안전상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으니, 과속 라이딩에 주의해야 한다.

# 흐르는 한강 따라

광나루 한강공원 코스

강동대교에서 잠실철교 사이에 위치한 광나루 한강공원은 습지, 갈대 등 자연 그대로의 한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서울시의 유일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물이 맑고 깨끗하여 철새들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광나루 한강공원의 또 다른 이름은 광나루 자전거공원. 자전거길이 잘 닦여있고 주변에는 암사선사 주거지, 풍납토성 등 다양한 문화유적지가 곳곳에 산재되어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산책에 나서기 제격인 코스다. 조금 더 따뜻한 동네 분위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암사역 3번 출구에 위치한 따릉이 대여소를 기점으로 천호 자전거 거리를 둘러보자. 천호 자전거 거리는 강변 아파트 앞부터 천호동 공원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433m 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전거 관련 가게들이 밀집돼있는 거리며 한강 자전거길, 광나루 자전거공원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후 광진교로 향하자. 광진교는 광장동과 천호동을 잇는 다리로 개축되기 전의 한강대교와 함께 한강에서 가장 오래된 교량이다. 2003년 11월에 재개통하며 한강의 교량으로는 처음으로 양쪽에 각각 2m의 자전거 전용도로와 3개씩의 발코니형 돌출 전망대를 설치했다. 잠실타워가 보이는 쪽으로 건넌다면 광나루 한강공원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 맛있는 라이딩

용산구 먹방 라이딩 코스

이촌역에서 시작하는 라이딩은 보통 한강시민공원으로 빠지곤 한다. 하지만 먹거리와 놀거리에 집중한 라이더라면 ‘용산구 먹방 라이딩 코스’를 추천한다. 이촌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이면 이촌1동 주민센터 뒤에 위치한 자전거 대여소에 도착할 수 있다. 자전거에 올라 이촌역 3-1번 출구 근처로 폐달을 밟으면 서울의 작은 ‘재패니스 타운’이라고 불리는 주점과 식당, 카페들을 가득 만날 수 있다. 이태원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국립 중앙 박물관에 들러 시간을 보내도 좋다. 계속된 폐달링에 체온이 후끈해졌다면 서빙고역 근처에 위치한 팥빙수집 ‘동빙고’를 들러보자. <수요미식회>에 등장하며 이름을 알린 동빙고의 팥빙수는 달지 않고 깔끔한 팥 맛 덕분에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경리단길은 별도의 자전거 도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평소보다 속도를 늦춰 천천히 라이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경리단길을 쭉 따라 등장하는 업힐코스에 도전해봐도 좋다. 정상에 오르면 남산타워 밑을 가득 채운 이태원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Rider's Choice
서울의 자전거 테마 카페

도시의 자전거 테마 카페는 그 나라의 라이딩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교류의 장소이기도 하다. 안전한 자전거 파킹은 기본! 매니아의 안목으로 선정한 자전거 소품도 득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커피에 바이크푸드를 곁들여 에너지를 채우는 동안 라이더들과 교류하며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 자전거 덕후의 휴식 공간

비에이

이름하여 ‘Break Away from Ordinary’. 한적한 동네 끝자락에 자리한 카페 비에이는 자전거로 한강을 달리다가 들르기 좋은 염창나들목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자전거를 편하게 놓고 쉬어갈 수 있도록 카페 입구에 넉넉한 주차 공간과 자전거 거치대를 마련했고, 1층 카페와 별도인 지하 공간에서는 자전거 정비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렇다고 꼭 라이더만을 위한 장소는 아니다. 활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아웃도어의 느낌보다는 오히려 차분한 카페 분위기가 더해 오히려 주민들의 애정을 독차지하고 있다. 간판에 내건 ‘COFFEE & CYCLE’에서 커피 또한 놓치지 않게끔, 요즘 핫한 호주산 원두 ‘듁스커피(Dukes Coffee)’를 쓴다.

# 클래식 바이크와 커피의 조합

벨로치노

벨로치노는 바리스타가 내린 프리미엄 커피와 수제 클래식 바이크를 결합한 프랜차이즈 카페다. 전국에 매장을 두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장지역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와 강남 신세계백화점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어로 자전거를 뜻하는 ‘벨로(Velo)’와 카푸치노(Cappuccino)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벨로치노 모든 요소는 자전거로 통한다. 자전거 바퀴를 활용한 테이블과 벽 인테리어, 포토존까지. 전시 및 판매용으로 비치된 수제 클래식 바이크도 자유롭게 살펴보며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커피와 티를 기본으로 케이크와 머핀 등 간단한 디저트 등 메뉴는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고, 몸에 좋은 디톡스 주스도 판매한다.

# 라이더 안성맞춤 카페

제1보급소

잠수교를 지나 서빙고역을 지나칠 때쯤 목이 말라 온다. 서빙고역 근처에 자전거를 잠시 세워 목을 축일 카페를 찾던 와중 ‘제1보급소’를 마주쳤다. ‘제1보급소’는 라이더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자전거를 즐기는 모든 이들이 마음 편히 들러 쉬어가는 편안한 공간이다. 매장 인테리어는 굉장히 깔끔하다. 매장 한편에 자리한 테이블을 제외하곤 모두 걸터앉을 수 있는 긴 의자들이 가득하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다 벤치에 잠시 앉아 목을 축이듯, 부담 없이 쉬어갈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시원시원한 인테리어 속 아기자기한 자전거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전거 인장 모양으로 제작된 의자부터 스프로킷을 체인 기어인 스프로킷(Sprocket)을 활용한 바퀴 모양의 조명 장식도 멋스럽다. 지하 공간은 ‘BIDON’이라는 갤러리 겸 마켓으로 운영 중이다. ‘제1보급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디저트는 초콜릿과 바나나로 만든 에너지 바다. 맛은 브라우니와 비슷해 커피와 찰떡궁합이다. 바이크푸드 형식으로 포장되어 휴대도 간편하다.

# 커피 한 잔과 브롬튼 시승

위클 양재점

자전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타이어 지름이 20인치 이하인 작은 자전거를 미니벨로라고 부른다. 사이즈가 작아 보관과 휴대가 용이하고 외형이 예뻐 남녀노소 사랑을 받는 자전거다. 3대 미니벨로 브랜드를 꼽자면 아마도 브롬튼, 버디, 티킷 정도가 대표적이다. 위클에서는 브롬튼 전 모델을 양재천 자전거 도로에서 편하게 시승해 볼 수 있으며 캐논데일, 스트라이다 등 자전거와 관련 소품을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말이다. 매장 벽면에는 접힌 브롬튼이 가득 채워져 있고 헬멧, 안장, 다양한 부품들이 벽면 가득 진열되어 있다. 매장과 카페를 같이 운영하다 보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인데, 조화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넓은 창으로 보이는 녹음을 뒤로하고 위클에서 선점해야 할 자리는 역시 야외 좌석. 좌석은 대부분 캠핑용품(브롬핑)으로 꾸며져 있다. 자전거를 타고 매장을 방문하면 1,000원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 한강 상류 자전거 테마 카페

벨로마노 광장점

광나루역에서 광진교를 넘어 광나루 한강공원으로 향하기 직전, ‘벨로마노’가 위치한다. 벨로마노(VELOMANO)는 자전거를 뜻하는 프랑스어 벨로와 이탈리아어로 도움을 뜻하는 마노의 합성어다. 외관부터 독특하다. 자전거 바퀴를 사용한 간판에 눈에 가장 먼저 띈다. 내부에 들어서면 벨로마노의 마스코트, 블랙 리트리버 ‘마노’가 가장 먼저 반긴다. 벽면에는 스포트라이트 조명과 함께 자전거 3대가 차례로 전시되어 있다. 자전거 휠을 이용한 조명은 은은한 주황빛으로 빛나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주인장이 직접 개발한 사이클링 전용 드링크 3종은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천연 프로틴과 치아 시드를 함유하고 있어 수분 보충과 체력 회복에 좋은 에너지 드링크다. 종류는 총 3가지, 판타니(자몽), 꼽삐(포도)와 암스트롱(망고). 세계적인 유명한 자전거 선수들이 이름을 따 붙였다. ‘땅콩빙수’와 ‘카야 샌드위치’의 조합도 빼놓을 수 없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땅콩빙수는 4계절 내내 맛볼 수 있다. ‘벨로마노’는 자전거 헬멧을 착용하고 방문하는 이들에게 전 메뉴 500원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