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메트로폴리탄이 된 서울에는 나이도 생김새도 제각각인 수많은 건축물이 존재한다.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는 건축물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글. 양슬아 사진. 임학현
서울이 제아무리 LTE급 속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시라지만, 긴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은 남아 있기 마련이다. 조선왕조부터 대한민국까지 서울이 한 나라의 수도로서 견뎌온 세월만 해도 600년이 넘는다. 2011년 원형 복원 공사를 마치고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문화역서울 284는 원래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경성역사로 세운 건물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역사이다. 대륙 침략을 위한 관문 역할을 목적으로 3년 만에 완공한 경성역은 당시 동양에서는 일본 도쿄역 다음으로 큰 철도역이었다. 도쿄 대학 건축과 교수 쓰카모토 야스시는 스위스의 루체른역을 모델로 삼아 르네상스풍 절충주의 건축물을 설계했다. 붉은 벽돌과 아치, 비잔틴풍 돔, 1968년부터 ‘파발마’라 불린 시계탑 등은 세간의 이목을 끌 만했다.
경성역은 온갖 신문물이 들어오고 이를 향유하는 모던 걸, 모던 보이들이 오가는 근대 문화 공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서울역과 그 주변 동네는 처음의 빛을 많이 잃었다. 그러다 문화역서울 284와 서울로 7017을 비롯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면서 서울역 일대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서울역 뒤편의 만리동에는 카페, 레스토랑, 숍 등 개성 있는 공간이 속속 들어서면서 새로운 기운이 감도는 추세다.
서울 중구 통일로 1
운영시간: 매일 오전 10:00~19:00, 월요일 휴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0507-1416-3501
김수근은 한국 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김중업과 함께 한국 현대 건축의 1세대로 꼽히는 그는 1960년대에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서울의 건축적 흐름을 바꿔놓았다. 워커힐 힐탑바, 세운상가, 샘터 사옥 등 서울 곳곳에 그의 작품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1971년에 처음 건립한, 창덕궁 옆 공간 사옥은 공사 구분 없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 김수근의 아틀리에 겸 자택, 한국 현대 예술의 구심점이었던 이곳은 등록문화재 제56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기왓장 느낌의 검은 벽돌은 창덕궁 및 인근 한옥과의 조화를, 담쟁이덩굴은 자연과의 상생을 의도한 것이다. 1977년에 한 번 증축했으며 그로부터 20년 후 신관을 지었다. 그리고 2002년에 구관과 신관 사이를 잇는 한옥을 고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문화•예술 공간인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사용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 번화했던 창덕궁 일대는 이제 시간이 차분히 흐르는 동네가 되었다. 과거 국립국악원이 있던 운니동부터 공간 사옥이 자리한 원서동, 한옥 마을로 유명한 삼청동,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소격동까지 이 일대는 유독 고즈넉하다. 특히 귀여운 모습의 마을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원서동은 느리고, 소박하게 자신의 영역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드문드문 작은 공방과 카페를 만나게 된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83
화~일요일 오전 10:00~19:00, 월요일 휴관
02-736-5700
arariomuseum.org
1980년대에는 박정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양한 건축 사조가 등장했다. 또한 1988년에 열린 서울올림픽은 건축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서울에 고층 빌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강남 지역에 본격적으로 고층 빌딩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1985년 여의도에는 ‘한강의 기적’을 시각화한 한국 최초의 초고층 빌딩인 63빌딩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지하 3층, 지상 60층 규모에 전체 높이는 지상 249m로, 완공 당시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미국의 SOM사와 한국의 건축가 박춘명은 총 1만 3,000여 장의 황금빛 이중 반사유리로 둘러싸인 건물을 설계했다. 덕분에 빌딩의 파사드가 시시각각 변한다. 태양의 각도와 기온에 따라 다른 색으로 물드는 것은 물론 한강 변의 풍경을 입는 것이다.
양화도 또는 라의주라 불리던 조선 시대에만 해도 모래만 폴폴 날리는 불모지였던 여의도는 일제강점기인 1916년에 간이 비행장이 건설되면서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1968년 서울시에서 개발에 착수한 이후 꾸준히 발전해 오늘날엔 국회의사당, 각종 언론사와 금융 관계사, 아파트 등이 밀집한 국내 정치〮금융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한강 변은 벚꽃이 피는 봄부터 불꽃 축제가 열리는 가을까지 많은 인파가 몰리는 명소이기도 하다.
서울 영등포구63로 50
가게 별 운영시간 상이
1833-7001
https://www.63art.co.kr/
세계 유수의 패션 하우스가 서울, 특히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는 일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 되어버렸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고스란히 반영해야 하기에 건축물 자체에도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크리스챤 디올은 2015년에 단독 부티크를 오픈했는데,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크리스티앙 드 포르장파르크가 건물을 설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굽이치는 형태에 볼륨감이 돋보이는 새하얀 외관이다. 프랑스 파리 디올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에서 만든 캔버스 천의 소재, 실루엣, 율동감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레진과 파이버 글라스 소재로 만든 12개의 기다란 조각으로 각진 건물 일부를 둘렀다. 뒤쪽의 회색빛 벽면은 디올의 시그너처 문양인 카나주로 장식해 대비 효과를 주었다.
<강남의 탄생>이란 책에서 저자는 ‘강남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한국 현대사를 안다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개발을 시작한 지 불과 10여 년 만에 완벽한 현대 도시로 탈바꿈한 강남에서도 압구정 로데오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던 곳이었다. ‘야타족’과 ‘오렌지족’이 누비고 다니던 황금기는 지났지만, 아직도 청담동 일대는 럭셔리 브랜드의 단독 부티크와 아시아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즐비한 명품 거리로 남아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64
매일 오전 11:00~20:00 (일요일은 19:00까지)
02-513-0300
dior.com
[기사 원문 출처]에어서울 기내지 https://goo.gl/Vig3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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