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의 정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의미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서울에서 빈티지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숍 두 곳을 찾았다.
글. 양슬아 - 사진. 김연제
2015년 문을 연 페얼스는 오픈 당시에 오너인 두 부부가 운영하는 슈즈 브랜드의 쇼룸이었다가, 음반, 의류, 소품 등 그들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하나 둘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편집매장으로 바뀐 것이다. 영어로 신발을 세는 단위인 ‘페얼스(pairs)’를 매장 이름으로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오너의 안목은 다양한 빈티지 아이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음반이다. 1970~1990년대의 흑인 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오너는 여러 매체를 통해 이를 접하고 몸소 느꼈다. 주로 미국이나 일본에서 조금씩 구해 온 LP부터 카세트테이프, 심지어 거의 사라진 8트랙 오디오 테이프를 보며 음악 마니아들은 감탄한다. 그 밖에도 브랜드의 역사와 그 시대만의 고유한 디자인을 고려해 발굴한 빈티지 리바이스 진, 마블 패턴 노트,주얼리 등 흥미로운 빈티지 아이템이 가득하다.
8트랙 오디오 테이프 & 빈티지 리바이스 진
정작 오너 본인은 아직까지도CD를 즐겨 듣지만, 페얼스 손님들은 신기하게도 8트랙 오디오테이프처럼 그 이전의 매체를 소장용으로 찾는 경우가 훨씬 많다.리바이스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건재한 브랜드인 만큼 과거 모델이 의미가 있다. 빈티지리바이스 진은 원단의 질감, 버튼, 리벳 등 요즘 모델과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이제는 포화 상태로 그 영향이 인근의 상수동, 망원동, 성산동까지 뻗쳤다는 홍대에서도 ‘고요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의외의 장소가 있다. 비교적 인적이 드문 서교동 골목에 있는 건물 3층에 자리한 오벌이다. 2008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포스탈코, 파피에라보, 쓰호트 등 주로 일본과 유럽에서 건너온 해외 문구류를 취급하는 문구점이다. 구경하다 보면 1~2시간은 훌쩍 넘길 정도로 구석구석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어쩐지 어수선한 느낌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여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햇살이 들 때면 이곳에만 존재하는 여러 조형적 요소가 더욱 두드러지기도 한다.
그림을 전공했으며 어릴 때부터 문구를 많이 접하고 좋아했던 오너는 자연스레 빈티지 문구에도 눈길이 갔다. 연필, 레터 오프너, 북마크, 문진 등의 빈티지 문구를 오프라인 매장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소개한다.
빈티지 연필
오벌에서는 자신이 쓰고 싶은 물건을 관심 있게 찾고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즐거운 놀이라고 믿는다. 연필의 형태, 디자인, 타이포, 컬러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무엇보다 직접 써보면 그것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또한 연필은 이름에 생산된 시대, 공장 등의 정보가 다 명시되어 있으니 기본적인 지식부터 습득해 차츰 확대해나가면 된다.
오벌 (@by.oval)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48-29
목~일요일 오후 13:00~20:00, 월~수요일 휴무
02-325-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