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많은 도시에 성곽이 존재했다. 성곽은 도시를 방어하는 구조물이자 도시와 그 외 지역을 구분 짓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전 세계 수많은 도시에 성곽이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성곽이 남아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한양도성은 서울의 옛 도심을 둘러싼 도시 성곽이다. 600년의 시간을 견뎌온 역사가 우리 곁에 있다.
글. 박의령 - 사진 제공. 서울특별시
한양은 조선왕조의 도읍지로 서울의 옛 이름이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1394년 9월 한양 땅을 새로운 도읍지로 정하고 1396년 도성을 축조했다. 한양을 둘러싼 성벽과 그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성문 그리고 부대시설 등을 모두 아울러 한양도성 이라 한다.
서울의 옛 시가지는 사방이 네 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양도성은 백악, 낙산, 남산, 인왕산이라는 네 개의 산 능성을 따라 축성했다. 자연 지세를 따라 축조한 한양도성은 전체 길이가 약 18.6km에 달한다. 현재 약 13km 구간이 원형 또는 복원 상태로 보존되어 있고, 나머지 구간은 지하 유적으로 남아 있다.
성벽과 성문은 예나 지금이나 저마다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백악은 도성의 중심이자 국가의 상징이었다. 아직도 옛 성벽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기세를 뽐내고 있다. 낙산 은 네 개의 산 가운데 가장 낮은 산이다. 그래서 방어 기능은 덜했지만 사람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낙산 끝자락에 위치한 동대문 일대에는 도성을 지키던 병사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18세기에 생겨나 아직도 서울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남아 있다.
남산은 백악과 더불어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졌다. 조선 시대에는 봉수대가 설치되어 국가 통신망의 중심 역할을 했다. 현재는 N서울타워가 들어서 서울의 눈과 귀로 기능하고 있다. 인왕산은 경치가 좋아 조선 시대 시인들의 모임이 자주 열린 풍류의 공간이었다. 인왕산 성벽에 서면 자연과 현대 도시가 공존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득히 오래전에 세워진 이 성벽들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