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잘 나갔던 가게들이 있다. 물론 지금도 잘 나간다. 주변 환경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다 보면 무너질 법도 한데, 이들은 그런 변화를 잘 받아들였다. 긴 시간 어려움 없이 버텨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다 보니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다. 40년 세월을 뚝심으로 버텨온 가게를 알아보자.
1975년
종로구 계동길 67
02-765-3475
대구참기름집 은 이제는 보기 힘든 그 귀한 기름집이 종로의 명소인 북촌에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기름을 짠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민속박물관에서나 볼법한 풍경이다. 언제부터 사용하던 것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된 기계로 깨를 볶는데, 그 냄새가 기가 막힌다. 대형 마트에서 진열된 참기름 집을 원하는 대로 사다 먹는 요즘 세상에서 아직도 매일 문을 열고 깨를 볶는 건 그 맛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973년
종로구 우정국로 53
02-732-9904
조계사 앞에 줄 서 있는 불교용품점 중에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삼보원 은 작다. 본래 이렇게 작은 규모의 가게였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널찍했지만, 바로 앞의 우정국로가 확장되면서 삼보원이 자리한 빌딩의 3분의 1이 잘려 나갔다. 50년째 삼보원의 문을 여는 김금란 씨에게 이곳은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 고마운 가게다. 삼보원에서 취급하는 물건들은 승복부터 법문집, 염주, 목탁, 불상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1975년
중구 마장로9길 49-29
02-2235-7130
“으악”이라는 비명이 절로 나왔다. 입구부터 깔린 LP판이며 테이프, CD들이 자그마치 수십만 장이다. 아무리 황학동이 마니아들의 보물창고라지만, 이렇게 많은 음반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돌레코드 에선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LP판, CD, 테이프를 훑어보며 그 안에 담긴 옛 추억을 되새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보물창고는 입소문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음반 마니아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