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석구석에는 조선, 어쩌면 그 이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장터를 꾸리던 곳들이 있다. 100년 이상 그 전통을 이어온 시장도,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살아난 시장도 있다.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는 않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형태와 방식으로, 다채로운 먹거리와 흥미로운 즐길 거리로 방문객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서울의 전통시장으로 떠나자. 서울 아주 깊숙한 곳에 숨겨진 매력을 찾아낼 지도 모르니까.
조선 후기, 한양의 3대 장터로 알려졌던 곳이 있다. 종로 한복판에 있던 종루 시전, 서소문 밖 칠패(현재의 남대문시장), 그리고 동대문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던 배오개 장시다. 현재의 광장시장은 바로 이 배오개 장시의 명맥을 잇는다.
오래전부터 한복과 직물, 의류, 침구, 농수산물 등 다양한 공산품과 식품을 판매한다. 구제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종합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종로와 동대문을 오가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메뉴를 취급해왔던 식당들도 여전히 손님을 맞이한다. 전통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주전부리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여러 여행객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녹두빈대떡과 완자 등을 쉴 새 없이 구워내는 식당이 줄을 잇는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면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지는지, 저녁 늦게까지 빈대떡과 막걸리를 즐기는 손님들도 불야성이다. 육회와 산 낙지를 버무려 내는 식당도 인기다. 시장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노점에서는 마약김밥, 생과일주스 등 가볍게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최근 넷플릭스(Netflix)에서 방영한 ‘길 위의 셰프들(Streetfood)’에서 소개된 한 만둣가게가 큰 인기를 끌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꼭 들러볼 것.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메뉴판 있음(매장에 따라 다름), 한국어 안내 있음
명물 먹거리① - 원조순희네빈대떡 (빈대떡, 완자 등)
명물 먹거리② - 육회자매집 (육회)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메뉴 있음
먼 옛날 우리나라에서 통용했던 화폐 ‘엽전’으로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복궁 서쪽, 서촌에 자리하고 있는 ‘통인시장’이 그곳이다. 2012년 1월부터 시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체 엽전을 제작,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도시락카페 통(通)’을 운영한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점심 시간대에 즐길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시작은 오전 11시부터. 통인시장 입구에서 엽전을 판매한다. 이를 구매해 시장으로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도시락에 음식을 채울 시간이다. 통인시장의 명물 기름 떡볶이를 시작으로 제육볶음과 잡채, 떡갈비, 그리고 시장 상인 각자의 개성이 담긴 여러 요리가 판매대에 올라 손님들을 기다린다. 주어진 엽전은 10개(개당 500원, 1인당 5,000원 상당, 추가 구매 가능)뿐이니 신중할 것. 어디든 듬뿍 담아주니 양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마음에 드는 음식을 모두 구매한 뒤에는 시장 내에 있는 ‘도시락카페 통’으로 이동해 식사를 즐기면 된다. 그야말로 5,000원의 행복이다.
-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문, 메뉴 있음
일제강점기 조선보병대의 사격장이었던 홍은동 일대. ‘포방터’라는 이름은 바로 그곳에서 유래했다. 포방터시장은 홍은동 골목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아담한 시장이다. 외지인보다는 지역 주민들만 소소하게 이용하던 곳이었지만,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영 이후로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전국구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포방터시장은 식도락가 사이에서 맛집 순례지로도 손꼽힌다. 과거 홍탁집으로 알려진 식당 ‘어머니와 아들’ 등등 여러 곳이 맛집 순례자들의 목적지다. ‘어머니와 아들’에서는 프로그램 방영 당시 함께 화제가 되었던 막걸리도 맛볼 수 있다는 점, 참고할 것.
어디든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 식당에 들어설 수 있어, 방문하기 위해서는 예상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먼 곳에서 이곳까지 찾는 이들 중에서는 아예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이틀에 걸쳐 포방터시장의 맛집을 전부 섭렵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라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즐긴다면, 포방터시장은 빼놓을 수 없는 장소 중 하나다.
명물 먹거리① - 어머니와 아들 (닭곰탕, 닭볶음탕)
망원시장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을 주민에게 사랑 받는 공간이다. 어디에서나 친절하며 정이 넘치기까지 하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과일과 채소류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서다. 최근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 아케이드 지붕과 냉장 판매대를 설치하는 등 깔끔한 시설을 자랑하는 것도 망원시장의 장점이다.
망원시장은 망원동의 핫플레이스인 ‘망리단길’이 유명해지며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마을 주민들이 즐겨 찾던 식당과 베이커리, 카페 등은 이제 망원동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가 되었다. 장인 정신이 가득한 주전부리는 물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길거리 음식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망원시장에서 구매한 먹거리를 집까지 가지고 가서 먹는 게 어렵다면, 망원시장 상인회가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가 보자. ‘카페 M’에서는 포장해 온 시장의 음식을 펼쳐두고 먹는 걸 허용하고 있으니까.
명물 먹거리① - 맛있는집 (오징어튀김김밥)
명물 먹거리② - 망원고로케 (고로케(크로켓))
신림동을 관통하는 도림천을 따라 쭉 이어지는 신원시장은 오랜 세월 이곳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전통시장이다. 순대 타운이 바로 옆에 있어 전골 등 순대를 활용한 여러 요리를 맛보려는 이들도 많이 방문하지만, 시장에도 식도락이라면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깔끔한 분위기와 ‘가성비’ 높은 맛집이 많다는 것이 신원시장만의 매력 포인트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회를 구매할 수 있는 활어회 포장 전문점, 옛날 방식으로 치킨을 튀겨 내는 가게 등이 성업 중이다. 신선한 육회를 공급하기 위해 하루에 정해진 양만 판매하는 한 식당에서는 육회비빔라면, 육회냉면 등의 독특한 요리로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한 가게에서는 달콤하게 만든 반죽을 이용해 중국식 꽈배기와 전병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어 메뉴, 안내 있음 / 일부 중국어 표기 있음
(고모네정육식당의 경우 대표 메뉴에 관한 설명이 영어·중국어·일본어로 게재되어 있음)
명물 먹거리① - 고모네정육식당 (육회비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