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카페이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공부도 하고, 모임도 갖는다. 카페라는 공간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 이상이다. 사실 카페문화 자체가 서양의 것만은 아니다. 우리 문화에는 다방(茶房)이란 곳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다방이 유행이었다. 다방은 차를 파는 찻집을 의미한다. 다방은 오늘날의 카페처럼 위로받고, 창작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서울에는 아직 옛 향수를 간직한 오래된 다방들이 존재한다. 시대의 정서와 문화를 담고 있는 다방들을 알아보자.
1956년
종로구 대학로 119 (2층)
02-742-2877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학림(學林), 학문의 숲이라는 학림 은 서울대 연건캠퍼스 옆에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 듯 언제나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학림은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누군가는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비엔나커피를 찾아오고, 누군가는 이곳에 앉아 듣는 음악을 잊지 못해 찾아온다. 추억을 공유하는 장소인 것이다. 오늘날 젊은이들도 커피 맛있기로 유명한 학림을 곧잘 찾는다. 오래전부터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내려 커피를 만들었고, 그 맛은 지금도 독보적이다.
1972년
중구 명동4길 16 (2,3,4층)
02-776-3141
비엔나 커피 한잔에 300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에 80원이던 시절이었다. 가무 는 요즘 말로 핫한 셀럽들이 몰리는 곳이자 그들의 권력과 부를 자랑하는 장소였다.
가무만의 고풍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인테리어와 창밖의 중국대사관 정원 풍경은 시끌벅적한 명동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사치다. 가무의 비엔나커피를 한 모금 물고 창밖 경치를 감상하는 여유를 느껴보자.
1982년
종로구 인사동길33
02-738-5379
차를 좋아해서 직접 차를 덖는 사람이 차를 내주는 찻집.
‘ 지대방 ’이란 단어의 어원을 먼저 살펴보자. 지대와 방이라는 두 단어를 붙여서 만든 조어이다. 지대는 스님이 행장을 넣어서 들고 다니는 자루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지대방은 스님이 행장을 놓아두고 쉬는 방을 의미한다. 즉 편히 쉬는 방이라는 의미다.
인사동의 전통찻집 지대방은 1980년대 초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인사동을 거닐다가 편히 들어가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곳이었다. 현재 사장인 이종국 씨는 지대방의 3번째 주인이다.
1985년
중구 을지로 124-1 2층
02-2272-1886
을지다방 은 을지면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이 다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는 온통 공구가게들뿐이다. 가게에 들어서면서 카운터를 자세히 보면 칸칸이 나뉜 하얀 플라스틱 상자를 볼 수 있는데 칸마다 빨간색, 녹색의 작은 칩들이 들어있을 것이다. 언뜻 보면 보드게임 같은 물건이다. 바로 주문판이다. 빨간 칩은 커피, 녹색 칩은 쌍화차를 의미한다.
겨울이면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고소한 견과류가 듬뿍 올라간 쌍화차에 동그란 노른자가 동동 떠 있다. 오래된 다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묘미다. 여전히 을지다방의 쌍화차를 즐기는 여유는 옛 세대들이 그 시대를 추억할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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