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판길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 붙여졌다. 이 길에 8명의 판서가 살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다. 그러다 보니 유래가 깊다. 동네에서 좀 살았다 하려면 적어도 3, 40년은 돼야 명함을 내민다. 주민만 오래된 게 아니다. 10년, 20년 된 단골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940년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한 정육점은 이 길의 터줏대감 역할을 한다.
팔판길은 삼청동의 뒷골목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한산하고 복잡하지 않아 짧은 산책로로 적합하다. 길 서편엔 청와대 가는 길이 있고 다른 쪽 끄트머리엔 과거 국무총리 공관이 있다. 이런 여러 특징 덕에 호락호락한 가게라고는 하나도 없다. 국회의원들이 단골인 민어 전문점도 있고,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찾는 타르트 가게도 있다. 부드러운 우유식빵 가게는 항상 사람으로 붐빈다.
이곳은 저녁 8시만 되면 캄캄해진다. 청와대나 화랑가 사람들이 주된 고객이다 보니 그들이 퇴근하면 동네 영업도 끝이다. 팔판길에 위치한 유명 재즈 클럽의 영업시간도 겨우 밤 11시까지다. 길 양 끝에 청와대 경비가 있어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생각만큼 위압적이거나 불편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길을 물을 때 친절한 답이 돌아온다. 이 길의 특이한 점은 집마다 벤치와 의자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길을 걷다 다리가 아프면 누구나 쉬었다 가라는 훈훈한 의미다. 곳곳에 벽화도 그려져 있다. 물을 마시고 남은 페트병을 활용해 꽃을 심은 모습도 보인다. MBC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등장한 잡화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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