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도서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조용히 책만 읽어야 할 것 같은 공간에서 콘서트가 펼쳐지는 상황도 이제는 흔한 일이다. 심지어 장터가 열리기까지 한다. 조용해야 했던, 딱딱하기만 했던 기존의 서점과 도서관은 이제 안녕이다. 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내세우기 시작한 공간이 생겨나고 있으니까. 서울이 책을 색다르게 대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안락하게 즐길 수 있는 서적 중심의 복합문화공간 다섯 곳을 소개한다.
쇼핑몰 한가운데에 도서관이 있다면? 바로 그 상상을 실현한 곳이 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이다. 2,800㎡ 규모로 조성된 이 도심 속 서재는 일상 속에서 인문학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7만여 권의 장서가 무려 13m 높이에 이르는 서가에 촘촘하게 비치되어 있다.
문학과 인문학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룬다. 취미와 실용 도서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외국 원서나 해외 잡지도 이곳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명사의 책으로 구성된 '유명인의 서재' 코너도 이색적이다. 태블릿PC로 깔끔하게 볼 수 있는 E-Book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서가를 따라 설치된 의자와 테이블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노트북 작업까지도 가능하다. 서가를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뽑아 자리를 잡기만 하면 된다. 도서 검색대도 당신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을 거다.
별마당도서관에서는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만의 사색이나 여유를 즐기는 이들도,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별마당도서관 중심에 놓인 작품은 이곳에서 꾸준히 진행하는 아트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자세히 감상해보자. 저자들이 직접 나서는 토크쇼나 북콘서트, 시낭송회, 명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강연회 등이 수시로 열리기도 한다. 독서 중심의 문화 공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린다. 고민하지 말자. 그곳에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테니까.
언제나 시끌벅적할 것만 같은 서울 한복판에 조용한 도서관이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도서관 '서울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도서관은 1926년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부청의 청사로 지어져, 광복 후에는 서울특별시청의 청사로 활용되었던 건물이다. 2012년에 서울특별시청 신청사가 완공되어 모든 기관이 이전했고, 남은 공간을 도서관으로 꾸민 것이 바로 오늘날의 서울도서관이다.
서울도서관의 의미는 남다르다. 서울 한복판에 서서 100여 년의 역사를 오롯이 내려다보았음은 물론, 대표적인 일제강점기의 아픈 상처였음에도 철거되지 않고 남아서 그 역사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지식과 지혜를 품은 도서관이 자리하기에 이보다 더 특별한 곳이 또 있을까. 현재 서울도서관 건물은 등록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도서관은 총면적 18,711㎡ 규모의 공간에 45만여 권의 장서를 갖추었다. 9개 테마의 도서와 5종으로 분류한 자료들, DVD와 오디오북, 정기간행물, E-Book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누구나 자유롭게 도서관 내 자료실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장서를 열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다만, 대출이나 자료 예약, 보존서고 이용 등 몇 가지 서비스는 대출증을 발급받은 회원만 이용이 가능하다. 대출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서울특별시에 주민 등록이 되어 있거나, 서울 내 직장 또는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서울에 거주 중인 재외 교포, 국내 거소 신고자와 외국인 등록자이어야만 한다.
서울도서관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00여 년 전의 모습을 최대한 복원해 두어서다. 당시 건축 양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설이나 인테리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색적인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도서관 탐방을 떠나보자. 서울의 이야기가 담긴 서울기록문화관에서는 소설가 박태원의 대표작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모티브로 꾸민 '구보 씨와 함께 하는 서울광장 이야기'를 둘러볼 수 있다. 그 바로 옆으로는 시장실과 접견실, 기획상황실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서울도서관의 속살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서울시청에서 운영하는 '통통투어'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통통투어는 전문 해설사와 동행해 서울시청의 신청사와 구청사(서울도서관) 등 관련 시설을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도서관의 복원 과정은 물론, 곳곳에 담겨 있는 역사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서울책보고'에서는 노랗게 변색된 종이. 낡은 커버. 손때가 가득 묻은 헌책을 만날 수 있다. 신천유수지의 한 오래된 창고를 리모델링해 만든 서울책보고는 서울에서 가장 큰 중고 서적 플랫폼이다. 서울 시내 30여 개 헌책방이 참여해 독자들을 맞이한다. 오랜 세월 헌책방을 꾸려나간 서점 주인장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 따라, 각자의 시선에 따라 12만여 권의 책을 직접 큐레이션 했다고 한다. 1,465㎡의 규모를 자랑하는 초대형 헌책방에 누군가의 애정 어린 손길이 닿았던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을 수 있고, 원한다면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책보고에서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독립출판물도 찾아볼 수 있다. 색다른 시선과 남다른 통찰력을 담은 독립출판물 약 2천여 권이 서울책보고의 한 코너를 차지한다. 독립서점과의 협업을 통해 매년 400여 권을 추가로 구매해 비치할 계획이란다. 어디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고서적 역시 서울책보고 어딘가에 숨어 있다. 보물찾기를 하듯이, 희귀하면서도 마음에 쏙 드는 책을 탐색해보는 것도 서울책보고를 즐기는 방법이다. 이름처럼 책 보물창고가 따로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이곳에서는 독립출판물 저자가 직접 참여하는 독립출판마켓도 종종 진행한다. 그밖에 기존에 접하기 어려웠던 독서, 출판 관련 행사도 지속해서 열리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홈페이지에 있는 문화프로그램 캘린더를 주시하자.
내 집처럼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한남동의 핫플레이스 블루스퀘어라면 그 해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블루스퀘어 2층과 3층에 자리하고 있는 북파크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거대한 서재와도 같은 공간이다. 누구든 이곳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도, 원하는 책을 찾아 구매할 수도, 좋아하는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1168.7㎡ 규모의 북파크는 약 5만여 권의 책을 갖추고 독자를 기다린다. 특히 예술과 과학 분야 서적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다른 서점과의 차별화된 요소다.
2층 서점에 이어 최근 문을 연 3층의 '북파크 라운지'는 더욱더 포근한 분위기에서 안락하게 책을 읽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1인 단독 부스와 리클라이너, 핸드드립 커피와 여러 배리에이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카페가 방문객의 쾌적한 독서 환경을 지원한다. 베스트셀러부터 최신 화제작까지, 출판 전문가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3천여 권의 추천 도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있다. 포근한 소파에 누워서, 혹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앉아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어보자. 졸아도 좋다. 여러 권을 쌓아두고 읽어도 된다. 북파크 라운지 입장권과 함께 무료 커피 또는 음료를 제공하는 회원권의 가격은 하루 9,900원, 월 99,000원이다.
캠퍼스 분위기를 내면서 책을 읽고 싶다면 정독도서관을 추천한다. 차분한 삼청동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북촌사거리, 그 오른쪽 언덕에 정독도서관이 있다. 약 80년전 지어진 역사 깊은 건물로 곳곳에서 고풍스러움이 묻어난다. 특히 봄이면 벚꽃으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들어 계절마다 변화하는 정독도서관의 경관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정독도서관은 50만여 권의 장서와 2만 5천여 점의 비도서 자료를 소장하고 있어 원하는 분야를 폭넓게 탐구할 수 있다. 아름다운 정독도서관의 정원을 바라보며 책에 빠져드는 시간을 보내보자. 또한 인근에 있는 정독도서관의 부설 서울교육박물관에서는 한국 교육의 역사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전시로 만나볼 수 있으니 함께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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