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전세 계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언어의 장벽은 예전만큼 높지 않다. 그 흐름을 타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 또한 해외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타임>지는 <킹덤>을 비롯해 <동백꽃 필 무렵>, <하이바이, 마마!> 등 넷플릭스에서 꼭 봐야 할 한국드라마 10선을 소개 하기도 했다. 그저 안방에서 가볍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한층 더 실감 나게 1인치의 장벽을 허물어 보면 어떨까.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한 장소를 기준으로 서울을 여행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되며 해외 매체 및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극중 차유리(김태희) 친구의 식당 으로 등장하는 그곳은 경희궁길에 위치한 ‘도토리브라더스’다. <하이바이, 마마!(2020)> 외에도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 라보자(2018)> 등의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 도토리브라더스는 정갈한 일본 가정식을 선보이고 있다. ‘아보카도 골든에그’, ‘골든에그 살몬’ 등을 포함한 시그니처 메뉴를 기반으로 신 메뉴로 내놓은 ‘대창덮밥’도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식당 내부는 아담한 편. 오붓하게 2명, 많아도 3~4명이 가기에 알맞 은 분위기다. 식당 그 자체로도 고즈넉하고 귀엽지만, 주변 경희궁길이 산책로로 손색없으니 식사 전후 시간의 여유를 두고 찾는 것도 팁이다.
경춘선 망우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면 우림시장에 도착할 수 있다. 주변으로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가 다수 자리 잡고 있지만 우 림시장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 2000년도 전까지만 해도 우림시장은 대형마트의 성장으로 큰 타격을 입은 평범한 재래시장이었다. 우림시장의 상인들은 머리를 모아 현대화를 모색하였고 마트의 장점을 시장 운영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우선 천장에 비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편안하 게 쇼핑할 수 있다. 150대에 달하는 쇼핑카트를 도입하였고 망우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장에서 구매한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택배 차량 운행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무질서하게 설치된 점포별 천막, 파라솔 등을 깔끔하게 정비하였으며 차량 60여 대 주차가 가능한 무료 주차장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림시장은 국내 1,600여 개에 달하는 재래시장 중에서 가장 먼저 현대화를 모색했고 그 결과 지금 시장에는 사람이 넘친다. 어느 집 콩물이 맛있는지, 김치는 어디가 잘 하는지 맛을 비교해보며 시장을 숙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촬영지로 등장했다. 극중 주인공 차유리(김태희)가 귀신들을 피해 망우사거리부터 시장을 가로질러 도망치는 장면이 바로 우림시장에서 촬영되었다.
을지로3가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3~4분 정도. 다소 후미진 골목에서 유난히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혜민당’에 가까워진 것이다. 힙지로의 보석 같은 곳이라는 주변 직장인들의 평과 동시에 외국인들에게 혜민당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 는 드라마 <호텔 델루나(2019)> 중 만월(아이유)과 찬성(여진구)이 함께 팥죽을 먹던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실제로 혜민당에서는 팥죽보다도 훨 씬 화려한 메뉴들이 즐비한다. ‘양과자’라는 글자가 새겨진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무스, 프로마주 등 쇼케이스에 진열된 디저트들의 유혹이 시작된다. 커피는 혜민당 바로 맞은편에 있는 ‘커피한약방’에서 사야 한다. 과거 허준 선생이 병자를 치료하던 ‘혜민서’가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 지금은 한약방의 콘셉 트를 살린 카페가 들어선 셈이다. 혜민당과 커피한약방은 좁은 골목을 두고 서로 오픈돼 있어 각각 구매한 디저트와 커피는 두 가게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커피한약방은 2층, 혜민당은 3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층마다 다른 인테리어가 갈 때마다 새로운 기분을 선사한다.
익선동 ‘호텔세느장’은 드라마 <호텔 델루나> 중 호텔 델루나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변천사를 보여 주는 만월(아이유)의 사진 속 장소 중 하나로 등장했다. 실제로는 호텔이 아니라 카페 겸 라운지 바로 운영되고 있다. 옛 동유럽 호텔의 고풍스러운 컨시어지와 로비, 각 잡힌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까지, 사실 호텔세느장은 <호텔 델루나>보다도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본 이들에게 단번에 익숙할 것이다. 1979년 오픈한 ‘쎄느장 여관’ 건물을 개조해 만 든 호텔세느장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세워졌다. 지하 1층은 부티크, 1~3층은 카페로 꾸며져 있는데, 층마다 다른 콘셉트지만 침대, 벨벳 커튼 등 ‘호텔’이라는 공통점만은 고수하고 있다. 1~3층의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 비해 라운지 바(Full Moon)로 운영되는 4~5층은 탁 트인 채광 이 돋보인다. 특히나 사방이 뚫린 5층 루프톱은 저녁 시간이 선선한 이맘때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용식(강하늘)이 동백(공효진)에게 첫눈에 반한 드라마틱한 곳, ‘옹산책방’은 세트장이 아니었다. 종로 통의동에 위치한 책방 겸 북카페 ‘역사책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역사책방을 상징하는 ‘역사의 수레바퀴’ 조형물과 2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 등 독특 한 인테리어에 먼저 눈길이 간다. 그리고 발견한 남다른 큐레이션. 역사를 전공한 주인장의 손길을 통해 벽면 가득한 매대에는 시대 및 국가별로 나뉜 역사 관련 서적들이 빼곡하다. 역사책방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면 대형 서점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아담한 라운지 같은 공간에서 음료와 간단한 스낵을 곁들 이며 조용히 책을 볼 수 있다. 매월 역사책방에서 열리는 다양한 문화 이벤트에 참여해 보는 또한 아지트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방법이다.
뉴트로(New+Retro)가 대세다. 복고지만 새롭게 다가온다는 의미를 지닌 트렌드로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젊은 층에게는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부여한다. 신흥시장 골목 안, 자그맣게 자리한 ‘콤콤 오락실’은 뉴트로의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오락실로 들어서 면 ‘테트리스’를 시작으로 ‘슈퍼마리오, 스노우 브라더스, 보글보글’ 등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즐겼던 오락기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벽면은 ‘인생은 쪼렙, 게임은 만렙’ 등 위트 있는 문구들이 가득 메웠다. 복고풍 만화영화 포스터, 자명종 시계, 옛날 전화기 등 미닫이문을 열었을 뿐인데 과거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다. 한쪽 벽면에는 배우 강하늘과 김강훈의 사진이 붙어있다. 2019년 하반기 최고의 미니시리즈로 평가받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 해방촌 콤콤 오락실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극 중 황용식(강하늘)은 강필구(김강훈)에게 이곳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말이여, 어른이 돼보니까 말이여, 학원보다는 오락실에서 인생을 배운 게 더 많더라고.”
성북동은 과거 다수의 문인과 예술인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현재 성북동에는 과거의 자취를 추억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수연산 방이다. 수연산방의 의미는 ‘문인이 모이는 산속의 집’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소설가로 활동했던 소설가 이태준이 무려 13년간 수연산방에서 집필 활동에 몰 두했다. 최근 방영됐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떡집으로 등장했던 바로 그 장소이기도 하다. 삼청터널을 지나 성북동을 향해 직진하다 보면 오른편, 고즈 넉한 한옥의 매력을 뽐내는 수연산방이 등장한다. 과거 성북동 주민센터의 자리에 성북구립 미술관이 생기면서 더욱 찾기 쉬워졌다. 수연산방은 현재 전통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추차, 오미자차, 솔차 등 향긋한 차와 한과를 함께 내어준다. 자연의 단맛이 일품인 단호박 빙수도 일품이다. 소설가 이태준이 직 접 사용했던 고가구와 소품이 눈길을 끈다. 가장 인기가 좋은 자리는 3면이 모두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누마루다. 고즈넉한 한옥에 유유히 흐르는 국악 소리 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운치’는 수연산방에서 빠질 수 없는 단어다.
청담사거리 옆 위치한 보테가라운지는 2017년 오픈한 이탈리아 주류사인 보테가(Bottega)의 직영점이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하이에나>에서 고급스러 운 분위기를 뽐냈다. 입구부터 골드 장식이 가득해 마치 마카오 고급 호텔에 입장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너무 주눅 들지 않아도 된다. 운동복이나 모자 등 너무 편안한 복장만 아니라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테가 바텐더들이 선보이는 칵테일 쇼를 즐길 수 있으며 세계 유명 DJ를 초청해 프리미엄 라운지바에서 즐거운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주류는 전통적인 보테가의 멋을 즐기고 싶다면 보테가 골드 브뤼, 드라이한 샴페인을 즐기고 싶다면 보테가 밀리시마토가 좋다. 안주로는 트러플오일과 꿀이 들어가 달달한 맛이 가득한 감자튀김이 인기다.
드라마 <하이에나>에서 거대한 카페에 앉아 AP이언 한국 지사장인 케빈 정(김재철)이 정금자(김혜수)에게 말한다. “이 카페도 AP이언 겁니다. 괜찮죠, 이 카페?” 바로 그 카페가 신논현역에 위치한 알베르(Alver)다. 강남역 CGV 골목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듯한 알베르가 등장한다. 카페 앞 쪽 거대하게 솟아있는 나무는 주인장이 직접 골라심은 나무라고 한다. 북적이는 도심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마음이 안정된다. 알베르는 무려 3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테라스와 야외 좌석이 가득 준비되어 있어 어디서든 커피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알베르의 시그니 처 디저트는 티라미수. 촉촉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창가에는 계절마다 변하는 숲이 우거져 있으니 지금은 초록빛이 한창이다. 지하 1층과 테라스는 반 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복합문화공간인 만큼 다양한 팝업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고, 넓은 공간을 이용해 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한다.
스타트립은 스타와 셀럽, 아이돌 등이 다녀간 장소를 보여주는 한류 장소 큐레이션 서비스다.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는 일명 ‘덕질투어’를 계획하고 있는 팬들이나, 한류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최적의 어플인 셈이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드라마, 예능 등의 카테고리를 고른 뒤 장소를 방문하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스타들이 직접 앉았던 자리까지 알려주니 기특할 따름. 방탄소년단 RM의 트위터 속 그 장소, EXO 덕질투어의 완벽한 코스, 골목식당, 맛있는 녀석들에 등장한 식당들까지 무려 500여 개의 장소가 업데이트된다. 최근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컵홀더 투어도 지도로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특전, 주최자 정보까지 표시된다. 해당 장소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리뷰도 같이 볼 수 있어 더욱 풍성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드라마 #아이돌 #넷플릭스 # 호텔델루나 # 부부의세계 # 하이바이마마 # 로맨스는별책부록 # 영화 #한류 # 하이에나 #동백꽃필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