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꾹꾹 눌러 담아내는 공간이다. 그 지역의 기원은 언제부터인지, 도시의 풍경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 이 지역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품고 살아가는지 등등 여행지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전달한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 지역에 있는 박물관부터 둘러봐야 할 이유다.
다행히 서울에도 박물관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다. 주제도 그만큼 다양하다. 신석기 시대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하는 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근대화가 진행되었던 격변의 시기만 짚어주는 박물관도 있다. 현대 서울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주민들의 일상을 낱낱이 볼 수 있는 박물관도,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박물관도 있다. 그 밖에도 서울에는 정말 다양한 주제를 내세우고 있는 박물관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박물관을모아소개한다.서울을관통하는여러주제중마음에드는한 가지를 골라보자. 서울을 더욱더 깊이 있게 알아볼 기회가 될 것이다.
언제부터 서울에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했을까. 가장 오래된 마을은 어디에 있었으며,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강동구 암사동에 있다. ‘서울 암사동 유적’이다.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왔던 흔적이 이곳에 가득하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집단 거주지의 흔적이다. 자, 신석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6천 년 전, 신석기 시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실제 발굴조사를 마친 자리에 복원 움집 9기를 세워 당시의 모습을 최대한 구현했다. 추가로 선사체험마을을 조성해 신석기의 생활상을 더욱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구성하기도 했다. 유적지를 거닐다 보면, 마치 신석기 시대로 돌아가 시간 여행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박물관에서는 신석기 사람들의 생활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여러 유물을 전시한다. 빗살무늬토기, 한쪽 면을 날카롭게 갈아서 사용했던 돌칼과 돌도끼, 도토리 등 여러 방식으로 채집한 먹거리를 잘게 갈거나 쪼개기 위해 사용했던 갈판과 갈돌 등등 신석기를 대표하는 유물이 이어진다. 특히, 빗살무늬토기가 세계 각 지역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도 한쪽에 마련되어 있다.
130여 년에 걸쳐 이어져 온 한국 신문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곳이 있다. 동아일보에서 운영 중인 국내 최초의 신문박물관 프레시움(PRESSEUM)이다. 프레시움은 1883년 우리나라 최초로 창간한 근대 신문 '한성순보'를 시작으로 130여 년에 걸쳐 이어져 온 한국 신문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가장 먼저 21세기의 서막을 알렸던 세계 각지의 2000년 1월 1일자 신문 66종을 만나게 된다.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는 세계 여러 신문의 문화와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다. '신문의 역사' 섹션에서는 우리나라 신문의 역사를 차례로 조명한다. 19세기 말 격변의 시기를 겪었던 한반도의 역사가 지면 위에 오롯이 녹아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굵직한 사건들을 담아내고 있는 신문의 1면들, 긴급한 속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발행한 호외지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신문 역사의 중심 무대라고 할 수 있는 기자의 책상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꾸준히 변화해 온 신문 제작 기구들도 한쪽에 전시되어 있다. 그 시대의 문화적 특성이 녹아 있는 광고, 삽화, 사진, 만화 등에서는 시대별로 사람들이 어떠한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조선의 왕궁이 모여 있는 옛 수도 한양을 네 개의 산이 감싸고, 그 능선을 따라 성벽이 이어진다. 성벽은 숭례문과 흥인지문, 숙정문을 차례로 만나고, 지금은 사라진 돈의문이 있던 자리를 지나기도 한다. 조선 초기,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쌓았던 '한양도성'의 모습이다. 한양도성은 조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 유산이다.
한양도성박물관은 바로 그 성곽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조선의 수도인 한양, 그중에서도 특히 한양도성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소개한다. 조선 건국 직후,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그 주변에 한양도성을 건설한 과정이 시작이다.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내기도 했다. 외적의 침입과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본연의 기능을 잃고 훼손당했던 이야기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복원 사업에 관한 내용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조선왕조 600년이투영된한양도성의역사가이박물관에고스란히담겨있는셈이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후에는 바로 뒤쪽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낙산 구간과 흥인지문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분명 한양도성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원래 북촌은 왕족과 사대부들이 살았던 양반촌이었다. 경복궁과 가까워 그들이 살기에 좋았기 때문이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조선이 몰락했고,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처지 역시 비슷했다. 결국 북촌의 저택들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고관대작이 살았던 넓은 저택은 헐렸고, 그 자리에는 작은 집 여러 채가 새롭게 들어섰다. 당시 살길을 찾아 한양(경성)으로 올라온 지방민이 많았고, 그들에게는 집이 필요했으니까. 북촌의 가옥들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지금으로부터약100여년전의일이라는뜻이다.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북촌에서 살아왔던 마을 주민들의 삶이 이곳, 북촌생활사박물관에 남아있다. 40~50년 전만 해도 집마다 하나씩 갖추고 있었다는 가구, 각양각색의 물건 등이 박물관 내에 가득하다. 부모님이 결혼 당시 혼수품으로 들고 왔다는 자개장은 기본이요, 타자기나 고무신, 항아리나 맷돌, 무쇠솥, 다듬이, 주판 등등 잡다한 물건들이 추억을 소환한다. 전통 한복, 죽부인 등 소장품 하나하나에 담긴 개인적인 이야기가 꽤 인상적이다. 전시된거의모든물건을직접만져볼수도있다.번듯하게꾸며진박물관은 아니어도, 북촌한옥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깊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조계사 옆에 덩그러니 놓인 한옥은 임진왜란 직후인 16세기에 건축된, 궁궐 바깥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관청 건물이다. 처음엔 국립병원 격의 관청인 ‘전의감’으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에서 온 사신단의 숙소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우편 업무를 위한 관청이었던 ‘우정총국’이라는 이름은 1884년에 들어서야 등장했다. 당시 왕이 직접 근대 행정제도 중 하나였던 우정 업무를 실시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 건물에 우정총국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한것이다.
우정총국은 격변의 시기였던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담아내고 있는 건축물이다. 급진 개화파의 갑신정변이 이곳에서 있었고, 보안회가 주최한 항일 대중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민족사학의 요람이었던 중동학교가 이곳에서 수업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한다.
현재 우정총국 건물은 창설 초기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유물을 모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초대 우정총판이자, 한국 우정의 아버지로 불리는 홍영식의 흉상을 중심으로 100여 년 전에 사용했던 우정업무 관련 자료와 유물을 이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수돗물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다소 독특하다고 여겨질 법한 이 질문의 답은 뚝섬이 갖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상수도 시설이 이곳에 있으니까 말이다. 수도박물관은 1908년에 완공해 사대문 안쪽 지역과 용산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했던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 일부를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빨간 벽돌로 쌓은 건물인 옛 송수펌프실을 보존해 수도박물관 본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완공 당시 입구에 걸었던 현판, 그리고 건축 연도를 보여주는 표지가 외벽에 그대로 남아 있어 지난 110여 년의 세월을 보여 준다. 내부에는 한강 물을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까지 끌어올리는 데 사용했던 여러 기기를 전시해 두었으며, 투명 바닥을 설치해 건물 아래에 매설된 밸브 장치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별관에서는 옛 상수도 문화가 어떠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물과환경전시관은 자연환경과 인간 생활을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물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학습 공간이다. 옛 정수시설 중 하나였던 완속여과지의 내부도 개방한다. 이 시설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서울에서 세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여권은 집에 두고 와도 좋다. 항공권은 필요하지 않다. 세계 여행을 떠나는 출국심사대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세계 여러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겠다는 마음가짐 말이다. 준비를 마쳤다면, 은평구에 있는 다문화박물관으로 향하자. 세계 각국의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와 체험이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다문화박물관은 세계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다양한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단순히 외국의 물건을 관람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그 안에 세세하게 담긴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끔 돕는다. 이를 위해 외국인 선생님들이 봉사자로 나선다. 전시물을 차례로 설명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샘솟는다.
세계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꾸준히 열린다는 점도 다문화박물관의 특징이다. 계절과 시기에 걸맞은 체험프로그램을 주말마다 운영한다.
전국 139개 시・군에 있는 904개의 마을을 방문해, 2만여 명을 만나서 담아낸 소리를 한곳에 모았다. 국내 첫 민요 전문 박물관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 최근 창덕궁 돈화문 맞은편에 문을 열었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은 우리의 전통 음악인 민요를, 그것도 전국 팔도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곡을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설전시는 ‘우리소리로 살다’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일이나 놀이, 의례 등 한국인의 삶에 항상 함께 하는 노래들을 한데 모아서 소개한다. ‘소리’를 전시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우리의 전통 가락을 전국 각지에서 녹음해 온 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도록 음향 시설을 설치했다. 각 음악과 어우러지는 인터랙티브 영상을 함께 보여주며 몰입도를 높이기도 한다. 우리의 정통 장단을 리듬 게임으로 풀어낸 체험 시설도 꽤 흥미롭다.
단순히 박물관으로만 기능하지는 않는다. 민요를 주제로 한 휴식 공간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누구나 편안하게 들어와 우리의 전통 소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음원감상실을 꾸며둔 덕분이다. 우리소리 아카이브는 도서와 CD플레이어, 자료 검색대 등을 갖추고 더욱더 자세히 민요를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이 서울 남산 자락에 있다. 1950년에 설립된 국립극장은 지난 70년간 우리의 전통 예술을 현대적인 흐름에 맞게 재창조하고, 세계 무대에 소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일 년 내내 판소리와 창극, 전통 무용은 물론, 관현악과 오페라, 현대무용까지도 아우르는 공연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인다.
국립극장 별관 별오름극장 내에 위치한 공연예술박물관은 국립극장 70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곳이다. 연극과 무용, 창극, 오페라,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자료를 테마에 따라 분류해 공개한다. 한국 및 세계 공연예술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어떻게 발전해 오고 있는지 등 역사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관객의 관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예술인의 작업실이나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등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독특하고도 다채로운 매력이가득한공연의상도자세히살펴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