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은 체 광화문광장 한복판을 거니는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그 옆 고층빌딩 숲 사이에서는 어김없이 불고기 굽는 향이 퍼진다. 골목길 구석, 불을 밝힌 주점에 앉아 전통주와 한식 요리를 즐기는 이들에게서는 왠지 모를 정겨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에 전통문화가 절묘하게 스며든 풍경,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더욱 가까이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에서 비빔밥을 만들어보고, 김치도 담가보자. 그동안 소주와 막걸리만 알고 지냈다면, 그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전통주의 세계를 경험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식품명인에게서 직접 전통음식에 대해 배워볼 수도 있다. 서울의 놀라운 반전 매력을 소개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 서울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만나보자.
‘한국의집’은 조선 전기 문신이었던 박팽년의 사저 터에 세워진 전통문화체험공간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내외 귀빈을 위한 영빈관으로 활용되었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5개 동의 한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신응수가 경복궁 자경전을 본 떠 만든 건축물이다.
한국의집에서는 다양한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비빔밥, 김치, 떡 등 전통 음식을 만들어보는 것과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전통 복식 체험이 기본이다. 궁중요리 전문가가 음식 조리법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궁중 한정식 체험은 한국의집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한 스타일(Han Style)’ 패키지 프로그램을 개설, 궁중 한정식과 한복 체험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거문고나 가야금, 장구와 같은 전통 악기, 아름다운 선이 특징인 한국의 전통 무용 등을 배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개설되어 있다. 체험만 하고 떠나기 아쉽다면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열리는 전통 공연도 놓치지 말자. 높은 수준의 공연이 매일 저녁 이곳에서 펼쳐진다. 공연 중간에 영어 등 외국어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서 누구나 내용을 이해하며 즐길 수 있다. 궁중한정식을 기본으로 한 한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한국의집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한국의 전통 식품 문화를 제대로 만나보고 싶다면 강남구에 있는 ‘한국전통식품문화관’을 찾아가 보자. 이곳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직접 그들만의 비법을 소개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국에 존재하는 대한민국 식품명인은 오직 79명뿐(2020년 1월 기준). 전통식품 각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이들이 직접 강의에 나서는 ‘식품명인 체험 프로그램’은 매번 빠르게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식품명인 체험 프로그램은 우리의 문화 속에서 오랜 시간 전해지고 있는 전통 식품 문화에 관해 명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명인은 자신이 지켜 나아가고 있는 전통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물론, 독특한 비법이 담긴 조리법을 공유해 함께 전통식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정상 식품명인을 만나기 어렵다면, 평일에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교적 간단한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언제나 여러분을 기다린다. 전시 및 판매 공간에서는 식품 명인들이 빚어내는, 20여 종의 국가 지정 품목을 무료로 시식 또는 시음할 수 있다. 특히, 전통주 소믈리에가 상주하고 있어 취향과 분위기에 걸맞은 술을 추천받는 것도 가능하다. 다과를 두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카페에서 전통차와 한식디저트를주문해보는것도괜찮겠다.
청계천 옆에 자리한 ‘케이스타일허브(K-Style Hub)’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정보 안내 센터다. 2층부터 5층까지, 4개 층으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다양한 국내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만나볼 수 있다.
2층 관광안내센터에서는 서울을 비롯해 국내의 다양한 관광 정보를 제공한다.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쪽에 마련된 의료관광 안내 부스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티 테라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문객의 신체 상태를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간단히 체크하고, 이에 걸맞은 한방차를 경험해볼 수 있다. 체질과 건강을 고려해 몇 가지 한방 재료를 선택해 전통주머니에 담아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3~4층에 걸쳐 조성된 한식문화관은 한옥의 내부 구조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24절기에 따른 세시풍속을 소개하고, 선조들이 각 절기에 먹었던 음식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한국의 기후적인 조건과 농사 환경 등이 발효 과학과 어우러져 어떻게 조화로운 한 상 차림을 만들어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6인 이상 예약하면 진행하는 한식 쿠킹 클래스도 꽤 인기다.
5층은 지역관광체험관이다. 분기마다 지역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긴 공예 체험 프로그램이 릴레이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재료와 공예 방법을 활용하고,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까지 가미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체험자의 창의성을 담아 독창적인 공예품을 만들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복식 체험 프로그램도 상설로 열려 있다. 한복을 입고서 서울 여행의 기념사진을 한 장쯤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조선 시대, 사대부 사이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았던 술이 있었다. 술 한 통을 빚어내는 데 108일이나 걸렸다니, 그 정성과 노력만 해도 상당하지 않은가. 맛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했을 터. 세월이 흘러 수많은 술이 사라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술만큼은 살아남았다. 여러 대를 거쳐 술 빚는 법이 계승되었고, 지금까지도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무형문화재 제8호, 삼해주 이야기다.
삼해주는 지금도 북촌에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삼해주를 계승하는 김택상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제69호)이 운영하는 ‘삼해소주가’는 한국의 전통주에 관심이 높은 이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삼해소주가에서는 김택상 명인이 직접 빚어낸, 여러 종류의 전통주를 한데 모아 맛볼 수 있는 시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막걸리를 시작으로, 청주인 삼해주, 이를 다시 증류해 만드는 삼해소주를 비롯해 숟가락으로 떠먹는 술인 ‘이화주’부터 스페셜 시음 프로그램에서만 공개하는 ‘삼해귀주’까지 총 10여 종의 술이 차례로 등장한다. 주조 방식과 재료의 차이, 발효 정도와 숙성도에 따라 각기 색다른 맛과 풍미를 지니고 있어, 비교하고 의견을 나누는 재미가 있다. 정말이지 독특한 경험이다. 시음과 함께 들려주는 삼해주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으로가득하다.애주가라면서울여행에서 삼해주를 빼놓지 말아야 할 이유다.
‘뮤지엄김치간’은 김치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1986년 국내 최초로 김치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탄생한 이곳에서는 김치의 역사와 더불어 김치를 중심으로 보는 한국의 여러 식문화 등을 소개한다. 김치의 맛과 영양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도 이어진다. 김치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꼭 들러야 할 필수 여행 코스다.
뮤지엄 김치간에서는 김치를 직접 담가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통배추김치와 백김치를 주제로, 전문 강사의 설명과 함께 한 단계씩 차례로 김치를 담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맛보고 즐기기만 했던 김치에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는지, 담그는 방법은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지, 바람직한 보관법은 어떤 것인지 등을 상세히 배워볼 수 있다. 체험이 끝난 후에는 자신이 담근 김치를 직접 가지고 갈 수 있으며, 무료로 제공하는 레시피 페이퍼를 통해집에서도쉽게만들어볼수 있게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