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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식도락과 쇼핑까지 한 번에,
복합문화공간

서울은 문화 예술을 즐기기 가장 좋은 도시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미술관이 다양한 주제로 전시를 열고,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유서 깊은 공연 시설도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여러 극단이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는 대학로, 홍대 거리의 버스킹 등등 언제 어디서나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화와 예술을 한곳에서 향유할 수 있는 공간들이 인기다. 미술품 전시나 음악 공연, 북 콘서트는 물론, 식당과 카페, 이색적인 소품숍, 서점 등 다양한 시설과 문화 프로그램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서울의 복합문화공간을 소개한다.

# 문화비축기지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약 7천만 리터의 석유를 보관해 두었던 석유비축기지가 마포구 매봉산 기슭에 설치되었다. 1급 보안 시설로 분류된 탓에 인근 주민들도 그 정체를 잘 알 수 없었을 정도로 비밀스러운 곳.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위험 시설이 경기장 인근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권고에 따라 이전을 결정했고, 그렇게 다섯 기의 석유 탱크는 임무를 마쳤다.

그렇게 10년 이상 방치되었던 공간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문화비축기지’의 출발이다. 기존 자원을 십분 재활용해 다양한 용도의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탱크마다 비슷한 듯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다. 탱크 전면을 유리로 바꿔 다목적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활용되는 T1 파빌리온을 시작으로, 야외와 실내 공연장을 두루 갖추고 있는 T2 공연장,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역사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T3, 탱크 외벽 사이로 빛을 스며들게 해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 T4 복합문화공간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T5 이야기관에서는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T6 커뮤니티센터는 T1과 T2에서 나온 자재를 활용해 만든 신축 건물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이곳에서 이루어지며, 작은 도서관과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플리마켓을 비롯해 여러 문화·예술 행사가 끊임없이 열리는 것이 문화비축기지의 매력. 매일 문화비축기지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니 관심이 있다면 신청해보자.

# 피크닉(PIKNIC)

낡은 공장이 모여 있는 성수동 일대는 요즘 서울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는 중이다. 성수동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 ‘성수연방’도 그중 하나. 성수연방은 1970년대 화학공장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곳이다. 3층 건물 두 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곳에는 카페와 식당, 브루펍, 라이프스타일샵, 서점 등이 들어서 있다.

피크닉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전시가 열린다. 매번 독창적인 느낌을 선사하는 전시를 진행하는데, 전시 때마다 관람객의 관심을 한껏 불러일으킨다. 소설가들도 피크닉을 찾는다. ‘소설극장’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가 직접 작품을 낭독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리빙 셀렉트숍 ‘키오스크키오스크’에서는 비정기적으로 관련 워크숍이 열리기도 한다.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카페에 앉아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카페는 저녁이면 바로 변신하니, 낮과 밤의 상반된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피크닉을 즐기는 방법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감각적인 식사를 원한다면 제로컴플렉스를 찾아 예약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충후 셰프의 개성 넘치는 요리가 여러분을 기다린다.

# 성수연방

2018년 5월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은 오픈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절제된 미가 있으면서도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레트로한 분위기를 품고 있으면서도 곳곳에 미니멀리즘 요소를 반영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

성수연방은 ‘생산, 소비, 유통’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컬쳐&소사이어티 플랫폼을 추구한다. ‘자파브루어리(JAFA Brewery)’는 이곳에 직접 맥주를 만드는 주조 시설을 갖추고 손님을 맞이한다. ‘존쿡 델리미트(Johncook Deli Meats)’는 ‘팜프레시 팩토리(Farm Fresh Factory)’라는 이름의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며, 레스토랑에서 이를 이용해 만든 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아크앤북(ARC N BOOK)’은 감각적인 패션 잡화 브랜드 ‘로우로우(RAWROW)’와 협업해 서점을 운영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플리마켓 중 하나인 ‘띵굴시장’이 만든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띵굴스토어’는 단연 방문객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공간이다.

# 행화탕

1967년 문을 연 이래로 아현동에서 무려 40년 이상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목욕탕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멋지게 변신했다. ‘예술로 목욕합니다’를 모토로 삼는 ‘행화탕’이 그곳이다. 목표는 마을 주민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예술 공간으로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보이고자 하는 것. 이곳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예술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각종 실험적인 공연이 자주 열린다는 점이 행화탕의 특싱이다.

전시나 공연이 없는 날도 행화탕을 즐길 수 있다. ‘행화서가’라는 이름으로 책을 비치해두고 있어 책을 열람, 구매할 수 있으며, 공간 벽면에 걸린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행화탕이 운영하는 카페는 정말이지 독특한 콘셉트의 음료를 선보인다. 사람 모양의 생크림 얼음이 반쯤 잠긴 채로 등장하는 ‘반신욕라때’는 그 이름에서부터 센스가 넘친다. 목욕탕에서 보았음 직한 대야, 욕실 의자, 때밀이 베드, 수세미 등등 다양한 물품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이라면 마치 목욕탕에서 마시는 것만큼이나 개운할 거다.

# 플랫폼 엘

플랫폼 엘(Platform L)은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아트센터다. 갤러리와 라이브 홀, 중정 등으로 이루어진 전시 공간을 통해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미술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정 등 열린 공간에서 퍼포먼스를, 플랫폼 라이브 홀에서의 공연과 영상 상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아우르고자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술 공간 외에도 즐길 거리가 있다. 렉쳐룸에서는 각계각층의 명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크프로그램이나 강연, 기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함께 모여 시를 쓰고, 커피와 와인을 배우며, 각종 소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연다는 것이 플랫폼 엘만의 강점이다. 미술품을 모티브로 만든 굿즈 혹은 실제 미술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는 아트숍이 있으며, 잠시 쉬어가기만 해도 좋을 카페를 함께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