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속 산책하기 좋은 길
무엇이든지 빠르게 흘러가는 듯한 서울이지만, 그만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빼곡하게 들어선 고층빌딩 사이로 어김없이 공원이 등장하고, 느릿느릿 흐르는 한강 변으로는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가득하다. 역사를 따라가는 것은 어떨까. 옛 한양 도성이 있던 사대문을 중심으로 뻗어 나가는 성곽과 그 가운데 자리한 고궁,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역대 임금들의 능 구역들은 그 어느 곳보다도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공간이다.
자연 풍경만이 아닌, 역사와 문화, 숨겨둔 매력까지도 만나볼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로를 소개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서울을 산책해보자.
# 한양도성길

서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길이 있다.
조선의 수도, 한양의 경계를 담당했던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한양도성길이다. 숭례문과 흥인지문, 숙정문, 그리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돈의문을 중심으로 한양을 에워싸고 있는 한양의 성곽을 거닐어볼 수 있는 순성 코스다. 총 코스의 길이는 18.7km에 달한다.

한양도성길은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길이다. 울창한 숲과 탁 트인 하늘을 만날 수 있고,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서울 시내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조선의 중심이었던 한양의 역사가 산책로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곳곳에 서울의 자연이, 한양의 이야기가 가득한 셈이다.
크게 6개 구간으로 나뉜다. 구간별로 난이도에 차이가 있으며, 각기 다른 풍경을 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모든 구간을 한 번에 걸을 필요는 없다. 마음에 드는 구간 하나를 선택해 걷는 것을 추천한다. 백악구간과 인왕산구간에서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는 특징이 있지만, 경사가 가파른 산악 구간이 존재한다.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 산 정상 구역에 오르면 옛 한양도성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낙산구간과 흥인지문구간은 누구나 가볍게 산책할 수 있을 만한 길이다. 동대문 패션 거리, 대학로와 연계해 여행하기 좋다. 숭례문구간은 조선 후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을 만한 요소가 곳곳에 자리한다. 조선의 마지막 역사 이야기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길이다. 남산(목멱산)구간은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구간이다. N서울타워가 솟은 남산 정상부에서 감상하는 서울의 노을, 그 뒤를 이어 펼쳐지는 야경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풍경이다.

* info
- 각 구간 안내
- · 백악구간: 창의문 ~ 숙정문 ~ 말바위 안내소 ~ 와룡공원 ~ 혜화문 (4.7km)
- · 낙산구간: 혜화문 ~ 낙산공원 ~ 한양도성박물관 ~ 흥인지문 (2.1km)
- · 흥인지문구간: 흥인지문 ~ 동대문역사문화공원 ~ 광희문 ~ 장충체육관 (1.8km)
- · 남산(목멱산)구간: 장충체육관 ~ 남산 N서울타워 ~ 백범광장 (4.2km)
- · 숭례문구간: 백범광장 ~ 숭례문 ~ 소의문 터 ~ 정동 ~ 돈의문 터 (1.8km)
- · 인왕산구간: 돈의문 터 ~ 월암근린공원 ~ 인왕산 순성길 ~ 창의문 (4km)
- - 주요 거점에서 안내 지도와 스탬프투어를 위한 리플릿을 받을 수 있다.
- - 순성 구간 및 프로그램 문의 : 02-2133-2657
- - 홈페이지: http://seoulcitywall.seoul.go.kr
- - 참고: 백악구간은 탐방 시간이 정해져 있다. 11~2월은 09:00~17:00, 3~4월과 9~10월은 07:00~18:00, 5~8월은 07:00~19:00에 탐방이 가능하다. 진입 마감 시각은 개방 종료 2시간 전까지.
- -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리플릿 제공
- -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거닐 수 있는 다양한 순성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 월드컵공원

난지도는 원래 한강의 아름다운 섬 중 하나였다.
온갖 꽃이 피어나고, 수많은 철새가 찾아왔던 생태계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옛날이야기에 불과했다. 1978년부터 서울 시민들의 쓰레기를 쌓아두는 매립지가 되었고, 그로부터 약 15년 후에는 세계 최고 높이의 쓰레기 산으로 바뀌고야 말았던 것이다. 예전의 그 푸르른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 파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1996년부터 이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에 대한 안정화 작업이 이루어졌다. 쓰레기 매립지 일대를 정비했고, 쓰레기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를 정화해 배출하는 시설을 만들었다. 침출수 못지않게 발생하는 매립 가스는 보일러를 가동하는 방식으로 활용해 난방열로 바꾼 뒤, 주변 아파트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공급하고 있다. 한때 쓰레기 매립지였던 곳에는 친환경적인 공원이 생겨났다. 2002년 5월 개장한 월드컵공원의 시작이다.
평화의공원부터 하늘공원, 노을공원으로 이어지는 월드컵공원의 산책로는 도심 속에서 숲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월드컵공원 중앙에는 잔잔한 호수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주변으로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숲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이어진다. 숲 사이로 흐르는 개울은 마치 시골 어딘가에서 만나볼 법한 풍경이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쪽으로 이동하면 메타세쿼이아 길이 펼쳐지는 장관도 확인할 수 있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이 숲길은 월드컵공원의 필수 코스다.

# 경춘선숲길

서울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기찻길이 있다. 서울과 강원도 춘천을 잇는 경춘선이다. 기차를 타고 서울 근교인 경기도 가평, 강원도 춘천으로 여행을 떠났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용했던 적이 있는 이 기찻길에는 이제 열차가 달리지 않는다. 서울에서 춘천을 잇는 새로운 선로가 생기며 기존 구간이 폐쇄된 탓이다.

옛 경춘선의 일부인 경춘철교부터 서울시 경계까지 약 6km 길이의 선로를 따라 숲길이 생겼다. 폐선로를 그대로 보존한 채 걷기 좋은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경춘선 열차가 오갔던 옛 화랑대역은 역사관으로 변신했다.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된 역사는 근대 건축물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경춘선과 간이역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으로 꾸며졌다. 그 주변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달렸던 증기 기관차와 체코, 일본의 기차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옛 건물을 개조해 만든 카페, 시민이 직접 가꾼 정원도 경춘선숲길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근처에 있는 태릉(조선 중종의 두 번째 계비 문정왕후 윤씨의 능)과 강릉(명종과 인순왕후의 능) 역시 울창한 숲을 자랑한다.

* info
- - 위치: 노원구 월계동 경춘철교 ~ 공릉동 폐역 화랑대역 ~ 담터마을(서울·구리 경계)
- - 전화번호: 02-3783-5977(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 070-4179-3777(화랑대역사관)
- - 화랑대역사관 운영 시간: 10:00~18:00
# 샛강생태공원

여의도한강공원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공원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뒤에 숨어있는 샛강생태공원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샛강생태공원은 환경친화적인 공간을 표방하는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방치되어 왔던 여의도의 남쪽으로 흐르는 샛강을 정비해 현재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다.

본래 이 구역의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던 버드나무를 비롯해 갈대와 억새, 습지 등을 최대한 살려 보존하고 있다. 숲과 습지, 샛강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어 산책하기에도,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다는 점이 샛강생태공원의 특징이다. 도심 한가운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어, 무더운 한낮에도 쉬어갈 수 있는 그늘 쉼터를 쉽게 찾을 수 있기도 하다. 산책로는 여의도공원과 한강 쪽으로도 향하니 함께 묶어서 둘러보기에도 좋다.

* info
- -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9
- - 전화번호: 02-3780-0570 (여의도샛강 안내센터)
# 선릉과 정릉

서울 최고의 번화가 중 하나인 강남에도 산책하기 좋은 숲이 있다. 성종의 능인 선릉, 중종의 능인 정릉이 함께 있는 ‘선릉과 정릉’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중 하나인 곳으로, 성종과 정현왕후, 중종의 능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왕릉의 형태, 두 임금의 발자취 등을 가늠해볼 수 있어 역사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깊은 곳이다.

사실 선릉과 정릉은 강남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산책로로도 더 인기가 높다. 3기의 능 주변으로 빼곡한 숲이 보존되어 있고, 그 사이로 고요한 숲 산책로가 잘 조성된 덕분이다. 주변이 강남 번화가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고즈넉한 분위기가 숲길에 가득하다.

* info
- -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00길 1
- - 전화번호: 02-568-1291
- - 관람요금: 개인(만25세~만64세) 1,000원, 단체 800원
- - 상시, 시간제 및 점심시간 관람권: 상시 관람권 (유효기간 1개월) 10,000원 / 시간제 관람권(유효기간 1년, 개방~09:00, 11:30~13:30) 30,000원 / 점심시간 관람권(11:30~13:30, 10회, 3개월) 3,000원
- - 관람시간: 3~10월 06:00~21:00, 11~1월 06:30~16:30, 2월 06:00~17:00 (관람 종료 1시간 전 매표 마감)
-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 야간 관람: 야간에는 조명이 설치된 부분만 관람 가능, 11월~2월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야간관람 중지
- - 정기 해설: 선릉관리소 10:00, 14:00 재실 앞 / 한국의재발견 3~12월 토요일 10:00, 14:00 수표실 맞은 편 / 10인 이상 예약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