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은 사람들의 일상을 그대로 나타낸다. 흔히들 인간사 희로애락이라며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에 빗대곤 하는데, 그런 상황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반이 되는 골목길을 알아보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은 한국 전쟁 이전에 옛 경의선이 운행했던 길로 용산과 신의주를 오가며 518.5km를 달렸었다. 이후 서울의 번화가를 관통했었던 경의선 철길을 따라 숲길이 생기며 서울에서 가장 긴 공원(6.3km)으로 재탄생했다. 인기 있는 구간은 연남동 일대의 ‘연트럴파크’.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그 명칭을 따왔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공방이나 레스토랑, 카페 같은 흔히 말하는 힙한 가게가 줄을 잇고, 다른 한쪽에선 빽빽하게 심어진 소나무와 버드나무 사이 산책로를 따라 거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경의선 숲길은 굳이 여유, 휴식을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가족, 연인, 친구 무리를 보고 있자니 이 세상의 행복은 여기에 모아놓은 것만 같다.
마포구, 특히 홍대 일대에는 천여 개 넘는 출판사와 인쇄소가 있는데, 이를 인프라로 와우교 구간엔 ‘경의선 책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하늘을 뒤덮는 조형물, 텍스트의 숲은 꼭 읽어야 할 도서 100권의 제목과 본문에서 추출된 문장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받치는 71개의 기둥엔 옛 경의선의 역 이름이 새겨져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535-221
북한산을 바라보는 위치에 카페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수유 4.19 카페거리가 생겼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이 거리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고요함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어 걷다 보면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좋고, 거기에 달콤한 커피와 디저트가 함께라면 남아있던 화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만 같다.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산과 나무 등 자연이 주는 압도적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면서 수많은 고민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4.19 카페거리는 주위엔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근현대사기념관, 국립 4.19 민주묘지, 북서울꿈의숲, 회계사 등이 가까이 있다.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만개하는 시기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 중구 정동
수많은 노래와 문학에서 등장하는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이 걷고 나면 헤어진다는 소문으로 유명하다. 소문의 유래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은 옛 가정법원이 이 근처에 있어 이혼하러 가는 부부가 걷는 길이었다는 속설과 덕수궁 돌담길이 끊어져 있기 때문에 이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의 인연도 끊어진다는 속설이다. 이제는 헤어질 걱정 없이 걸을 수 있다. 슬픈 과거로 인해 영국대사관 정문과 후문에 막혔던 덕수궁 돌담길이 작년 12월부터 전면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덕수궁의 내부 보행로로 이어지기 때문에 통행 시간에 제한이 있지만 막힘 없이 덕수궁 돌담길을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사실에 속이 뻥 뚫린다. (통행 가능 시간: 화-일 9:00~18:00)
서울특별시청 서소문별관 13층에 위치한 정동전망대(카페 다락)는 덕수궁, 서울시청, 광화문 등 정동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사람들과 건물 모두 미니어처가 된 듯 신기하게 보인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매일 저녁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리는 을지로 노가리골목은, 싼값으로 맥주와 노가리(건어물 안주)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직장인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예전부터 인쇄 골목으로 유명했던 을지로 일대에서 인쇄물을 나르던 노동자들이 힘든 하루의 피로를 풀고자 술 한잔을 마시곤 했는데, 가난했던 그들이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안주가 바로 노가리였다. 영원한 맥주 안주로 손꼽히는 ‘노가리’는 어린 명태를 말한다. 바싹 말린 어린 명태를 손으로 찢어 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특유의 고소한 맛으로 계속해서 손이 가게 만든다. 얼마나 싼가 한 번 봤더니, 노가리가 단돈 천 원이다. 물론 못 먹는 사람을 위해 다른 맥주 안주도 물론 준비되어 있다.
서울의 중심에 있는 만큼 어디로 가도 명소이고 관광지다. 청계천을 거쳐 북쪽으로 가면 도심 속 고궁을 볼 수 있고,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을지로의 또 다른 대표 맛골목, 을지로 골뱅이골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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