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물은 어떤 곳일까?
서울시는 1979년부터 매년 아름답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서울시의 건축물 중에서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의미 있는 건축물을 선정하여 ‘서울시 건축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상은 서울시의 멋진 건축물을 새롭게 발굴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도시 속에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계속해서 지어져야 한다는 중요한 비전을 품고 있다.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건축물들은 어떤 건축물들일까?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을까?
올해에도 뛰어난 건축미와 공공의 의미를 가진 다양한 건축물들이 ‘2022년 제40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중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공건물인 김근태기념도서관(최우수상)과 중랑망우공간(우수상 및 시민공감특별상)을 함께 여행해 보자.
자연을 향해 활짝 열린 라키비움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 #시민공감특별상 #김근태기념도서관
도봉산역 인근,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김근태 기념도서관’은 주민뿐만 아니라 등산객 등 이 길을 오가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김근태 기념도서관’은 라키비움*으로서 책을 읽는 공간인 도서관인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야기를 담은 박물관이자,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라키비움(larchiveum) :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를 합쳐 만든 단어로, 도서관인 동시에 기록관, 박물관의 역할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의미한다.
‘김근태 기념도서관’은 외관은 격자무늬 콘크리트 벽에 넓은 창을 짜 넣은 형태로 도로를 향한 개방감이 크게 느껴진다. 이 넓은 창은 외부의 햇빛과 자연의 모습을 공간 내부로 끌어들여와 안과 밖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리를 감싼 콘크리트 벽은 규칙적인 간격으로 튀어나와 있다. 건물을 측면에서 보면 열을 맞춰 서 있는 도미노처럼 켜켜이 쌓여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입체적이고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이 건물은 크게 두 개의 동이 다리로 연결된 형태로 지어졌다. 관람객과 방문객은 내부를 순환하는 동선으로 공간을 즐기게 된다. 두 개 동의 양 끝을 다리로 연결하면서 생긴 가운데에는 자연스럽게 중정*이 만들어졌다. 이곳은 ‘김근태 기념도서관’에서 가장 열린 공간이다.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뚫려 햇빛과 바람의 자연이 직접 맞닿는 곳이면서, 중정을 둘러싼 커다란 유리창들 너머 도서관의 내부 속살이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서관이자 미술관답게 설치 작품이 중앙에 상징물처럼 놓여있다.
* 중정(中庭) :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마당을 뜻한다.
‘산바람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옥상 공간에 올라가면 시야를 가리는 방해물 하나 없이 탁 트인 북한산의 전경이 펼쳐진다. 이름 그대로 산과 산 사이에 불어오는 바람이 오롯이 전해져 오는 듯 시원하다. 옥상부터 아래층 테라스까지 이어진 계단은 이동 통로인 동시에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현재는 개방되어 있지 않지만 앞으로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열릴 준비를 하고 있는 이곳은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색다른 문화 공간이 될 것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산길 14
운영시간 평일 09:00 ~ 20:00, 주말 09:00 ~ 17:00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역사와 자연, 사람을 잇는 쉼터
#서울시건축상 #우수상 #시민공감특별상 #중랑망우공간
오랫동안 공동묘지로 사용되었던 망우리가 1973년 폐장된 이후, 이곳에 잠든 독립운동가들의 얼을 기리기 위한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지금은 유관순, 한용운, 안창호, 방정환 등 나라를 위해 소설과 시, 종교 등 각자의 방식으로 항거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묘가 안치되어 있다. 망우산의 고요한 자연을 거닐며 위인들의 숭고한 뜻을 기릴 수 있도록 새롭게 조성된 사색의 공간이 바로 ‘중랑망우공간’이다.
망우산 산자락을 따라 길게 뻗은 ‘중랑망우공간’은 지붕과 기둥, 벽면이 만들어내는 간결하고도 반듯한 직선들이 도드라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늘어진 직선의 열주(列柱)*들이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열주 공간은 실내인 듯 야외인 듯한 공간을 만들어내며 중심 공간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역할을 한다. 무채색 콘크리트와 금속 벽면의 우직함 위에 드리워지는 빛과 그림자가 리듬감을 더한다.
* 열주(列)柱) : 줄지어 늘어선 기둥을 뜻한다.
열주 공간 속에 들어가 앉아 있는 듯한 두 개의 매스*는 ‘중랑망우공간’의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각각 관리동과 전시동으로 관리동은 망우역사문화공원의 묘역 관리와 추모식 등을 진행하며, 전시동에서는 망우리에 잠든 문인들의 작품 등이 전시된다. 2층 공간의 사방이 유리로 이루어진 두 매스는 자연 풍경이 창에 그대로 비추어 건축을 드러내기보다는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 매스(mass) : '덩어리'를 의미하는 단어로, 건축물의 공간을 구분 지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중랑망우공간’은 추모 공간에 어울리는 고요한 분위기로 설계되었지만 그 속에 역동적인 분위기도 담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운데 수(水) 공간에 드리워지는 빛과 그림자. 다시 그 빛이 반사되어 건물에 일렁이는 물결은 고요한 공간에 활기를 더한다. 정적인 자연 속에서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잔잔한 일렁임은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평온을 느끼게 된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로91길 2
운영시간 평일 09:00 ~ 18:00 (주말 휴관), 카페는 매일 08:00 ~ 20:00 운영
#도봉산역 #중랑망우공간 #라키비움 #역사문화공원 #김근태기념도서관 #열주 #추모공원 #열주공간 #중정 #망우공원 #도서관 #북한산국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