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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홍대’는 실험적이고 독립적인 문화 실험의 산실이다. ‘홍대’라는 단어가 품은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오랜 세월 쌓아온 다층적인 레이어를 들춰봐야 한다.
1955년 홍익대학교가 이전하면서 대학가로 발전했다. 미술대학으로 유명한 홍대 앞에는 밤샘 작업이 많은 미대생들의 작업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들의 높은 안목과 취향을 반영한 카페와 레스토랑, 옷 가게, 팬시점 등이 들어섰다.
판매하는 플리마켓이 열렸고, 저녁이면 공터에서 예비 음악인들이 버스킹을 했었다. 이 즈음 홍대 일대의 건물 지하에는 클럽이 터를 잡았다. 매월 금요일 밤은 ‘클럽데이’로 불렸는데,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밤새도록 클럽을 옮겨 다니며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낭만 과다의 시대는 수많은 예술인을 배출했고, 홍대 상권은 점점 넓어져 지금의 상수역 일대까지 확장됐다.
2010년 12월 공항철도가 개통되고, 2012년 경의선숲길이 조성되면서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상수역과 합정역, 연남동 일대가 거대한 문화 놀이터가 됐다. 키 큰 빌딩이 들어선 대로변과 달리 골목 사이사이에 보석 같은 취향 공간이 많은데, 홍대입구역과 상수역 사이에서 홍대 분위기를 대표할 다섯 개의 스폿을 찾았다.
케이팝 팬과 이티스트를 위한 문화 공간, 케이팝 스퀘어(K-POP Square)
상수동 골목길을 거닐다 우연히 커다란 백팩 전체를 인형 캐릭터로 장식한 중국인 여행자 둘을 만났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팬으로, 플레이브의 데뷔 첫 아시아 투어를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했다. 콘서트를 기념해 팬들이 상수동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특별 전시를 보고, 축하 카페에 들를 계획이라고 했다. 가방을 장식한 인형과 키링은 플레이브 멤버들의 캐릭터였다. 공항철도역이 있어 상수동 일대에 숙소를 정하고, 지하철로 콘서트장까지 오갈 거라고 했다.
홍대입구역과 상수역 사이가 케이팝 팬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나 배우의 생일이면 팬들이 갤러리나 카페를 대관해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으로 전시를 열거나 기념 카페를 열어 축하하는 것이 케이팝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모두 캐릭터 인형이 있는데,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귀여운 인형에 지나지 않지만 팬들끼리는 알아보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아이템이 된다.
지난 6월 케이팝 그룹 캐릭터 인형을 비롯한 공식 굿즈를 한 곳에 모아놓은 케이팝 전문 특화 매장 케이팝 스퀘어가 오픈했다.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를 리뉴얼한 케이팝 스퀘어는 케이팝 팬과 아티스트가 더욱 가깝게 소통하고, 글로벌 팬덤이 함께 즐기며 연결될 수 있는 케이팝 허브로 기획된 공간이다. 1층에는 BTS가 디자인한 BT21의 캐릭터 상품이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어 있었는데, 서울시와 협업한 굿즈가 특히 눈에 띄었다. 1층 안쪽에는 리뉴얼을 기념해 제로베이스원의 팝업 스토어가 열리고 있었다. 포토존과 핸드프린팅, 멤버 치필 거울 등 다양한 컨텐츠가 마련되어 있었다. 2층에는 라이즈, 아이들, 뉴진스 등 케이팝 그룹의 굿즈를 판매 중이었다. 판켠에 인생네컷 부스와 뽑기(갸차) 기기, 거울 셀피 존 등을 마련해 뒀다.
케이팝스퀘어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41
월~일요일 11:00 ~ 22:00
홍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145m
전화 02-322-9631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카페 아벨롭(Avelop)
아벨롭(Avelop)은 전진(advance) 혹은 예술(art)과 발전(develop)의 합성어로, 계속 전진하며 예술적 깊이를 키워가겠다는 의미의 카페다. 20세기 한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중업이 1972년에 지은 주택을 감각적으로 개조한 곳으로, 벽면과 창, 마룻바닥 기존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세월의 이야기를 최대한 살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곳곳에는 수십 년의 세월을 간직한 나무, 각종 선인장 등 식물, 그리고 깔끔한 폰트와 세련된 소품들이 조화를 이룬다. 외부 테라스와 내부 공간 모두에서 ‘집’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테라스에는 야외 테이블이 있어 주택 마당에서 커피를 즐기는 듯한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기 좋고, 실내는 주택 고유의 구조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조명, 거울 등 포토존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사진 찍기에 좋다. 이러한 공간 연출 덕분에 집과 카페의 경계가 허물어진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베이커리 카페로 운영되며, 베이커리는 당일 생산하고 남은 것은 모두 폐기한다고 한다. 시그니처 메뉴는 시나몬 풍미가 가득한 크림 라떼인 ‘아벨롭 라테’와 짭조롬한 생크림이 올라간 ‘솔트 커피’. 이외에도 커피와 티, 주스 등을 판매한다. 베이커리 단품 외에도 초코 브래드 푸딩과 알배추 시저 샐러드, 캐럿 오픈 샌드위치, 아벨롭 브랙퍼스트 등의 핫 플레이트와 조각 케이크를 판매한다.
아벨롭
서울 마포구 양화로15안길 6
월 ~ 금요일 08:00~20:00, 토~일요일 11:00~21:00
홍대입구역 1번출구에서 468m
전화 02-336-8897
유일무이한 여행 기념품, 빈티지숍 페이지원 vintage shop page-one
변화가 많은 상수동 일대에서 10년 이상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빈티지숍. 빈티지 마니아 사이에서는 오래된 낡은 옷도 감각적인 빈티지 룩으로 완성시키는 곳으로 유명하다. 상수동의 오래된 2층 주택을 개조한 공간을 감각적으로 인테리어 했다. 인도에서 직접 가져온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직접 리사이클링했다고 한다. 제품마다 지니고 있는 스토리가 다르다는 점이 빈티지 제품의 매력.
페이지원은 국내외에서 직수입한 의류와 잡화, 소품, 가구 등 다양한 빈티지 아이템을 취급한다. 운이 좋으면 명품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빈티지 제품임에도 상품 상태가 매우 뛰어나며, 매장 분위기와 어울리는 신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컵, 접시, 나이프 등 생활소품, 인테리어 소품까지 취급하며, 액세서리는 주얼리 작가의 숍인숍 형태로 운영한다. 1층은 여성스러운 무드의 패션 아이템과 리빙 소품이 많고, 2층은 남녀 공용 빈티지 패션 소품이 주를 이룬다. 색다른 빈티지 아이템을 찾고 있거나 센스 넘치는 대표의 스타일링 솜씨가 궁금하다면 방문해 보자.
페이지원
서울 마포구 독막로 75
화~목요일 12:30부터, 금~월요일 13:00부터
상수역 1번출구에서 50m
인스타그램 @pageone_offical
취향의 발견, 마스킹 테이프숍 롤드페인트(rolledpaint)
돌돌 말려 있는 물감 하나로 일상이 다채로워지는 낭만, 롤드페인트는 마스킹 테이프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직원이 작은 정사각형 흰 종이를 건네며 ‘전시된 샘플 마스킹 테이프를 활용해 빈 종이를 디자인하면서 마스킹 테이프 취향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완성된 종이는 카운터에서 책갈피로 만들어 선물해준다.
대표 채민지 작가는 아토피로 인한 힘든 시기 방 안에서 마스킹 테이프에 빠져들며 치유와 창작의 경험을 누린 데서 공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마스킹 테이프를 단순 꾸미기 용품이 아닌, ‘돌돌 말려 있는 물감’처럼 예술적 도구로 해석했다는 점이 놀랍다. 일본, 국내, 자체 제작 등 다양한 브랜드의 마스킹 테이프와 관련 아트키트, 문구, 소품은 물론, 인테리어 소품까지 폭넓게 취급한다.
2019년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2023년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으로 이전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마스킹테이프를 찢고 오려 붙여 그림을 만들 수 있는데, 매장 안에는 마스킹 테이프를 찢거나 오려서 만든 그림을 프린트한 엽서가 전시되어 있어 참고해도 좋다. 마스킹 테이프를 구매하면 마스킹 테이프 작품이 새겨진 엽서 형태의 달력을 선물해 준다.
롤드페인트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57-6 2층
화~목요일 12:30부터, 금~월요일 13:00부터
합정역 5번출구에서 352m
인스타그램 @rolled_paint
시네마 스토어, 마이 페이보릿(my favorite)
합정역에서 서교 어린이공원을 왼쪽에 끼고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오른쪽 건물에 초록색 작은 문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 감각적인 포스터가 눈에 띈다. 매장은 영화 포스터, 피규어, LP·CD, 서적, 뱃지, 각종 소품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매장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영화, 음악, 문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인데,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간판 없는 지하 매장에서 짐작할 수 있듯 대중적인 아이템보다 마니아 성향이 강한 아이템이 많다.
내부는 LP존, 포스터존, 서적존, 지브리존 등으로 세분하고, 파트별로 신현이 대표의 취향이 반영된 희소성 높은 아이템을 전시한다. 구하기 힘든 해외 수입 포스터, B컷 버전, 오리지널 사이즈 대형 포스터 등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영화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다.
2018년 8월 25일 군산의 시간여행자 거리에 문을 연 시네마스토어로, 2023년 서울로 이전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영화를 또 다른 감각으로 감상하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좋아하는 영화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의 선곡 센스가 좋아 천천히 영화 관련 소품을 구경하며 음악감상하기에도 좋다. 신현이 대표의 ‘마이 페이보릿’ 이야기는 두 권의 에세이 <필요해서가 아냐, 좋아하니까>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마이 페이보릿
서울 마포구 양화로11길 18 지층
수~금요일 15:00~19:00, 토~일요일 13:00~19:00
합정역 2번 출구에서 179m
인스타그램 @store.myfavorite
‘트렌드 메이커’ 홍대와 상수역 사이는 여전히 트렌디했다.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팝업 스토어가 세련되면서 힙한 분위기를 주도했고, 개성 있는 공연장과 갤러리가 홍대 문화의 맥을 잇고 있었다. 신상 스폿은 현재 사람들의 관심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짐작케 했고, 여기에 2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들이 어우러져 문화 지층이 더욱 다양해진 느낌이었다. 트렌디하면서도 몰개성적이지 않은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방문객에게 묻는 듯했다, ‘당신의 취향은 어떤가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