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시도 변한다. 건물이 생겼다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형태의 골목이 만들어지기도한다. 긴 역사를 가진 서울은 그래서 늘 새롭다. 동네마다 골목마다 시간이 스며들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특별한 얼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래동은 예술과 산업의 묘한 동거가 이루어지면서 자신들만의 감성으로 골목을 채우고 있다. 녹슨 철강 사이에서 예술의 꽃을 피우는 곳, 문래동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물레와 기계가 돌아가는 곳에서
문래동 지명의 유래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래(文來), ‘글이 왔다’고 해서 문래라는 설도 있고, 실을 감아 만드는 ‘물레’에서 변형되어 문래동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전에는 문래동에 큰 방직 회사가 많이 있었다는 것에서 유추해 보면 ‘물레’에서 ‘문래’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조금 더 힘이 실린다.
영등포구는 예전부터 공장들이 모여 있는 공단 지역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문래동은 철공소가 밀집되어 있어 다양한 기계 부품들이 생산되는 곳이었다. 한때 호황기를 누리던 이 지역은 산업의 변화와 함께 쇠퇴기를 겪으며 바쁘게 돌아가던 기계 소리가 점차 줄어들고 사람들의 발걸음 또한 점점 뜸해졌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며 이곳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저렴한 임대료를 찾던 젊은 예술인들이 이곳으로 몰려든 것이다. 드문드문 쇳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리던 이곳에 젊은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래된 공장 거리에 예술 감각이 칠해지면서 레트로 열풍과 함께 철과 기계 더미에서 ‘예술’이라는 꽃이 피어났다. 과거 추억과 현재 모습이 하모니를 이루는 핫 플레이스로 사랑받는 문래동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세대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새로운 골목의 탄생,
문래동 철강골목은 예술작품 같은 멋진 그라피티로 시작된다. 기계 소리와 쇳가루가 날리던 낡은 건물 외벽을 장식한 화려한 그림과 글자들이 시선을 끌고, 철강을 형상화한 여러 조형물은 여기가 원래 어떤 곳이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이곳에는 사라지는 것들과 새로 생겨난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보물 같은 공간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예술인들의 아지트가 된 이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공방과 카페, 술집 등과 함께 기존의 철공소와 오래된 식당들도 오손도손 모여 있다.
숨은 그림을 찾듯, 미로를 탐험하듯, 골목 사이사이를 거닐다 보면 철강소에서는 용접 불꽃이 피어오르고, 한편에는 문 닫은 공장 셔터 위에 아티스트의 예술 작품이 꽃을 피우는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래된 도시 속 골목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가 가득한 문래동 철강골목으로 탐험을 떠나보자.
○주소: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늙은 기술 장인과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물레를 돌려 옷감을 짜는 것이나, 쇠를 자르고 용접하는 것,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 모두 결국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기술 장인들이 있던 곳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창작촌을 만든 곳이 바로 문래 창작촌이다.
철공소의 레트로한 감성과 예술가들의 세련된 감각이 공존하는 이색 골목인 문래 창작촌에는 골목마다 개성이 넘쳐흐른다. 작은 아트 갤러리들이 저마다 예술의 혼을 내뿜고 예술가들의 공방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트렌디한 카페와 음식점들과 오랜 골목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맥집 같은 특별한 장소가 공존하며 문래 창작촌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골목마다 전시회 포스터, 공연 포스터들이 붙여져 있는 작은 갤러리와 극장에서는 1년 내내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볼거리, 놀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특별한 문래 창작촌으로 가 보자.
○주소: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128가길 13-8
도심 속 쉼터,
입구의 커다란 물레 모양 조형물이 지금 서 있는 곳이 문래동임을 단번에 설명해 준다. 문래근린공원은 1986년 개장한 이래 다목적 운동장, 산책로를 비롯해 팔각정, 놀이터와 유아 숲 체험장 등의 가족 시설들도 갖추고 있어, 지역 주민이나 여행객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과 맞닿아 있어 문래동 여행의 시작이나 끝을 함께 하기에 좋은 문래근린공원은 자연 속에서 산책하며 잠시 휴식하기에 좋다. 친환경 공기정화벤치도 갖추고 있으며, 공원 내 식물마다 이름표가 붙여져 있고 설명도 잘 되어있어 관심을 둔다면 색다른 재미를 발견할 것이다. 문래근린공원 옆에는 공영주차장도 있어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도 편리한 편이다.
나무 사이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이 서울 문래동 여행을 더 행복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61
여행의 재미를 모두 가진 동네, 잠실 | 더운 여름, 잃어버린 당신의 입맛을 다시 찾아 줄 서울의 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