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6):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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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6): 가로수길

제작일 : 2021.10.25 / 수정일 : 2023.06.09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트렌드의 거리

도로변에는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가로수들이 늘어서 있다. 가로수들은 계절마다 옷을 바꿔가며 거리 속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서울 신사동에는 이 가로수가 줄지어 있는 유명한 길이 있다. 바로 최신 트렌드의 중심지 가로수길이다.

가로수길은 현재 패션부터 다양한 문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젊은 층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을 함께 걸어보자.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는 거리

#가로수길탄생

가로수길은 지하철 신사역 8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IBK 기업은행 신사동 지점부터 현대고등학교까지 이르는 약 650m의 구간을 이르는 말이다. 가로수가 길게 늘어서 있는 길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여 지어진 이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이 '가로수길'로 알려지면서 2020년 6월부터 도로명주소 또한 가로수길이 되었다.

가로수길 초입의 안내표지판 사진. 노란색 은행나무 모양의 패턴으로 장식되어있다.

지금의 가로수길하면 떠오르는 '문화 트렌드의 길'의 이미지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1960년대 말부터 강남의 개발이 시작됐고, 이에 따라 서울의 도시 풍경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미술품을 수집하고 누리던 부유층의 화랑도 1980년대에 개발이 마무리되면서 인사동에서 강남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가들 또한 청담동보다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에 조용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 가로수길에 화실을 열기 시작했다. 이렇게 갤러리와 화실이 모이며 예술과 문화가 있는 거리가 되었고, 90년대 이후 패션과 관련된 것들이 거리에 모여들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가로수길 거리 풍경. 가로수길 이름처럼 차도 양 옆으로 키가 큰 가로수들이 나열해있다

가로수길은 왕복 2차로의 거리를 따라 16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다. 도로의 길이가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물은 입구 폭이 좁고 내부가 긴 형태를 이룬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2010년대 이후에는 기존의 상점들이 뒷길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에 가로수길의 '가로'를 빌려 이름을 지은 일명 '세로수길'이 등장한다. 가로수길과 더불어 세로수길이 함께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 패션샵들이 이 거리만의 세련된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다.

* 젠트리피케이션 : 유명세만큼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일대 상권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기존 가게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외곽으로 쫓겨나는 사회적 현상

가로수길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13길, 압구정로12길 (가로수길)
#신사동 #가로수길 #세로수길

천천히 걷다보면 옥상까지

#가로골목프로젝트

가로수길 복합문화공간 '가로골목' 입구 정면사진. 정사각형을 활용한 '골목'이라는 간판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문화 예술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는 가로수길에는 이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모아 놓은 공간이 있다. 바로 가로수길과 세로수길을 잇는 통로이자 복합문화공간인 '가로골목'이다. 가로골목은 인사동 쌈지길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루프탑까지 총 6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은 김찬중 건축가의 설계로 진행되었다.

가로수길 복합문화공간 '가로골목' 내부 전경. 계단 위에서 휴게공간을 내려다본 모습

가로골목의 가장 큰 특징은 임대료가 가장 비싼 1층을 비워냈다는 점이다. 가로수길과 같은 밀집 지역에는 규모 있는 *공개공지가 생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가로골목은 필로티로 1층을 열고 그 안에 휴게공간, 플리마켓, 카페 등을 두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열린 1층은 2층부터 이어지는 상점들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한다.

* 공개공지 : 도시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하기 위하여 일정 용도와 규모의 건축물에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하는 소규모 휴게시설

'가로골목' 상부 경사로에서 1층 휴게공간을 내려다본 모습. 미니멀한 디자인의 테이블과 스툴 의자들이 보인다

건물은 1층부터 최상층까지 경사로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경사로는 낮은 각도로 설계되어 천천히 따라 올라가면서 산책하듯 자연스럽게 상점들을 구경하게 된다. 평균 16㎡의 공간을 사용하는 100여 개의 소규모 상점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로골목의 휴게공간은 1층에서 끝나지 않는다. 상점들을 구경하며 계속 올라가다 보면 가로수길과 세로수길이 한눈에 보이는 옥상정원을 만날 수 있다. 건물 곳곳을 공용공간으로 설계하여 사람들의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인 것이다. 이로써 이곳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점들과 잠시 멈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가로골목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13길 36
#가로골목 #복합문화공간 #휴게공간 #옥상정원

밝음과 어두움, 두가지 매력이 공존하는

#가로수길멋집 #릴트 [영업종료]

가로수길을 방문한다면, 메인 가로수길 주변의 사이사이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보는 것도 좋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뽐내고 있어서 이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이곳은 골목길 사이에서 다양한 식물들이 감싸 안고 있는 디저트 카페 '릴트(Lilt)'이다.

릴트는(Lilt) 영어로 ‘음악의 리듬’을 뜻하는데, 이곳을 설계할 때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을 주된 공간의 콘셉트로 잡았다고 한다. 입구 앞 *필로티 아래 테라스 공간은 꽃 모양을 연상시키는 천정의 패턴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식물, 화이트 톤의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되어 입구를 한층 화사하게 만든다.

* 필로티(Piloti) : 건물을 지상에서 분리해 기둥, 내력벽과 같은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만 남겨둔 채 개방시킨 공간

가로수길 카페 '릴트' 내부 모습. 살아있는 진짜 식물이 심어진 돌 테이블이 놓여있다

테라스 공간의 밝은 이미지의 외부를 지나 카페 내부로 들어서면, 반전이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카페의 내부는 포인트 조명만이 은은하게 밝히는 차분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내부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식물이 심겨 있는 돌로 만들어진 테이블이다. 비정형 형태의 테이블은 다른 질감의 돌들 위에 얹혀있다. 연두색 대리석 바는 맞은편에 위치한 긴 창의 배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돌의 색과 질감이 어우러져 릴트만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진다.

카페 릴트 내부 모습. 커다란 유리를 인테리어에 활용해 공간을 더 넓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전면의 폴딩 도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사계절의 따뜻한 햇살이 어두운 색상의 공간 속에서 돋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폴딩 도어를 통해 외부 테라스로 자연스럽게 내부 공간이 확장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카페는 반려동물이 동반 가능하며, 추후 지하에 갤러리도 오픈 한다고 하니, 더욱 기대되는 공간이다.

가로수길 나들이 속, 개성 있는 카페 릴트에서 시그니처 메뉴인 릴트커피를 마시며 상큼한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릴트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156길 27 1층
인스타그램 @cafe_lilt
#릴트 #Lilt #가로수길릴트 #반려동물동반가능

이번에 함께 걸은 건축여행 코스는 바로 요기!

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 6화 일러스트 지도. 지도의 오른편 하단에 신사역 8번출구가, 위에서 아래까지 직선으로 3호선이 다니는 길이 표시되어있다. 신사역에서 한 블록 떨어진 위치부터 가로수길이 시작되어 오른쪽 하단에서부터 왼쪽 상단까지 대각선으로 가로수길이 표시되어 있다. 기사에서 소개된 가로골목 프로젝트는 가로수길 중간지점에, 카페 릴트는 신사역 8번출구에서 3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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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도시를 형성하고, 도시가 모여 국가를 이룹니다. 때문에 건축은 도시의 구성요소로서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합니다. 비짓서울 x 아키베어의 '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은 우리 나라의 수도 서울을 여행하면서 건축 문화 이야기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잘 지어지고 개성 있는 건축물은 도시에 새겨진 예술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역사와 개성을 가진 서울에는 감상이 될 만한 멋진 건축물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멋길따라 서울 건축 여행' 시리즈를 통하여 여행지로서의 서울, 나아가 일상 속의 서울에 숨어 있는 건축을 예술처럼 감상하는 경험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비짓서울×아키베어의 '멋길따라 서울 건축여행'은 건축 문화 여행 콘텐츠 기업 (주)하스스튜디오의 브랜드 아키베어(ArchiBear)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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