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작가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의 대리석 판을 깨어 이것들을 번갈아 쌓아 올리거나, 원기둥이나 구 모양의 단위체들을 무한히 반복하여 하늘로 끝없이 뻗어가는 작업을 주로 진행한다. 하늘로 끝없이 뻗어가는 그의 기하학적 추상 조각들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대리석의 균열을 통해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그리고 이렇게 깨어진 대리석 판을 번갈아 쌓으며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고 화합되는 과정을 표현한다.
박은선 작품 속 균열은 그의 대표적인 조형적 특성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그의 조각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서양의 조각가들은 대리석의 물성을 살려 덩어리로 표현하고자 했다면, 대리석을 절단한 후 겹겹이 쌓아 올리는 것은 박은선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다. 이 균열들은 우리의 마음을 트이게 하는 숨통이기도 한다. 강한 대리석을 의도적으로 깨고, 거칠게 파괴된 돌과 부드럽게 처리된 돌들, 서로 다른 색의 돌들을 한 작품 안에서 잘 어우러지도록 만든 그의 작품은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히 노력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예술은 형식과 이념의 조화로운 일치가 이루어질 때, 정신이 자연을 이상화하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때 완전성의 더 높은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혹은 우리나라 전통의 돌탑을 떠올리게도 하는 그의 작품들은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서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되었고, 이것은 또한 내·외적으로 작가를 완벽히 대변해준다.
새로이 선보이는 박은선의 신작 ‘무한기둥-확산’ 은 LED조명이 설치되어 있는 여러가지 색의 대리석 구슬들이 한데 모여 기둥 형태를 이룬 조명 작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었던 상황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확산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들은 우리에게 앞으로의 무한한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이번 스텔라 갤러리 박은선 전시는 국내에서 5년 만에 열리는 박은선의 개인전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와 그의 지난 업적과 명예를 기념하고,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 화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