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맺는 일은 대상을 감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중 눈이 가는 길, 시선(視線)은 관계를 맺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다.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시선은 관계 맺기에 용이하다. 그러나 그 대상이 낯설다면 시선에는 욕망이 깃든다. 그 대상과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 대상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거나, 필사적으로 관계를 맺지 않기 위해 맴돌거나, 혹은 욕망이 좌절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만욱(b.1975)과 키미작(b.1976)은 오랫동안 그들의 시선이 머물렀던 낯선 대상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각자의 관계 맺음에 대해 논한다. 이들의 시선 끝이 향한 결과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만욱 작가의 경우 대상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가 결국 낯선 대상의 경계를 지우는 것으로 귀결되며 키미작 작가의 낯선 시선 끝에는 편입될 수 없는, 주변을 맴돌며 관찰한 작가의 서술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