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전체가 미술관
벽화가 그려진 서울의 골목들
서울의 색깔은 다양하다.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 초록빛으로 가득한 숲과 공원, 시시각각 다양한 빛으로 물드는 한강, 그리고 굳이 특정 색이나 빛에 물들지 않은 채 오롯이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여러 마을까지. 그런데 요즘, 서울이 더 많은 색깔로 물들어가고 있다.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골목 구석까지 아름답거나 재치가 넘치는 벽화들로 가득한 마을이 생겨나고 있는 덕분이다. 다양한 색깔을 자랑하는 서울의 벽화 거리들을 소개한다. 여태껏 볼 수 없었을, 서울의 수많은 색깔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들이다.
# 강풀만화거리

‘순정만화’, ‘타이밍’ 등등의 작품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가 강풀, 그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살아온 마을 풍경을 만화에 담아내는 것을 즐긴다. 그의 만화 속 여러 장면에서 강동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그의 마을 사랑이 빛을 발한 것일까. 이번에는 강동구가 그의 만화를 마을 곳곳에 담아내기로 했다. 강풀만화거리는 그렇게 생겨났다.

강풀의 만화 속 세상은 강동구 성내동 일대에 펼쳐져 있다. 강풀만화거리라는 이름으로 꾸며진 이곳은 강동역 4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등)가 이 마을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만화 속 명장면을 재구성한 모습은 물론, 주요 캐릭터가 등장해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만날 수 았다. 안내 화살표를 따라가 보자. 강풀의 웹툰을 즐겨 보는 이들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한 작품 속 장면들이 마을 내 담장을 따라 쭉 이어진다.

‘바보’의 주인공인 승룡이의 집도 강풀만화거리 한 쪽에 자리하고 있다. ‘승룡이네집‘은 강풀만화거리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이다. 1층은 카페, 2층은 만화를 읽을 수 있는 독서 공간, 3층은 만화가들을 위한 작업 공간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만화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기꺼이 승룡이네집의 문을 두드려 보자. 강풀만화거리에 관한 설명과 안내도 이곳에서 받을 수 있다.

* info
- - 승룡이네집 위치: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호대로168가길 65-29
- - 승룡이네집 전화번호: 02-3425-6134
- - 승룡이네집 영업시간: 10:00~20:00 (월~토요일 / 일요일 휴무)
# 홍대 벽화거리

홍대 거리는 언제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성으로 가득하다.
어딜 가나 평범하지 않은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언제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이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홍대 거리는 단순히 대학생들이 모이는 번화가가 아닌, 하나의 문화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장. 바로 그 ‘홍대 문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있으니, 홍익대학교 학생들이다.

매년 가을,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홍대 거리를 더욱 화려하게 꾸며내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홍대 거리미술전‘이 그것이다. 홍대 거리미술전은 홍익대 학생들이 벌이는 또 하나의 축제다. 참가자들은 팀을 구성해 개성이 가득한 미술 작품으로 홍대 거리 곳곳을 가득 채운다. 이들의 캔버스는 홍익대 주변의 담장들이다. 최신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작품,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최근 떠오르는 이슈를 재치있게 재해석한 작품 등이 홍대 거리 구석구석에 그려진다. 작가 개인의 예술적 영감을 한없이 표현해낸 작품들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리미술전 기간이 끝난 후에도 벽화는 그대로다. 원한다면 언제나 거리미술전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몇 년 전에 그려진 작품을 보며 당시 작가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유추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홍대 거리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골목길을 따라 산책해보자. 마치 미술관을 걷는 느낌이 가득할 것이다.

* info
- - 찾아가는 법: 홍익대학교 정문 옆 골목길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22길, 와우산로24길)
# 문래창작촌

서울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기찻길이 있다. 서울과 강원도 춘천을 잇는 경춘선이다. 기차를 타고 서울 근교인 경기도 가평, 강원도 춘천으로 여행을 떠났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용했던 적이 있는 이 기찻길에는 이제 열차가 달리지 않는다. 서울에서 춘천을 잇는 새로운 선로가 생기며 기존 구간이 폐쇄된 탓이다.

옛 경춘선의 일부인 경춘철교부터 서울시 경계까지 약 6km 길이의 선로를 따라 숲길이 생겼다. 폐선로를 그대로 보존한 채 걷기 좋은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경춘선 열차가 오갔던 옛 화랑대역은 역사관으로 변신했다.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된 역사는 근대 건축물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경춘선과 간이역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으로 꾸며졌다. 그 주변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달렸던 증기 기관차와 체코, 일본의 기차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옛 건물을 개조해 만든 카페, 시민이 직접 가꾼 정원도 경춘선숲길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근처에 있는 태릉(조선 중종의 두 번째 계비 문정왕후 윤씨의 능)과 강릉(명종과 인순왕후의 능) 역시 울창한 숲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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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3-8
# 명동 재미로

명동 거리 반대쪽, 남산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는 만화 거리 ‘재미로‘가 있다.
약 70여 명의 작가가 자신의 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해 탄생시킨 길이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뽀로로와 라바 등 친숙한 캐릭터를 시작으로 ‘마음의 소리’, ‘미생‘ 등 유명 웹툰, ‘달려라 하니’, ‘공포의 외인구단‘과 같은 추억의 만화까지도 ‘재미로’의 곳곳을 한껏 꾸며낸다. 그야말로 만화 세상이다.

명동역에서 남산 방향으로 가는 내내 볼거리가 가득하다. 만화의 한 장면을 그려낸 벽화도, 캐릭터 조형물도 곳곳에서 기념 사진 한 장 찍으라며 부르는 듯하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할 만화 속 장면들도 어김없이 ‘재미로‘ 주변의 골목을 수놓고 있다.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재미랑‘에서는 여러 만화 작품을 감상하고, 이따금 열리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웹툰 그리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김청기 감독 기념관에서는 그의 대표작 ‘로보트 태권V’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 info
- -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2가 110-5
- - 재미랑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20길 42
- - 재미랑 영업시간: 10:00~19:00 (공휴일, 월요일 휴무)
# 마장동 꽃담 벽화마을

국내 최대 규모의 축산물시장 뒤쪽으로 낡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오랫동안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탓에 낡고 해진 부분이 많았던 마을이지만, 최근 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른바 ‘꽃담 프로젝트‘다. ‘꽃담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약 20여 회에 걸쳐 진행된 벽화 그리기 사업이다. 여러 작가와 봉사자가 참여해 건물 외벽과 골목길 담장에 벽화를 그려넣은 것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한때 어두컴컴하기만 했던 이곳은 사람들의 기피 대상인 골목이었다고. 그러나 꽃 그림을 비롯해 여러 볼거리가 생겨나면서 이제는 데이트 코스로도 거듭나고 있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고래 그림, 마을 강아지들을 그려 넣은 듯한 그림들, 전래동화 이야기,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전하는 동네 이야기까지 총 150여 점의 벽화가 마을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마을 입구에서 도보여행을 소개하는 안내 표지를 살펴보자. 마을을 거닐며 벽화를 하나씩 찾다 보면, 어느새 마장동 꽃담벽화마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 info
- - 찾아가는 법: 마장역 4번 출구에서 뒤로 돌아 나온 뒤, 우측에 보이는 골목길을 따라 진입, 세림아파트의 우측 길을 따라 들어서면 ‘꽃담 벽화마을’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