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한강이 녹아들고, 앙상하기만 했던 남산 자락의 나뭇가지에 꽃망울이 맺히면, 비로소 서울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다는 뜻이다. 기지개를 켜고, 싱그러운 서울의 봄을 맞이하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는 고층 빌딩이 가득할 것만 같지만,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숲과 잔디밭, 호수가 펼쳐져 있는 서울의 봄 소풍 명소를 소개한다. 피크닉 가방과 돗자리를 챙겨 들고 서울의 아름다운 봄을찾아나설때다.
서울올림픽 개최가 확정됨에 따라 관련 시설을 만들기 위해 올림픽공원을 조성했다. 공사 중 한성 백제의 몽촌토성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보존해 함께 어우러지도록 만든 점이 올림픽공원의 특징이다. 덕분에 서울 내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을 자랑한다. 우거진 숲과 이국적인 분위기의 잔디밭, 언덕, 산책로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구석구석 가득하다.
입구에 들어선 거대한 정문은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새인 비둘기의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각 날개 부분을 서양화가 백금남의 사신도로 장식한 것이 포인트다. 올림픽의 오륜 엠블럼도 빠지지 않고 가운데에 자리한다. 정문 중심에서는 여전히 성화가 그날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2.3km 남짓의 몽촌토성 산책로는 올림픽공원을 찾는 이들이 꼭 거닐어 보아야 할 필수 코스다. 공원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이 길을 따라 올림픽공원의 숨겨진 매력을 하나씩 찾아보자. 몽촌토성과 함께 조성되었을 해자는 작은 호수가 되었고, 한성을 지키던 성벽은 둥근 언덕이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누빌 수 있는 자전거도로도 공원의 테두리를 빙 둘러 이어진다.
봄 소풍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나홀로나무가 서 있는 잔디밭이 제격이다. 탁 트인 하늘과 완만한 경사, 혹은 너른 평지에 깔린 잔디는 사시사철 언제나 잘 정돈된 모습으로 나들이객을 맞이한다. 나홀로나무는 물론, 언덕 위 능선은 최고의 포토존이기도 하다. 근처에는 어김없이 수백, 수천 그루의 나무가 우거져 있는 숲도 있다. 여러분은 그저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기만 하면 된다.
몽촌토성에 서려 있는 백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한성백제박물관에 방문해 보자. 매번 새로운 공연과 전시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소마미술관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서울숲은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 못지않은 도심 속 녹지로 조성된 공간이다. 한때 서울경마장과 체육공원, 골프장 등이 있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방문객 모두를 위한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드넓은 잔디밭에 따스하게 내려앉는 햇살과 울창한 숲,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꽃밭들이 포근한 봄날의 휴식을 여러분에게 선사한다.
서울숲은 문화예술의 장이기도 하다. 다양한 조형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상상 거인의 나라’는 조형예술과 놀이를 결합해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옛 건축물을 보존해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로 새롭게 꾸민 장소를 서울숲 구석구석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멀지 않은 곳에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성수동과 언더스탠드애비뉴도 자리한다.
교육적인 테마로 꾸며 놓은 구역도 있다. 뚝섬생태숲에서는 방사된 꽃사슴 무리와 고라니, 다람쥐, 청둥오리 등등 여러 야생동물이 살아간다. 자연체험학습장은 과거 이곳에 있었던 뚝섬정수장 구조물을 재활용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대표적인 시설은 나비정원으로, 꽃잎 사이를 노니는 나비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서울숲은 근처 수도박물관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상수도 시설인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을 복원해 수돗물과 관련된이야기를전시한다.
2008년 이곳에 있었던 드림랜드가 폐장한 뒤, 그 자리를 서울특별시가 인수해 ‘북서울 꿈의숲’으로 조성했다. ‘꿈의숲’이라는 이름은 ‘드림(dream)’을 순우리말인 ‘꿈’으로 차용한 것이다. 초목을 심고 창녕위궁재사 등의 유적을 보존했으며, 전망대와 미술관 등 여러 시설을 만들어 2009년 10월에 시립공원으로 개장했다. 잔디밭은 물론, 그늘이 있는 쉼터도 곳곳에 갖추고 있어 소풍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북서울 꿈의숲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 전통 한옥인 ‘창녕위궁재사’에서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예절교육과 다례체험을 진행한다. 이곳에서 월영지로 이어지는 ‘이야기정원’은 전통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오솔길로, 고즈넉한 정취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월영지 한쪽에 설치된 정자는 북서울 꿈의숲 방문객에게 사랑 받는 대표적인 쉼터다.
멋들어진 풍경을 벗 삼아 체험 활동,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자연 속 어린이 미술관을 표방하는 상상톡톡미술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미술 활동 프로그램이 연중 진행된다.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꿈의숲 아트센터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공연과 전시가 열린다. 전망대도 놓치지 말자. 북한산을 비롯해 서울 북부 전역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서울의 서쪽 끝에 있는 항동저수지 주변으로 서울 최초의 시립수목원이 있다. 서울푸른수목원이 그 주인공이다. 2,400여 종, 52만 주의 식물을 25개 테마에 따라 다양하게 식재해 친환경적이고 교육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방문객들의 쉼터로도 인기가 많다. 습지와 개울, 연못 등과 같은 여러 환경을 구현했다. 서울푸른수목원에서 언제나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유다. 참게, 드렁허리 등 희귀 어족 자원들이 수면 아래에서 여전히 헤엄칠정도라니,서울푸른수목원이얼마나청정지역인지를알수있는부분이다.
다른 공원과는 달리 잔디밭이 넓은 편은 아니다. 대신 다양한 테마의 숲이 여러분을 기다린다. 습지 사이로 난 목조 데크는 각기 다른 테마를 선보이는 여러 공간으로 향한다. 소소하게나마 미로 탐험을 할 수 있는 ‘미로원’, 영국과 프랑스 등을 테마로 꾸민 ‘잎새누리’와 ‘소담들’도 거닐기 좋은 공간이다.
봄 소풍이라면 역시 벚꽃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매년 봄, 온 세상을 핑크빛으로 수놓는 벚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구든 마음이 설레고 말 테니까. 서울에서는 여의도의 윤중로 일대를 최고의 벚꽃놀이 장소로 치지만, 매년 넘쳐나는 인파로 인해 여유롭게 즐기기에는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서울에는 윤중로가 아니더라도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안양천이 대표적이다.
안양천은 약 32km 길이의 지방하천이다. 경기도 안양과 수원 사이에 솟은 광교산이 발원지다. 줄곧 북서쪽으로 흐르며 서울에 진입하고, 금천구와 구로구, 양천구와 영등포구를 지나 한강과 하나가 된다. 이 중에서도 구일역부터 한강과의 합류지점에 이르는 구간에 벚꽃과 개나리 등 봄꽃이 가득한 제방 산책로가 펼쳐진다. 안양천을 따라 벚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으며, 개나리도 때를 맞춰 함께 피어난다. 하천변 곳곳에 조성된 꽃밭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자전거도로가잘다듬어져있어자전거를타고노닐기에도좋다.적당한곳에자리를잡는것보다는천천히산책하며안양천의봄기운을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