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의 작은 외국
서울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도시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부터, 다른 지역에서 이사를 와서 자리를 잡은 이들, 심지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서울을 만들어간다.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니만큼, 색다른 모습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서 베트남과 중국, 필리핀과 프랑스를 만나보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등을 아우르는 중앙아시아도 서울 속에 숨어 있다. 세계 각지의 맛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리를 따라 거닐어보자. 서울에서 세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 테니까. 당신이 지금 서울에 있다면 여권도, 비자도 필요하지 않다.
# 이태원 퀴논길

이태원은 서울에서 가장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이태원 어디에서든지 세계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곳곳에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이 있는 것은 물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한데 모여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공간도 적잖다. 다양한 국적의 식당에 방문하는 일도, 해외에서나 살 수 있을 법한 물건을 구하는 일도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다.
이곳에 작은 베트남이 있다. ‘베트남 퀴논길’이다. 이태원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는 골목길을 찾아 들어서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길이다. 용산구가 베트남의 퀴논 시와의 자매도시 교류 2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퀴논길 테마 거리다.

퀴논 시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맹호부대)이 주둔했던 지역이다. 전쟁 중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던 문제 등이 불거지며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졌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곳이다. 이태원이 자리한 용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용산구는 퀴논 시와 자매결연 협약을 맺은 후 역사적인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했다. 많은 교류를 했고, 퀴논 시 시민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어갔다. 그렇게 20년, 용산구는 이태원에 ‘베트남 퀴논길’을 만들며 이 역사적인 교류를 기념했다.

퀴논길에서는 베트남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고깔 모양의 베트남 전통 모자인 ‘농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조형물을 시작으로, 베트남 분위기의 벽화, 매장 인테리어 등도 눈에 띈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도 꼭 찾아가 보자. 베트남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쌀국수와 반미샌드위치는 기본, 진한 드립 커피에 연유를 넣어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고소한 향을 머금은 베트남식 커피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 info
- - 위치: 이태원역 4번 출구, 이태원 보광로59길 구역
- - 이태원역 해밀턴호텔 앞 관광안내소에서 안내, 영어·중국어·일본어 설명 가능
(용산구 이태원동 179, 02-749-9221, 09:00~20:00)
# 혜화동 필리핀마켓

혜화동 로터리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향수를 달래주는 공간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즈음까지 혜화동 로터리 앞, 혜화아트센터 주변으로 줄지어 늘어서는 녹색 천막들이 바로 그곳이다. 한국에 거주 중인 필리핀인들이 모여 자신들의 물건을 사고파는 마켓이 여기에서 열린다. 필리핀에서나 볼 법한 야시장이 이곳에 펼쳐지는 셈이다. 물론 밤에 열리는 건 아니지만.

필리핀 여행에서 흔히 접할 법한 음식 재료, 소스 등을 이곳에서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 자주 사용하는 각종 생필품도 판매한다. 필리핀식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 말린 망고와 바나나 같은 것들도 있다.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비롯해 필리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물건을 이곳에서 구할 수 있다.

한쪽 가판대에서는 간이식당이 손님을 맞이한다. 필리핀 전통 요리인 돼지고기 아도보, 판싯, 각종 튀김 요리 등을 판매하는데, 필리핀 사람들에게 상당히 높은 인기를 끄는 메뉴들이다. 향수를 자극하기에 이만한 것들이 또 있을까. 서울 안에서 필리핀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면, 정통 필리핀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 info
-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56 (혜화아트센터 앞)
- - 운영 시간: 매주 일요일 10:00~18:00
- - 사용 가능 언어: 한국어, 필리핀어, 영어
# 대림동 차이나타운

대림동은 전국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지역이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지나는 대림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차이나타운이 조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찾아가 볼 곳은 대림중앙시장이다. 대림중앙시장에서는 중국의 식자재와 길거리 음식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에게는 이곳이 바로 중국 본토의 시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대림동 차이나타운 일대에 자리하고 있는 중국 음식점과 상점들도 둘러보자. 상당수는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다. 요즘 인기 있는 마라탕을 비롯해 다양한 중국 요리를 전통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여러 인스턴트식품과 소스류 등도 식료품점에서 판매한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들어서는 순간, 중국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 info
- -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디지털로37나길 21 (대림중앙시장)
- - 운영시간: 09:00~20:00 (대림중앙시장 기준, 상점마다 다를 수 있음 / 매월 둘째 주 화요일은 대림중앙시장 정기휴일)
- - 사용 가능 언어: 한국어, 중국어
# 광희동 중앙아시아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2번 출구를 나서면 생소한 언어가 쓰인 간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중앙아시아길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몽골,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중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 중앙아시아길이 광희동에 자리한다.

광희동 중앙아시아길에는 우리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나라들의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다수 밀집해 있다. 양고기를 꼬치에 꽂아 굽는 요리인 샤슬릭, 찜 요리인 굴라쉬, 전통 빵인 레페슈카, 우즈베키스탄 전통 스타일의 볶음밥 등등 다양한 메뉴를 취급한다. 요리사도, 직원들도 각 나라에서 온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한국어보다 현지 언어가 더 잘 통할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할 것. 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는 만국 공통의 언어 ‘손짓과 발짓’이 있으니까.
# 반포동 서래마을

범위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넓혀보자. 서울에는 유럽 문화가 스며든 동네도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서래마을이 그곳이다. 프랑스 거리가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가 적절히 섞인 분위기가 이곳의 특징이다. 1985년 주한프랑스학교가 이곳으로 이전하며, 프랑스인이 모여 살게 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중 절반가량이 이곳에 살고 있을 정도다.

중심은 서래마을 카페거리다. 카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비스트로, 브런치 카페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식당이 곳곳에 자리한다. 프랑스풍의 와인 바, 카페, 베이커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거리에는 우리나라의 태극기와 프랑스의 삼색기가 함께 나부끼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프랑스 특화 거리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서래마을 뒤 언덕에는 몽마르뜨 공원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서 그 이름을 따온 이곳에서는 유럽풍의 시계탑과 장미꽃, 춤을 추는 두 남녀의 조형물 등의 볼거리와 함께 프랑스에 관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 info
- - 서래마을 카페 거리 위치: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래로 일대
- - 몽마르뜨공원 위치: 국립중앙도서관 옆, 서리풀공원 중간 지점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