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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는 제게 외로움은 늘 별안간 찾아왔습니다.
높은 빌딩에 둘러싸여 제 존재가 점점 희미해져갔습니다.

그렇게 하루는 한강으로 산책을 왔어요.
서울 한복판에 있어 접근성이 좋아서 그런지 애정이 많이 가게 되더라고요.
날씨가 선선해진 걸 보니 가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네요.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건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잔잔한 수면 위에 마치 내 모습이 떠있는 것 같아요.
강변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주변의 소음들이 점점 잦아들고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게 됩니다.
나의 과거들과 지나간 인연들
한강 위에 홀로 떠 있는 밤섬처럼 누가 강제로 고립시킨 것도 아닌데 우리는 스스로 외로움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사는 거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 곳은 한강 순례길 특화구간이에요.
산티아고의 순례자처럼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하염없이 걸어봅니다.
이 길은 천주교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 길을 걸을 때면 마음이 경건해집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늘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했어요.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고 남들과 보폭을 맞추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되어 있었어요.
쉽게 지나치던 작은 것들을 바라보며 때로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네요.
평화롭고 조용한 이 곳에서 가끔은 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몸이 이완되고 호흡이 느려지면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거든요.
이렇게 한 발짝만 떨어졌을 뿐인 데도 내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구나,
내 단면의 이면을 회피하며 살아왔구나, 생각하게 돼요.
솔직히 들키기 싫었어요. 아니, 인정하기 싫었어요.
스스로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걸 나는 모두이고 싶은 동시에 모두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나 또한 가지고 있으면서 애써 부정해오던 것들이니까요.

이 길의 끝에 다다라서야 이제야 나는 참 나답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런 영감을 주는 건 잔잔한 수면이, 피어있는 들꽃이, 어떤 길이나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고요하고 거룩한 절두산 순교성지를 천천히 둘러봅니다.
순교자들의 숨결을 손끝으로 느껴봅니다.
촛불로 어둠을 밝혀 일렁이는 불빛을 바라봅니다.
바로 옆에 있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도 잠시 들러 봅니다.
한강순례길의 끝에서 나의 존재가 햇빛을 받으며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마음에 위로를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