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펍이란 매장에서 직접 맥주를 빚어 테이블에 내놓는 펍을 말한다. 알고 있는가? 서울에 이런 브루펍이 19개나 있다는 것을. 서로 다른 브랜드의 수제 맥주를 공급받아서 판매하는 탭하우스와는 다르다. 최근 주류법이 꾸준히 개정되면서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수제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탱크에서 막 따른 신선한 맥주를 따라갈 것은 없다. 하지만 수제 맥주 생산량이 늘면서 양조장도 더 큰 공장을 위해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양조 탱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고, 가장 신선한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20곳도 안 된다는 이야기. 맛있는 브루펍만을 골랐다.
서울브루어리의 매력은 무엇보다 한적함이다. 합정 당인리발전소 인근 오랜 주택을 개조한 공간에 진한 나뭇결을 살린 인테리어와 야외 테라스가 운치를 더한다. 캐나다 출신의 헤드 브루어와 한국인 브루어가 함께 선보이는 크래프트비어 메뉴는 IPA와 포터 등을 기본으로 ‘밤에 핀 벚꽃 고제’, ‘아이리쉬 커피 아이리쉬 레드 에일’ 등 이색적인 부재료를 가미한 시즌 맥주로 채워져 있다. 서울브루어리가 자랑하는 맥주 맛의 비결이라면 재료를 절대 아끼지 않는다는 것. 2017년 양조장을 설립하고 2018년 3월 첫 맥주를 선보인 비교적 신생 브루어리임에도, 맥주 평가 사이트 ‘언탭드(Untapped)’에서 1,300개가 넘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브루어리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달리고 있다. 샐러드와 타코, 버거, 치킨 등 전문 셰프의 손에서 탄생한 음식 메뉴 또한 훌륭해 식사 장소로도 손색없다. 서울브루어리 한남점은 합정 본점에 비해 좀 더 ‘다이닝’에 특화되어 있는데, 셰프들은 모두 미국 유명 요리학교 CIA 출신들로 꾸려졌다. 와중에 반전이 하나 있다면, 맥주 기본 안주로 땅콩과 잔멸치, 고추장 제공된다는 점이다.
‘비어바나’는 ‘맥주(Beer)’와 ‘열반(Nirvana)’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즉, 맥주 천국이라는 뜻. 이는 크래프트비어의 본고장인 미국 포틀랜드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문래동 창작촌 골목에 자리한 비어바나는 과거 철공소 건물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3층짜리 건물의 1층은 양조장, 2층과 3층 루프톱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펍으로 운영되고 있다. 첫 방문에 어떤 맥주를 골라야 할지 고민된다면 화려한 이력을 믿어 보자. ‘영등포터’와 ‘사바나 IPA’ 그리고 ‘비바라거’는 2019년 아시아 맥주 챔피온십에서 각각 금, 은, 동메달을 수상했다. ‘꽃구름페일에일’, ‘자몽츄릅사워에일’ 등 순전히 이름에 끌려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 그래도 모르겠다면 여러 맥주를 조금씩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비어바나 샘플러’를 주문해도 된다. 음식 메뉴는 바비큐 폭립, 그릴드 삼겹 등 맥주와의 조합에 실패 없는 안주 위주다. 사전 예약 시 양조장 투어도 가능하다(최소 6명 이상 최대 20명 이하, 양조 스케줄에 따라 상이).
경의선숲길이 지나는 공덕역 부근. 주변 주민과 직장인의 사랑을 받는 미스터리브루잉컴퍼니는 맥주를 좋아하는 두 한국인 대표가 만든 브루펍이다. IPA와 페일에일, 필스너, 바이젠, 스타우트 등 맥주는 그 가짓수가 많아 메뉴판을 보는 데 시간이 꽤 걸릴지도. 미국에서 두루 공부하고 경험한 두 대표는 각자의 스타일로 새롭게 고안해 낸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음식에도 공을 들였다. 도우를 직접 만들어 구운 피자와 생면 파스타 등 수준급 이탈리아 요리를 제공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런치타임에는 직접 만든 소고기 패티와 리치몬드 제과점의 번으로 만든 버거 3종도 주문할 수 있다. 으레 펍이라면 어두운 분위기를 연상하지만, 통 창문을 통한 채광이 풍부한 덕에 펍 내부는 상당히 밝은 편. 테이블 간격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천고가 높아 답답한 느낌이 없다.
셰프 출신 대표와 젊고 감각적인 브루어의 조합. 2년 전쯤 새롭게 문을 연 독립맥주공장은 이제 정동길 맥주 맛집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동IPA, 이화세종 등 정동길의 정체성을 살린 맥주 라인업과 파스타와 리소토, 수비드 스테이크 등 깔끔한 요리를 선보이며 특히나 주변 직장인들의 입소문을 탔다. 2~4명 인원에 맞춰 맥주와 음식을 함께 제공하는 세트로 메뉴 고민을 덜어 준다는 것 또한 강점. 320ml 용량의 ‘독립맥주공장 런치맥주’는 촉박한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볍게 한잔하기에 제격이다. 대부분 브루어리들이 양조장을 별도의 공간에 둔 반면, 독립맥주공장은 독특하게도 펍 내부 한 편 통유리 너머에 양조시설을 두고 있다. 손안에 든 한 잔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일지도. 사전 예약 시 양조장 투어도 가능하다.
충남 아산의 작은 양조장으로 시작한 브루어리304는 작년 7월, 더 넓은 ‘소통’을 위해 서울로 왔다. 그렇게 정착한 서대문 영천시장 옆. 2018년부터 2019년 1여 년에 걸쳐 1960년대 지었다고 추정되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개조해 양조장을 꾸렸고, 맥주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별도의 탭룸을 마련했다. ‘플루토 블론드 에일’, ‘민트 초코 스타우트’, ‘라즈베리 핑크 세종’ 등에 이어 최근 출시한 ‘트로피컬 네파’까지 실험적인 맥주를 개발해 온 브루어리304는 음식 페어링에 역시 도전적이다. 이전에는 꽈리멸치킨으로 유명한 논현동 ‘효도치킨’과의 치킨 메뉴를 선보였고, 현재는 일본가정식 레스토랑 ‘살롱드이꼬이’와의 협업으로 토마토 짬뽕탕, 우동 샐러드 등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3층에 있는 304 스튜디오는 전시, 클래스 등 어떠한 문화활동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 이른바 ‘무목적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6~15인 규모로 대관할 수 있고, 304 탭룸에서 제공하는 맥주와 음식을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다.
구스 아일랜드는 1988년에 시카고에서 설립된 브루어리다. 현재는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맥주 브랜드로 성장했다. 2016년 12월, 구스 아일랜드는 강남 한복판에 브루하우스를 오픈했다. 1층은 시원한 맥주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브루펍, 2층은 오픈 키친과 다이닝 공간을 마련했다. 3층 루프톱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심 속에서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브루하우스 내 위치한 양조시설에서 직접 맥주를 양조하기 때문에 매일 가장 신선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맥주를 음식의 소스나 재료로도 활용한다. 구스 아일랜드의 대표 맥주인 ‘소피’는 소피 바터드 프라이드 칼라마리의 반죽에 사용된다. 맥주 입문자라면 홉과 몰트의 밸런스가 매력적인 영국식 펍 에일, 혼커스 에일을 가장 추천한다. 시카고 지역변호에서 이름을 따온 312 어반 윗 에일도 좋다.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끝 맛에 레몬향이 감돈다. 내부는 최대 200명까지 프라이빗한 모임, 결혼식 파티까지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슈타인도르프는 잠실 석촌호수를 독일어로 따와 ‘석(Stein), 촌(Dorf)’라는 의미다. 순수 우리말인 ‘돌마을 양조장’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단다. 독일 정통 스타일의 맥주를 고수하며 ‘맥주순수령’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맥주순수령은 16세기 초 독일의 빌헬름 4세가 품질이 떨어지는 맥주 생산을 막기 위해 공표한 규율이다. 몰트, 물, 홉, 효모 총 4가지 재료로만 맥주를 제주한다. 내부는 지하 3층과 지상 6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 중에서는 최대 규모이다. 양조장, 펍, 다이닝, 이벤트 룸, 루프톱 이 모든 곳이 오로지 맥주만을 위해 존재한다. 이곳을 처음 찾았다면 슈타인도르프에서 직접 개발한 4가지 맛의 맥주를 추천한다. 스타우트, 페일에일, IPA, 바이젠이다. 특히 흑맥주인 스타우트는 별도의 첨가물 없이 나는 은은한 커피 맛이 일품이다. 맥주와 곁들일 안주로는 얇은 도우가 포인트인 페퍼로니 피자나 독일식 정통 족발 요리 학센이 좋다. 목, 금, 토요일 저녁에는 지하에 위치한 양조시설을 직접 관람하 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언제나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성수동에서 가장 핫한 브루펍,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다. 이곳은 국제공인 비어 소믈리에 자격증 시서론(Cicerone) 보유자인 김태경 소믈리에와 국내 맥주대회 그랜드 슬램 우승자 스티븐 박(Steven Park)이 함께 2016년 4월에 오픈했다. 펍 바로 옆쪽으로 자체적인 양조장이 위치한다. 이곳의 대표 맥주는 ‘첫사랑’. 첫사랑은 IPA 맥주인데 홉이 많이 들어가 있어 탁한 색이 특징이다. 맛은 첫사랑처럼 달고 씁쓸하다. 전형적인 IPA의 맛을 원한다면 ‘어메이징 IPA’가 더 좋은 선택이다. ‘쇼킹 스타우트’는 달고 씁쓸한 흑맥주로 묵직한 맛을 자랑한다. 워낙 다채로운 맥주 종류를 보유하고 있어 메뉴를 고르는 데만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른 양조시설에서 다른 브루어가 만들어 판매하는 게스트 비어까지 합치면 30여 종이 넘는 메뉴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내부 탭 위쪽 벽면이 맥주 이름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야외 테라스석도 마련되어 있어 한적한 성수동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카브루는 대한민국 1세대 브루어리다. 2000년부터 경기도 가평에서 양조를 시작해 국내 최초 페일에일 생산에 성공한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2019년 청담동에 카브루 브루펍을 오픈했다. 브루어리 입구 문고리는 구미호 모양이다. 9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 상상의 동물 구미호는 카브루의 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동물이다. 변신의 귀재인 구미호처럼 맥주 맛을 다양하게 구현하겠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입구 옆쪽에는 전면이 통유리로 돼 있는 양조장이 설치되어 있다. 전체 공간 약 100평 중 양조 공간이 무려 20%를 차지한다. 매장 내부로 향하는 길은 비밀스러운 동굴을 지나는 기분이다. 늘어진 덩굴, 나무줄기, 천장에 자리한 투명한 거울까지,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매장 중앙에는 카브루 초기 실제로 양조 장비로 사용되었던 양조 탱크를 두었다. 시그니처 맥주는 모자익 IPA,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느껴지는 메뉴로 쓴맛이 없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핸드앤몰트는 2014년 남양주에 설립한 크래프트 양조장이다. 경기도 가평에서 홉 농장을 운영하며 홉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 핸드앤몰트의 ‘브루 랩 용산’은 상상과 실험의 조화를 추구하는 ‘맥주 실험실’ 콘셉트의 탭룸이다. 지하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1층 매장으로 바로 연결 짓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66평 규모의 오래된 양옥주택을 개조해 군데 군데에서 복고적인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혼맥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1인실부터 라운지, 단체룸, 2층 야외 테라스석까지. 단체가 함께할 수 있는 넓은 테이블도 자리한다. IPA, 스타우트 중 12종 이상의 다양한 시그니처 메뉴와 퓨전 한식 요리도 곁들일 수 있다. 불고기, 순대, 치킨 등 평소 익숙한 음식과 아메리칸 다이닝을 접목했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면 ‘브루랩 샘플러’를 추천한다. 샘플러의 맥주 5가지는 매번 바뀐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맥주와 난이도 있는 맥주가 골고루 섞여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