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등산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미국인 레일라 & 대만인 리리의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 탐방기 -
서울은 참으로 매력적인 여행지다. 세계 어디서도 보기 드물게 도심과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통의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푸르고 높은 산들을 서울에서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북한산, 인왕산, 관악산, 도봉산, 청계산 등 두 손으로 다 꼽기 힘들 만큼 많은 산이 서울을 감싸 안고 있다. 서울의 수많은 산 중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나는 한국인 친구의 SNS에 올라온 북한산 등반 사진을 보게 되었다.
해발 836미터나 되는 북한산 백운대는 마치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했고 그곳에서 보는 서울 시내의 전망은 너무나도 근사했다. 나는 주저 없이 서울에서의 첫 산행을 북한산으로 정했다. 목적지를 정하고 등산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을 하던 나는 고민에 빠졌다. 북한산을 안전하게 등반하기 위해서는 등산 물품이 있어야 했다. 당장 등산화부터 등산복까지. 한 번의 등산을 위해 등산 물품을 다 사기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며 검색하던 내게 반가운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산 아래 등산 관련 물품을 대여해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도심관광센터’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등산화와 등산복 등 ‘등산 물품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 중 등산을 경험해 보고 싶은 나에게 정말 편리한 서비스였다. 현장 예약도 가능하지만, 원하는 사이즈가 없을 가능성이 있기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경우 방문 2일 전까지 가능하니 참고해야 한다.
드디어 북한산을 가는 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나는 부푼 마음을 안고 지하철 북한산 우이역에서 내린 뒤 친구와 만나 2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를 방문했다. 센터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고, 외국인을 위해 영어, 일어, 중국어 3개 국어로 안내가 가능했다. 한국말이 서툰 나도 쉽게 북한산에 대한 소개와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코스 선택과 등반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사전에 예약한 등산 물품을 수령하기 위해서 렌털 코너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대여하는 모든 물품은 1회 사용, 반납 후 세탁 및 살균과 소독을 통해 깨끗하게 관리된다고 설명해 주셔서 특히 요즘과 같은 때에 더욱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장비를 빌리며 필요한 정보를 간단히 작성한 뒤 등산복과 등산화를 수령했다. 렌털 코너 옆에 위치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기존에 입고 온 옷과 소지품들은 보관함에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관했다.
센터에는 등산 전후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과 북한산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탑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등산을 하기 전 마음의 준비도 할 겸 친구와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라운지에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과 정수기와 핸드폰 충전기, 그리고 다양한 서울 관광안내 책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혹시 몰라 휴대폰을 충전하고 잠시 쉬었다가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루프탑에 오르자 36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며 시야가 확 트였다. 북한산의 수려한 능선뿐 아니라 멀리 도봉산과 수락산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멋진 조망 장소였다. 멋진 산세를 배경으로 친구와 인생샷을 남기고 내려왔다.
드디어 백운대로 출발! 백운대 코스는 출발 지점인 탐방지원센터에서 백운대 정상까지 약 1.9km로 약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최단 거리 코스다. 짧은 코스와 소요 시간으로 북한산 최고봉에 오르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라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계단과 오르막길은 꽤 가파르고 돌과 바위가 많아서 운동화 정도만 신고 왔다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백운대에 오르고 내려오는 동안 마주친 외국인들의 대부분이 북한산에 등산에 적합하지 않은 신발과 복장을 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그들에게 가까운 곳에서 등산복과 등산화 대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 짧지만 만만치 않은 코스인 덕에 중간 산장과 휴식터에서 잠시 쉬었다. 미리 준비해 간 초코바를 먹으며 에너지를 충전했다.
정상까지 가는 마지막 코스는 짧지만 매우 가팔라서 등산 초급자에게는 다소 힘든 코스였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함께 산을 오른 친구와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 발걸음을 차근차근 옮기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에서 보는 서울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나는 서울에 대한 나의 애정이 더 깊어지는 것을 느끼며 멋진 풍경을 감상했다. 한눈에 보이는 서울의 전경과 주변 산들의 능선을 카메라에, 그리고 내 눈에 꾹꾹 잘 눌러 담았다. 등산하는 동안의 고됨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어느새 날아가 버리고 대신 높은 산을 정복한 뿌듯함과 특별한 서울 여행의 추억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올라갈 때는 힘들어서 보이지 않던 주변 경치도 감상하고 피톤치드도 마음껏 맡으며 천천히 하산했다. 다시 센터로 돌아와 빌린 옷과 신발을 반납했다. 센터에는 샤워실이 준비되어 있어 등산 후 땀과 먼지로 지친 몸을 개운하게 씻을 수 있었다.
샤워 티슈가 준비되어 있어, 혹시 뒤에 여행 일정이 있어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사용하면 편리할 것 같았다. 등산에 꼭 필요한 등산화와 등산복 대여는 물론, 짐 보관, 휴게시설, 샤워 시설까지 이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도 놀랍다. 덕분에 서울에서의 첫 등산 여행을 무척이나 만족스럽게 마칠 수 있었다. 간단한 초코바로 채운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등산이 끝난 후 뭘 먹을지 고민 없이 미리 알아 두었던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
- 주소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 173길 52, 5층
- 운영시간 09:00 ~ 18:00 (매주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 휴무)
- 번호 1533-2608
한국에선 등산 후 맛집 탐방이 국룰! 산두부집
한국 여행을 준비하며 이것저것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때와 장소에 맞춰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여름이 되면 보양식을 찾아서 먹거나, 비가 오면 전을 즐기고, 등산하고 난 뒤에는 두부 요리나 파전에 막걸리를 먹는 식이다. 그래서 한국의 산 주변에는 맛있는 식당들이 모여 있기도 하다. 북한산 주변이라고 예외일 수가 없다. 많은 경쟁률을 뚫고 내가 선택한 식당은 ‘산두부집’이다. 왠지 산행을 마치고 난 다음이라 단백질을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두부 전문 요릿집을 선택한 것이다.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에서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해 멀리 가지 않고도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집을 선택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주차 공간인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 산장 느낌이 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산두부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물 두부전골, 두부보쌈, 순두부, 두부김치 등 각종 두부 요리와 해물파전, 도토리묵 등 여러 가지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먹고 싶었던 메뉴를 선택해 시켰다. 정갈한 밑반찬이 먼저 나오고 이어 메인 요리들이 상에 차려졌다.
대표 메뉴인 두부는 고소하고 담백해서 부담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특히 등산 후 꼭 먹어야 한다는 해물파전과 도토리묵도 너무 맛있었다.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북한산 여행을 마무리했다.
서울 도심에서 특별한 준비물 없이도 천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등산과 식도락 여행을 한번 해 보시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른 쾌감과 그 쾌감의 여운을 즐길 수 있는 미식이 당신의 여행 라이프를 더욱 풍만하게 해줄 것이다.
- 산두부집
- 주소 서울 강북구 삼양로173길 61
- 영업시간 매일 09:30 ~ 19:50
- 전화번호 02-903-3532
연관 기사 보러가기
※ 2022년 9월에 작성된 기사로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 여부 및 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 후 방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