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래서 맞춤 제작은 더 특별하다. 완성되길 기다리고 나에게 어울릴까 기대하는 과정에서 내 취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제품에 대한 친밀감이 더해진다. 취향이 없어도 문제없다. 여태까지 몰랐던 숨겨진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맞춤 제작만이 만들어 내는 가치로 다량의 단골을 보유하고 있는 오래된 가게를 소개한다.
1940년
종로구 혜화로 7
02-762-2314
올해로 83년 된 이발소, 문화이용원 은 지금도 아침 8시면 문을 연다. 이발소가 전성기를 이루던 시대, 의자에 기다란 나무판자를 대고 그 위에 올라앉아 머리를 깎았던, 어릴 적 추억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겉모습부터 예전 풍경 그대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제는 술자리에서나 추억할 법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현재 이발소 사장님은 지금도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아침 8시면 문을 연다. 하얀 가운은 70년이 넘도록 지켜온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다.
1965년
종로구 청계천로55 대신빌딩 302호
02-733-3429
박인당 은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명장이 도장을 파주는 곳이다. 전각, 각을 새기는 일, 도장을 파는 그 일에 전각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글씨의 격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씨의 획이 살아나면 그 소유자의 특성도 담아내 비로소 사람을 대신하는 증표가 될 수 있다. 이는 컴퓨터로 새긴 도장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명장의 손길이 닿은 도장들이 어딘가 모르게 빛을 발하는 듯했다.
1936년
중구 수표로 60-1 3~4층
02-2279-1910
명가 혹은 명품이라는 게 꼭 화려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송림수제화 는 한국 최초의 등산화를 만든 곳이자, 4대에 걸쳐 수제화를 만들고 있는 수제화의 명가다. 서로 다른 발에 맞는 신발을 만들어준다는 기본에 충실한 길을 걸어왔다. 지난 80년의 역사가 흐르도록 송림수제화의 단골들을 살펴보면 화려하다.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산악인 고상돈 씨가 신었던 신발과 성공한 탐험가 허영호 씨가 북극, 남극, 베링해협 횡단과 에베레스트 등정 때 신었던 신발 모두 송림수제화였다. 그만큼 내 발이 편한 신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송림수제화만 한 명품이 없을 것이다.
1932년
중구 퇴계로20길 2
02-735-1988
올해로 82년의 역사를 맞이한 한영양복점 은 맞춤 양복점 중에서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많은 국내외 유명 인사들, 그중에서도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에서 옷을 맞췄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이곳에서 양복을 맞춰 입었다. 그만큼 한영양복점의 옷은 질이 좋다. 한 단에 수백만 원짜리 원단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원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그 원단의 진가를 살릴 기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진정한 명품은 한영양복점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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