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표정을 만드는 독특한 건축물
서울의 풍경은 다채롭다. 다양한 건축물들이 모여 특색 있는 거리의 표정을 만든다. 건축물은 도시 풍경의 일부이기에 건축가들은 실용성 못지 않게 건축물의 외적인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 등의 단순한 형태부터 다양한 도형을 섞어 놓은 듯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까지. 서울의 재미있는 풍경을 만들어 내는 독특한 모양의 ‘도형을 담은 공간’으로 함께 떠나보자.
골목길을 장식하는 커다란 예술작품
#그래픽 #그래픽노블 #서점
‘그래픽’은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지만 건물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붉은 벽돌의 주택들이 모여 있는 주변 풍경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겹겹이 쌓인 하얀색 원기둥이 일부 잘린 형태는 마치 새하얀 생크림으로 뒤덮인 3단 케이크 같기도 하다. 3층 높이의 거대한 크기에 창문 하나 없는 이 건물은 겉모습만 봐서는 도통 쓰임을 짐작할 수 없다. 멀리서 보면 미스터리 한 이 건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물 외벽에 오돌토돌한 주름이 세로로 이어진 것이 보인다. 책 낱장의 결을 표현한 이 주름은 서점 ‘그래픽’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입구의 커다란 문을 열면 좁고 어두운 복도가 이어진다. 두꺼운 철제 문을 통해 시끌벅적한 현실 세계에서 고요한 책의 세계로 이동한다. 입구부터 가득 찬 책들이 서점의 정체성을 확고히 보여준다. 굴곡진 외벽을 따라 곡선의 선반에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로비의 중앙 공간에는 커다란 곡선 형태의 책상을 하나만 두어 시선이 절로 간다. 책장 앞과 계단 밑 등 공간 곳곳에 숨겨진 의자는 어린 시절 어느 곳이든 편하게 앉아 만화책을 펼치던 포근한 추억을 불러온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계단을 올라오면 층마다 다양한 독서 공간이 펼쳐진다. 독서실처럼 전형적인 독서 공간부터 커다란 소파 자리,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을 수 있는 침대 겸 의자 좌석까지. 사람마다 모두 다른 독서 자세를 고려해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좌석을 설계했다. 한 층 씩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작아지는 건물 사이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더해져 책 읽기에 최적의 장소가 된다. 아늑한 햇빛 속에서 편한 자세로 책을 즐기기를 바라는 공간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웅장한 벽으로 둘러싸여 내부를 짐작할 수 없던 외관처럼 ‘그래픽’ 내부 공간 또한 비밀스럽다. 매달 약 100권에 달하는 책을 새로 들여서 같은 공간이지만 매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만 19세 이상의 성인만 출입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공간을 더욱 비밀스럽게 만든다. 시간의 제약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공간은 책과 함께 가볍게 술 한 잔을 기울이면서 삶의 고단함을 털어낼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수십권의 만화를 곁에 두고 만화 속 세상에만 몰두하던 순수하고 근심, 걱정 없는 어린 시절로 시간을 되돌리는 이곳은 어른이들의 놀이터다.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39길 33
운영시간 화~일요일 13:00 ~ 23:00 (매주 월요일 휴무)
나뭇결이 살아 숨쉬는 콘크리트의 미학
#송은 #숨어있는소나무 #갤러리
도산대로 바로 앞에 위치한 ‘송은’은 세련된 외관으로 번화한 도심 풍경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다. 이 밝은 회갈색 빛의 콘크리트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 HdM)의 한국 첫 프로젝트다. 정면에서는 기다란 직사각형 모습으로, 측면에서는 뾰족한 삼각형의 두 얼굴을 가진 이곳은 외관부터 다채로운 매력으로 가득하다. ‘숨어있는 소나무’라는 뜻의 이름처럼 소나무 결을 형상화한 표면은 우아함을 자아낸다. 틀 사이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 후, 결이 잘 나타나지 않은 부분은 한 땀 한 땀 직접 긁어서 나무 결을 살렸다.
내부로도 노출 콘크리트를 들여온 1층은 안과 밖이 함께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다. 1층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송은’의 시그니처, 나선형 벽면 또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한 쪽 벽면을 유리창으로 만들어 야외 정원도 공간 내부로 들여왔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을 형상화한 조명과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정원은 콘크리트 벽이 주는 실내 공간의 무거운 중압감을 덜어냈다. 건물 안부터 밖까지 연결된 계단은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을 넘어 공간이 실제로 이어진 듯한 입체감을 준다.
‘송은’의 주된 전시 공간인 2층과 3층은 좁고 기다란 직사각형의 유리창으로 이어져 있다. 국내에서 통유리로는 유일한 크기의 이 유리창은 약 13m에 달한다. 2층에는 전시 공간을 중심으로 양쪽에 커다란 이 창이 놓여있다. 창을 통해 가득 들어오는 햇빛이 하얀색의 벽과 나무 바닥이 어우러져 따스한 느낌을 준다. 반면 창이 한 쪽 벽면에만 있어 빛이 적게 들어오는 3층에는 외부의 빛을 완전히 차단해 어둠의 공간을 만들었다. 따스한 분위기의 2층과 어두컴컴한 3층의 전혀 상반된 분위기로 한 공간에서 양면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지하 전시장은 2층과 3층의 서로 다른 매력을 한 데 뒤섞어 놓은 공간이다. 지하에서 지상 1층까지 연결된 나선형 선큰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어두컴컴한 지하 공간의 어둠을 밝히고 있다. 매끄러운 곡선이 인상적인 거대한 콘크리트 벽은 주변 분위기를 단숨에 압도한다. 이 공간은 원래 주차장의 나선형 램프를 만들려고 했던 공간을 전시장으로 설계하면서 생겨났다. 설계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된 이 공간을 두고 건축가들은 ‘파운드 스페이스(found space)’라고 불렀고, 갤러리에서는 ‘선큰 갤러리(sunken gallery)’가 되었다.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서 다채로운 모습을 선사하는 이 곳에서 색다른 공간의 힘을 느껴보자.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441
운영시간 매일 11:00 ~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