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만화거리는 한 사람의 힘으로 동네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인기 웹툰 작가이자 동네 주민인 강풀은 자신의 만화는 물론 그 안에 동네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조용하던 동네가 이젠 강동의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강풀만화거리는 2013년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따뜻한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강풀의 만화 배경은 실사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대부분 이곳 강동구였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리어카가 올라가는 언덕도, ‘순정만화’에서 총각과 여고생이 만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모두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들과 선사고등학교 미술부 학생들은 강풀의 그림을 하나하나 그려 넣기 시작했고, 이제는 서울에서 인기 있는 벽화 마을 중 하나가 됐다.
<순정만화>의 주인공들
원래 이 동네는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 독거노인도 많고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골목상권도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만화거리가 조성된 후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동네의 변화는 만화거리 안내를 맡고 있는 도슨트의 말로도 알 수 있다. “작은 변화들이 많이 생겼어요. 만화 때문인지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고,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도 많이 없어졌어요.”
강풀의 만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만화거리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그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물론‘아파트’나 ‘이웃 사람’처럼 강렬한 작품도 있지만 강풀이 가장 중요시하는 만화 속 소재는‘사랑’이다. ‘바보’에서 상수와 희영이가 일하던 ‘카페 작은 별’ 그림을 지나면 마지막 벽화 ‘동행’이 나온다. 이 그림에서 작가는 ‘가장 약하고 낮은 곳에 있는 생명들이 함께 어울리고 존중받는 사회가 된다면 살만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강풀만화거리는 찾기 쉽다.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를 나서 조금만 걸어가면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가 ‘어서 와 강풀 만화거리’라며 반긴다. 할머니를 비롯한 만화 속 여주인공들이 한강고수부지에 소풍을 즐기고 있다. 오래돼 보이는 2층 철학관에는‘얘가 웬일이래?’라며 할머니가 반갑게 웃고 있다.
①사람들을 환영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②세탁소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①포토존으로 안성맞춤인 그림
②강풀 작가의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