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2) 21구간 우이령길
교현 우이령길 입구 - 교현탐방지원센터 – 석굴암(선택사항) - 유격장, 저수지 – 오봉 산 전망대 - 대전차 장애물 - 우이령길 입구
* 총 6.8㎞ / 약 3시간 30분 소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보고 있는데요. 21개의 구간 중에서 가장 길고, 가장 생태계가 잘 보존된 구간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2009년 7월 개방하여 탐방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21구간 우이령길'이랍니다. 본래 군사도로였던 우이령길은 1968년 무장 공비의 청와대 침투사건 이후로 40년간 민간인의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에 그만큼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수한 생태계를 계속해서 지켜나가기 위해 지금도 일일 방문객을 1천 명으로 제한해서 운영하고 있지요. 그 덕분에 맑고 청정한 자연 속에서 철마다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시기에도 보다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곳이랍니다. 지난번 '20구간 왕실 묘역 길'이 몸풀기 코스였다면, 아마도 오늘 걸어볼 '21구간 우이령길'은 북한산 둘레길에 좀 더 적응해 보는 코스가 될 거예요.
우이령길 예약
앞서 말했듯 북한산 둘레길 '21구간 우이령길'은 반드시 전화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방문 1일 전 오후 5시'까지 예약한 후 방문해야 합니다. 단풍철과 같이 계절별로 인파가 몰리는 기간의 주말에는 특히 금방 마감이 되기 때문에 미리 서두르는 것이 좋아요.
1) 인터넷 예약 (65세 미만 국내인):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 www.knps.or.kr ) > 국립공원예약 > 북한산 우이령 탐방
2) 전화 예약 (65세 이상 노령층, 장애인, 외국인)
: 우이출발 - 우이탐방지원센터 (02) 997-8365
: 교현(송추)출발 - 교현탐방지원센터 (031) 855-6559
: 둘레길운영단 - (02) 900-8085
* 운영 일자 : 1일 전 예약한 탐방객 대상으로 개방일 오전 9시~ 오후 14시까지 출입 허용 (오후 16시까지 하산)
* 방문 인원 : 1일 총 1,000명 한정(교현, 우이 각 출발지별 500명/ 예약인원 1천 명 미달 시 당일 현장 선착순 이용 가능)
* 준비 사항 : 방문 시 예약확인증과 신분증 지참, 전화 예약자는 예약번호 확인 후 입장
북한산 우이령길 지도
정의공주묘 – 연산군 묘역 – 원당샘, 방학동 은행나무 - 우이령길 입구
* 총 1.6㎞ / 약 45분 소요 (참고 홈페이지 :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우이령길 코스 안내
소 귀 모양의 길이란 뜻을 지닌 '21구간 우이령길'은 총 길이 6.8㎞로, 북쪽의 도봉산과 남쪽의 북한산을 구분하는 경계 길입니다. 양주시에 위치한 교현탐방지원센터와 강북구 우이동의 우이탐방지원센터 중에 선택해서 출발할 수 있지요.
출발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면, 우이동 출발은 교현리에 비해 오르막 경사가 많고, 음식점 이 즐비한 먹거리 마을 길을 1㎞ 넘게 걸어야 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지루할 수 있답니다. 또, 교현리 부근에는 음식점이 적기 때문에 식사를 중요시한다면 우이동에서 산행을 마치고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좋지요. 최종적으로 본인의 집과 출발점까지의 교통, 본인의 산행 실력 정도, 식사 여부를 모두 고려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서 코스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석굴암을 둘러보고 저수지 앞 유격장을 지나 오봉 전망대를 거쳐 우이동 입구까지 내려오는 코스랍니다. 자, 그럼 출발해 볼까요~
1. 출발점, 교현탐방지원센터
오늘의 출발점인 교현탐방지원센터를 가기 위해 지하철 구파발역 1번 출구로 나와 버스 704 번 또는 34번을 타고 오봉산 석굴암 입구역(우이령 입구)에서 하차합니다. 작은 팁이라면 둘레 길뿐 아니라 송추 등 북한산으로 향하는 많은 산악인들이 구파발역에서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 정거장 전인 연신내역에서 내려 같은 버스를 이용하면 20개가 넘는 정류장을 서서 가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석굴암 입구에 내리면 우이령길을 가리키는 커다란 표지판이 보이고 넓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교현탐방지원센타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 예약확인증과 신분증을 제시하여 예약확인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둘레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2. 때 묻지 않은 자연의 길
한국전쟁 당시 군 차량의 통행과 군사훈련을 목적으로 다듬어진 '21구간 우이령길'은 다른 둘레길에 비해 어떤 장애물도 없이 넓고 완만한 길이 길게 이어집니다. 때문에 다듬어지지 않고 다이나믹한 산길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우이령 길이 밋밋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요. 하지만,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여럿이서 산을 찾는다면 이렇게 나란히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길은 흔치 않을 겁니다. 게다가 숲의 기운을 받으며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구간도 있지요. 40여 년간 때 묻지 않고 보존되어 온 자연 속에서 새소리,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담소를 나누며 맨발로 숲길을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부쩍 건강해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을 거예요.
3. 다섯 개의 봉우리, 오봉을 만나는 길
우이령길을 걷다 보면 계속해서 눈을 맞추게 되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요, 바로 660m 높이의 오봉이랍니다. 서로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던 봉우리들이 우이동쪽으로 걸어가면 갈수록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 마침내 다섯 개의 봉우리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는 풍광은 우이령길이 선사하는 선물 중에 하나이지요.
맨 처음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오봉은 두 개 정도가 간신히 보이는데요, 커다란 바위 위에 작은 바위들이 얹어있는 모습이 참 기이합니다. 이 기이한 형태의 오봉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여러 전설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다섯 아들 장가들기 시합'이랍니다. 오봉산 아래 살던 한 부자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었는데 그 마을에 새로 부임한 원님의 외동딸에게 모두가 반해 서로 장가를 들려고 했답니다. 원님은 오봉산 위에 가장 무거운 바위를 올려놓은 이에게 딸을 주겠다 했고, 이에 다섯 형제가 상장 능선(오봉과 마주한 뒷면의 능선)의 바위를 오봉에 던져 올리는 시합을 벌였지요. 그래서 지금의 다섯 봉우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데, 과연 누가 원님의 사위가 되었을까요?
4. 작은 호숫가에서의 휴식 시간
오봉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 보면 넓은 유격장과 작은 호수에 다다릅니다. 실제로 이곳은 군인들이 훈련을 받는 장소인데요, 유격장뿐 아니라 둘레길 곳곳에 군사훈련시설이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거나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요.
많은 둘레꾼들이 이 작은 호수 부근에 앉아 거울같이 비추는 아름다운 반영을 보면서 준비 해온 점심을 해결하거나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간 답니다. 우이령길에는 휴게소나 매점이 없으니 간단한 다과와 물, 음료를 꼭 챙겨가세요.
5. 천년고찰, 석굴암으로 오르는 험난한 길
유격장 우측에는 둘레길이 계속 이어지고 좌측에는 오봉산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길이 시작됩니다. 석굴암은 둘레길 코스에는 포함되지 않은 곳이지만, 이름 그대로 돌을 파서 만든 흔치 않은 암자가 있는 천년고찰이기에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랍니다. 단, 경사가 매우 가파른 언덕길을 700m 가량 걸어 올라야 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나 노약자들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답니다.
운동화 끈 바짝 조여매고 본격적으로 언덕을 오르기에 앞서, 가파른 경사 길을 조금 더 쉽게 오르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바로, 경사 길을 일직선으로 오르지 않고 지그재그, 갈지자 모양으로 걸어가는 건데요. 그렇게 걷다 보면 다리에 무리도 덜 하고 지루하지 않게 오를 수 있답니다. 경사 길을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 지그재그로 내려오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지 않아 발목에 힘이 덜 가고 급하게 속력이 붙는 것도 방지할 수 있지요.
숨이 점점 차오르고 언덕 길이 언제 끝날까 싶을 때쯤 고개를 들어보면, 하얗게 빛나는 오봉을 배경으로 선 석굴암 일주문이 두 팔을 벌려 반갑게 맞아줍니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 또는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 석굴암은 한국전쟁 때 모두 소실되었다가, 1954년부터 재건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은 석굴이 있던 커다란 암벽을 파고 들어가 만든 나한전이 특히나 인상적이지요.
6. 우이령길 최고의 경관, 오봉산 전망대
석굴암을 찬찬히 둘러보고 왔던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다시 우이령길을 이어가면 드디어 오봉산이 제대로 보이는 오봉산 전망대에 다다릅니다. 이곳에선 아주 가깝고 뚜렷하게 다섯 개의 봉우리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푸른 하늘에 낮달처럼 하얗게 빛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한참을 바라보게 된답니다.
7. 남아있는 전쟁의 상처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산길을 계속해서 걷다 보면 난데없이 커다랗고 시커먼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어 어리둥절해지게 되는데요, 이것은 '대전차 장애물'입니다. 본래 우이령길은 수도권과 경기북부를 잇는 지름길이자, 농산물과 생필품을 반출·반입하던 작은 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에 의해 군사작전도로로 개통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죠.
전쟁이 남긴 유물의 하나인 '대전차 장애물'은 고가 낙석이라 하여, 유사시 받침대에 올려져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아래로 떨어뜨려 적의 탱크 진입을 막았던 군사 시설의 하나라고 해요.
오래전, 전쟁은 끝났지만 곳곳에 남아있는 잔해와 잔상들에 먹먹해지는 가슴은 붉게 물들어가는 우이령 단풍으로 달래 보면 어떨까요. 황폐해지는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자연, 그뿐이고 그래서 더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요.
8. 우이동으로 가는 길
우이령길 중반을 지나 출발점이었던 교현리보다 우이동이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숲은 점점 더 울창해지고, 넓고 평탄했던 길은 조금씩 좁아져 급한 내리막이 몇 차례 이어집니다. 역시나 우이동에서 출발해 올라오는 둘레꾼들의 모습이 조금은 더 힘들어 보이지요. 작은 모래가 많이 깔려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걷고 또 걷다가 드디어 우이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고 해서 방심하긴 이르답니다. 주택과 음식점이 늘어선 시멘트 내리막길을 1㎞ 넘게 내려가 우이령길 입구에 도착해서야 오늘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