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을 지나고 겨울의 끝자락 같은 2월도 지났다. 3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비로소 시작되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 눈앞에는 봄이 보이지 않는다. 빨리 봄을 보고 싶은 마음에 주위를 둘러본다. 문득 먼저 가서 봄을 내 품에 안아 볼 수 있는 ‘서울 꽃 시장’이 떠올랐다. 두근두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으며 서울에서 가장 향기로운 시장으로 향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을 지나고 겨울의 끝자락 같은 2월도 지났다. 3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비로소 시작되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 눈앞에는 봄이 보이지 않는다. 빨리 봄을 보고 싶은 마음에 주위를 둘러본다. 문득 먼저 가서 봄을 내 품에 안아 볼 수 있는 ‘서울 꽃 시장’이 떠올랐다. 두근두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으며 서울에서 가장 향기로운 시장으로 향했다.
1. 양재 꽃 시장
봄은 축제의 계절이다. 봄이 무르익어 갈 즈음 여기저기서는 각종 꽃 축제들이 열린다. 넓은 들판 가득 색색의 꽃과 푸른 잎들이 널려져 있는 걸 상상해 본다.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하지만 아직은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매섭고 꽃구경하기가 힘들다. 이럴 때 서울에서 가장 큰 꽃 시장인 양재 꽃 시장에 가면 마치 꽃 축제의 한 가운데 있는 것 같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양재 꽃 시장은 1991년 시작된 한국 최대 꽃 시장이다. 양재 꽃 시장은 생화, 분화 온실, 나무 시장과 관련 자재 시장이 있는 공판장과 꽃 문화 체험관인 ‘F 스퀘어’로 나뉘어 있다.
공판장에 있는 ‘생화 시장’에는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장미를 비롯해 봄꽃의 대표 주자인 프리지어나 튤립같이 많은 사람이 아는 꽃뿐 아니라 이름은 모르지만, 그 아름다움만으로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꽃들이 축제처럼 펼쳐져 있다. 그 종류와 수를 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꽃을 눈앞에서 보고 살 수 있다. 분화 매장은 가동과 나동 두 군데로 되어 있는데 난, 관엽식물, 야생화, 분재 등 나무와 식물들을 보면 마치 온실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어진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반려동물이 있듯, 누군가에게는 반려 식물이 있다. 양재 꽃 시장에서는 좋아하는 화훼에 대해 배울 수 있다. F 스퀘어에서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 꽃꽂이, 가드닝 클래스 등 꽃을 즐기고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이곳은 외국인 전용 클래스도 진행한다. 아쉽게도 지금은 코로나로 임시 중단 중이지만, 곧 꽃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축제의 폭죽처럼 화려한 색과 아찔한 향기가 한눈에 사로잡는 생화, 살기 위해 가시로 몸을 뒤덮었지만 속은 누구보다 부드러운 선인장과 다육 식물, 기쁜 소식이라는 의미와 함께 커다란 잎이 주는 존재감이 인테리어에도 효과적인 몬스테라를 비롯한 많은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양재 꽃 시장에서 봄을 집으로 가져와 보자.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 새로운 꽃들과 나무들이 들어오며 일찍 방문할수록 더 싱싱한 꽃과 식물을 만날 수 있다. 구매 영수증을 소지하면 주차 요금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최초 1시간 50%, 5만 원 이상 1시간 무료, 10만 원 이상 2시간 무료) 지하에서는 포장한 꽃도 판매한다고 하니 눈으로 담은 봄을 곱게 싸서 가져오거나 봄을 선물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준다면 ‘이번 봄, 어쩌면 로맨틱하게 시작하게 될지도!’
2. 강남고속터미널
꽃 시장
계절이 바뀔 때면 이상하게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여기저기 작은 생명이 움트는 소리가 들리고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움찔거린다. 그러나 아직 내 마음만은 차가운 겨울이 계속되는 것만 같다. 봄이라도 타는 걸까? 차라리 얼른 봄의 중간에 서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봄을 직접 데리러 가자. 어디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 시장’으로.
서울에서 전국 각 지역으로 향하는 버스터미널이 있는 이곳에 꽃 시장이 있다. 지하철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 역에 위치한 이곳은 일단 접근성이 좋다. 고속 터미널과 유명한 쇼핑센터인 고속 터미널 지하상가, 그리고 백화점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곳에 있어 쇼핑에 있어서 최적의 장소이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 시장에는 생화 시장과 조화 시장이 있다. 이곳의 특징은 다른 곳에 비해 수입 꽃들의 종류가 다양하고, 꽃과 관련된 각종 부자재와 인테리어 제품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셀프 웨딩 부케를 만들거나, 집 인테리어를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수입 꽃은 수요일 자정 이후 입고가 된다. 새벽 2시 이후에 가면 시장의 활기찬 기운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모든 시장이 그렇듯 폐점이 다가올수록 상품의 가격은 싸진다. 특히 일요일 휴무인 이곳은 토요일에 가면 더욱 저렴하게 꽃을 구입할 수 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강남 고속 터미널 꽃 시장으로 향해보자. 새벽 시장이 주는 생기와 꽃이 주는 생명력으로 생생한 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꽃마다 꽃 이름을 적어 붙여 둔 상인들의 봄처럼 따뜻한 작은 배려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봄은 가까운 곳 우리 바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가서 손만 내밀면 된다.
3. 남대문
대도꽃종합상가
봄이 길었으면 좋겠다. 봄꽃도 오래 보고 싶고 매번 스치듯 입고 걸어놓는 트렌치코트도 좀 더 오래 입고 싶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오래도록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서울 꽃 시장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가본다.
남대문 대도꽃종합상가는 40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자리를 지킨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꽃 시장이다. 다른 시장과는 달리 이곳은 비교적 늦게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새벽형 인간이 아니라도 방문이 가능하다. 양재 꽃 시장이나 고속버스터미널 꽃 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소매 위주 판매를 하고 있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곳보다는 늦게까지 영업하지만 이른 오후가 되면 정리를 하는 곳이 많으므로 오후 2시 전에는 방문하는 편이 좋다. 번화한 남대문 시장 쪽에 있어 주차장이 별로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꽃이 지면 봄이 끝나는 건 아니다.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서울 꽃 시장에는 늘 봄을 느낄 수 있다. ‘예쁜 꽃 한 송이만 있으면 언제나 봄이다.’
4. 종로 꽃 시장
봄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된다. 어디 봄이 있나? 봄은 어디쯤 와 있나 하고 자꾸만 찾게 된다. 길을 가다 발견한 작은 꽃 한 송이가 그저 반갑고 어디선가 날려오는 이름 모를 향도 봄 향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햇볕을 따라 걷다 우연히 봄을 마주하게 되는 곳, 서울의 중심 종로 ‘길에서 봄을 만났다’.
1950년대 무렵 동대문 시장 근처에서 종자를 팔던 사람들이 모여서 작은 꽃 시장이 시작되었다. ‘종로 꽃 시장’이다. 주로 나무 묘목과 난, 선인장, 다육 식물 같은 종류들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꽃보다는 수수한 묘목과 다육 식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차로 변을 따라 노점 형태로 이루어져 가볍게 산책하듯 볼 수 있는 종로 꽃 시장에서는 열매가 맺힌 과일나무들도 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대로 상추나 깻잎의 모종들, 허브들도 있으며 화분을 구매하면 상인들이 분갈이 서비스도 해준다.
종로 꽃 시장 근처에는 충신시장과 광장시장 등 먹거리로 유명한 전통시장이 있다. 식물 구경으로 정신적 허기를 채우고 먹거리로 육체적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완벽한 코스다. 봄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운 서울 종로 꽃 시장에서 봄을 사러 가보자.
※ 2022년 3월에 작성된 기사로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 여부 및 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 후 방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