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이라 할 수 있는 도예에는 지나온 역사를 통해 다듬어진 상징의 언어와 상상의 구조가 담겨있다."
작가의 말대로, 도자는 당대의 사상과 미감, 생활상과 유행을 색과 형태, 문양을 통해 반영해 왔다. 유의정은 이러한 도자의 속성에 주목하여 혼종적인 시간성을 지닌 작품을 만든다.
최근 그의 대표적인 표현법은 백자 위에 유약을 흘러내리게 표현하고, 그 위로 과거와 현재의 대표적인 도상들을 덮는 것이다. 유약의 형상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희미해지고 왜곡되는 모습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문화적 상징을 나타낸다.
본 전시에서 유의정은 조선시대에 전성기를 이룬 백자를 모티브로 삼아 동시대성을 투영한 작품을 선보인다. 백자는 본래 조선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왕실의 자기이면서도 그 소박한 형태로서 서민들에게 널리 애용되었으며 각 계층별로 청화백자와 철화백자가 주류를 이뤘다. 유의정은 이 같은 맥락을 지닌 백자가 동시대적 시각에서 어떻게 유효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