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지우헌은 8월 7일부터 31일까지 《도깨비: 멀티 페르소나》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2000년대 초 국내 소설계에서 등장했던 '한국적 판타지' 개념을 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새롭게 해석한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시각을 통해,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와 현대 사회의 정체성 탐구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 판타지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매체에서 접하는 전형적인 모습과 달리 기원과 출처가 불분명한 ‘도깨비’와 디지털 문화 속 개인의 다양한 정체성을 일컫는 ‘멀티 페르소나’, 이 두 개념은 신비롭고 예측 불가한 무언가를 상기시킨다. 이 맥락 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환상구조에 접근하는 두 작가, 슈니따와 오제성이 함께한다.
슈니따의 '무명(無名)'은 현대인의 공허한 내면을 투영한 작가의 시그니처 캐릭터다. 지구에 온 외계인 무명은 인간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모습을 취한다. 단순하면서도 애매모호한 제스처, 화려한 단색 털, 둥근 몸체와 유연한 팔다리가 묘한 친근감을 준다. 무명은 디지털 세계에서 다중 정체성을 삶의 돌파구로 삼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 한 켠에 공허한 감정을 극적으로 대변하며, 동시에 멀티 페르소나 배면의 어떤 알맹이를 비춰낸다.
오제성은 전국의 비지정문화재를 조사하고 아카이빙하는 리서치형 조각 작업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설화 속 동물들과 도깨비, 방치된 고인돌과 돌미륵 등 다양한 재래조각은 그의 작품에서 현대적 맥락으로 재해석되어 동시대적 형상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로부터 인간 곁에서 때로는 돕고 때로는 방해하지만 여전히 그 형상이 불분명한 민담 속 도깨비의 속성을 십이지신 신앙에 접목해 새롭게 각색한 작품을 선보인다. 소외된 재래조각을 기념하고 설화와 전설을 현대식 조각으로 재탄생시키는 그의 작업은 한국적 판타지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도깨비: 멀티 페르소나》는 인간 생활사가 녹아든 상상의 존재를 현대적 시각으로 호명하고 한국적 판타지의 과거와 오늘을 느슨하게 소묘하는 전시이다. 이를 통해 우리 문화의 독특한 상상력과 현대 사회의 정체성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