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초입에는 보통 여러 식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닭백숙, 오리백숙, 해물파전, 도토리묵 등 주로 등산으로 힘을 쓰고 난 후, 기력을 회복하기 위한 메뉴들이 많다. 사람들은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 이름만 들어도 먹음직스러운 메뉴들을 지나치며 ‘멋지게 정상을 찍고 내려와 저것들을 먹으리라’ 다짐한다. 등산 후 허기 진 사람들은 이 맛있는 음식들로 기력을 보충하고 또 다음 등산을 기약하게 된다.
등산 후에 먹기 좋은 대표 보양식으로 닭백숙을 꼽을 수 있다. 닭백숙은 인삼, 대추, 마늘, 생강 등 여러가지 재료와 찹쌀을 품은 닭을 넣어 푹 고아낸 음식으로, 고춧가루, 간장 등 자극적인 양념을 하지 않고 몸에 좋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통한다.
북한산우이역과 도선사 중간에 위치한 ‘선운산장’은 북한산을 자주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소문이 난 맛집이다. 이 식당 옆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어서,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을 바라보며 닭백숙을 즐길 수 있다.
이 식당의 대표메뉴는 ‘엄나무닭백숙’이다. 몸에 좋은 엄나무를 넣고 푹 끓여 더욱 진해진 국물과 큼지막하게 들어간 닭백숙을 먹은 후, 마무리로 죽까지 먹는다면 등산으로 지친 몸이 언제 힘이 들었냐는 듯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엄나무닭백숙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각종 채소를 넣고 새콤달콤한 양념으로 버무려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인 도토리묵과 김치전이 함께 나와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체력소모가 많은 활동 후에는 이렇게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이번엔 닭이 아닌 돼지고기로 눈을 돌려보자. 북한산 둘레길 2구간 근처에서 기가 막힌 K-바비큐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인수재’라는 식당인데, 이 식당을 가기 위해서는 산길을 20여 분가량 걸어가야만 한다. 등산하는 것처럼 ‘인수재’라는 이정표를 찾아 걷다 보면 낡은 시골집 같은 비주얼의 식당을 마주하게 된다. 전부 야외 테이블로 구성된 이 식당은 간단한 천막만 처져 있기 때문에 정말 산속에서 바비큐를 해 먹는다는 느낌이 든다.
대표메뉴는 ‘갈매기살’로 양념 갈매기와 통 갈매기가 있다. 고기를 주문하면 옛날 화로에 사장님이 직접 참숯을 넣어 주시고 그 후에 고기를 직접 구울 수 있다. ‘인수재’의 갈매기살은 상당히 두툼한 편이다. 때문에 굽는데 애를 먹을 수 있지만 다 구워진 고기를 먹어보면 입안 가득 채워지는 육향과 육즙으로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깍두기, 파김치 등 식당 분위기처럼 투박하지만 맛깔나는 반찬들이 고기의 맛을 더해 준다. 인수재에서 꼭 먹어야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컵라면이다. 사실 컵라면은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셀프로 주전자에서 물을 부어서 먹어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산만큼 컵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있을까?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푸릇한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경험은 극히 드물 것이다. 숯 향이 은은하게 밴 고기를 자연 속에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인수재’를 방문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음식에는 궁합이 잘 맞는 술들이 있다. 등산 후에 먹는 음식에도 함께 곁들이기 좋은 술이 있는데, 바로 막걸리다. 고소하고 달콤하면서 톡 쏘는 목 넘김이 좋아 등산 후 마른 목을 축이기에는 아주 제격이다. K-등산러들이 좋아하는 막걸리를 제대로 맛보게 해줄 맛집을 추천한다.
이번에는 북한산에서 인왕산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인왕산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가깝고, 낮은 산세에 비해 서울 시내와 남산타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경치를 자랑해 인기가 많은 산이다. 그뿐 아니라 서촌마을,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와 인접해 있어 하산 후 맛있는 식사를 하기에 좋다.
그중 이번에 소개할 맛집은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 있는 ‘체부동잔치집’이다. 들깨칼국수와 잔치국수, 해물파전 맛집으로 이미 TV 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는 이곳은 넓은 실내가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곤 한다.
이곳에는 막걸리와 환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전을 판매하는데, 앞서 언급했던 해물파전과 함께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김치전, 담백하고 고소한 감자전 등을 비롯해 굴전, 녹두전, 부추전 등 다양한 종류의 전을 판매하고 있으니 개인의 기호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전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으니 새로운 막걸리에 도전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입맛을 돋우고 기력을 보충해 줄 다양한 음식과 그 음식에 잘 어울리는 맛있는 막걸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땀 흘리며 등산한 후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것이 바로 K-푸드로 완성하는 K-등산의 완벽한 마무리가 아닐까?